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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만화의 제작과정 (4)
만화그림은 그렇다치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할 글 즉, 스토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것은 원래 문학이라는 학문으로 여러 가지 이론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문자의 유희라는 단어까지 나올정도로 파고들수록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만화에서는 단순하게 압축시켜 보기로 하자.
문학중에 소설이라는 장르(?)가 있고 그 소설중에 아직도 삼류로 취급하는 대중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파생됐는데 만화도 대중을 상대로 만드는 것인만큼 글에 대해서는 그쪽을 따라가기로 하자.
당연히 만화에서는 문학적 표현 즉, 고품위의 문장은 다루기 버거울 뿐이지만 만화의품위를 높여줄수도 있으므로 뛰어난 문장력을 필요로하는 부분에서는 소설을... 시도 좋다...많이 읽어보고 적당한 구절을 삽화체(극화체)의 그림에 한두줄 인용할 수는 있다.
만화가가 소설가는 아니므로 그런것조차 굳이 창작심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단, 글장이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을만큼의 문장 훈련은 필수이다.
어쨌든 대중 소설이라는 것은 대단한 문장력과 어려운 문구를 쓰지는 않았으므로(연구 대상이 아니라 보고 즐기는 것이므로) 읽는사람이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만큼의 문맥만 갖추면 되니까 만화에서도 그 정도의 글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한가지 주의할 것은 만화에서의 글은 대부분 대화체 문장이지 설명체(나레이션)가 아니기 때문에 교과서 읽듯 딱딱한 문체는 금기사항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유행이라는 마물(?)을 따라다니면서 그때그때 유행하는 단어들을 수용해서 써야하는 만화의 특성(과장)을 죽이는 문자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특정 소수를 상대로 만드는 만화도 있어서 일반 대중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문구를 쓰는것도 있으나 그런 것은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평균적인...소위 통칭이라는 미명 하에...얘기만 분석하기로 하자.
어떤면에서는 소설보다 방송에서 떠드는 대화들이 만화에서는 더 소화하기 쉬울수도 있지만 방송에서의 대화들도 알고보면 숨은(눈에 안띄는) 방송작가들이 써놓은 글들을 보고 요령껏 떠드는 것이므로 싫든 좋든 문장력은 조금 길러야 한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일은 만화 속의 글을 읽고 문장을 연구한다거나 만화 그림을 보고 그림을 연구한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짓은 안하는게 좋다.
하나의 완성된 만화는 불필요한 요소를 철저하게 솎아내고 진수의 진수까지 정리한 작품이기 때문에 만화에서 써먹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을 위해 하나의 훈련용으로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잘못 인용하면 남의 작품을 베꼈다는 즉, 저작권법이라는데 저촉되기 때문이다.
만화가 창작품으로 취급받게 된 것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결코 만화같이 과장되서 재미있는게 아니라 모든 작품 제작의 과정처럼 고통이 수반되고 여러가지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편견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이 인간이라지만 만화는 보기 쉽다는 대중성에 현혹되 쉽게 만들 수 있다는(아무나) 사고방식을 잘버리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용납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글이라는 것은 어떤때는 타고난 재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만화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천재적 글재주라면 사양하는 편이다. 아니 오히려 거부해야한다. 만화는 문학 작품도 아니고 노벨상을 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