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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만화의 제작과정 (6)
앞서 얘기한 탐정이란 직업은 상당히 자유스러워서 사회의 모든 사건, 사고들을 접할수 있는 상황에 놓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동양)에선 경찰이외의 사조직(단체나 개인포함)을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관계로 주인공에게 마땅히 써먹을 직업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사건 자체가 주로 살인이라는 달갑지않은 주제로 빠질 가능성이 높거니와 독자와의 두뇌싸움이라는 극도로 어리석은 함정에 빠져서 만화의 특성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글로만 써있는 상황과 그림으로 보는 상황은 천양지 차이이기 때문에 함부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덤벼들었다가 망신만 당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본인도 그중 하나이다.
따라서 자유직업중 가장 만만한 것은 '깡패'이다.
통칭 영웅이라고 불리는 인간족속들의 정체를 알고보면 건달이나 깡패인데 별로 큰 생각없이 폭력만 잘 휘두르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의의 사자라는 미명하에 청년(혹은 소년) 주인공이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만드는자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그 주인공이 결코 영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알기쉽게 자가당착에 빠지는데 주인공의 성격을 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하지만 일단 히어로(영웅)로 잡았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단순무지한 근육질의 날건달이 날뛰던 시대는 만화에서만은 사양길에 접어 들고 있고 어느 정도 논리 정연한 자기 주장도 갖고있는 지적 능력도 요구되는 것이 앞으로의 주인공의 성격 설정에 필수가 될 것이다.
여담으로 잠깐 재미있는 얘기를 해보자.
어떤 사람이 사과와 바나나를 놓고 둘중 하나를 선택하려 할 때 그 사람의 머리(두뇌)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무자비하게 휘저어 간다는게 보이는데 아무리 슈퍼 컴퓨터라도 그런 간단한 선택에 당면해서 인간의 뇌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과를 선택하든 바나나를 선택하든 그 이유는 아마도 선택한 당사자도 설명하기 힘들겠지만 엄청난 정보(오래된 정보까지도 떠오른다) 의 홍수가 머릿속을 난무하고 아주 하찮은 이유까지도(사과의 색깔이 안 좋다거나 바나나 껍질이 더럽다거나 하는) 선택에 동원된 후에야 한가지를 선택할 것이다.
하물며 자기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하나의 개체를 설정하는데 적당히라는 단어는 어불성설 이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것이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의 대변인이자 대역이며 또한 보는사람의 보상심리도 충족시켜 줘야하는 탈렌트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을 거친후에야 탄생할수 있다.
주인공은 작자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생명체와 유사한 즉, 작가의 아이와 같다.
단, 가상의 생명체라는 것만 빼고는...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