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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만화의 제작과정 (7)
이유야 어찌됐건 주인공이 정해졌다 치자(그림으로). 그렇다면 주인공의 배경을 설정해야하는 난제가 또 기다리고 있다.
제일 중요한 가족관계서부터 친족,친구등 소위 인연이 닿는 인간들을 설정하는게 또한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설정해야할 것은 주인공의 직업(성격)이다.
보통 그런 관계는 얼버무리고 지나가는 경향이 짙은데 족보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고 목표, 목적도 없는 인간을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앞서 얘기했듯 주인공이 영웅은 아니더라도 뚜렷한 인생관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은 작가 자신이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느냐로 귀결되는데 만화 주인공을 설정하면서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경우를 종종봐온 본인으로써는 어느 쪽이 더 만화같은지 알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런식으로 만화를 접하는 사람은 이미 만화가라는 자유직업의 작가로써는 자격미달인 것이다.
보통 만화체 그림의 주인공들을 그렇게 허풍선으로 꾸미는 경향이 있는데 캐릭터라는 것은 살아 숨쉬는 것이 아니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간단한 사실을 무시하기에 캐릭터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주인공(캐릭터)이 살아움직인다는 것은 만드는 자가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즉,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든 가상이든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고 만드는자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작자의 아이이며 분신이며 대변인이 되야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다면 그 주인공의 생명력도 당연히 짧으며 미처 캐릭터로써 사람들에게 인지되기도 전에 사장되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유행하는 인물들을 적당히 자기 주인공으로 차용하는 경우를 보는데 두말할 여지없이 인정받지 못한다.
설혹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아류작이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을 얻을 것이 분명하므로 남의 것을 넘보는 짓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전에는... 불과 얼마전까지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굳세게 믿고 외국의 작품들을 이리저리 짜깁기 혹은 통째로 업어오기 등이 당연하게 이루어졌지만 국제 저작권법이라는 것이 발동한 이후로는 그것도 만만치 않아서...불가능에 가깝게 됐지만...이제는 싫든 좋든 자기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할 판이다.
그런 판국이라 유명무실했던 한국적이라는 알 수 없는 용어에 휘말려알지도 못하는 한국적 주인공...독자적 창작품인...을 설정한다는것도 곤란한 일이다.
여태까지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한국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었을 느끼고 무엇을 표현하며 행동하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한복에 상투틀었다고 다 한국인, 한국적인 것은 절대 아니라고들 말한다.
우스개말로 착각은 사망과 직결한다는 소리가 있듯이 희망 사항만 갖고 섣부르게 덤벼들어서는 남의말 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비웃음만 당하는 꼴이 된다.
요즘은 한 번 실수는 평생 실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실수를 만회할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주인공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만화는 주인공이 만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