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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만화의 제작과정 (10)
조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인생문제가 튀어나와 적잖게 당황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만화 만드는 일은 조연급 일이다.
언제나 실제 세상의 주역은 작가가 아니라 사회적 인물이 주도해 나가는데 그 인물들은 결코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며 비슷하지도 않다.
아마도 만화에서 조연급 인물들이 오히려 실제상으로는 주연급 인물이 되는 결향이 짙은데 여기서 작가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낀다.
그러나 괴리를 느낀다고해서 고민을 하거나 심각한 자기비하에 빠진다면 그것 또한 작가로써의 소양이 부족한 것으로 스스로 작품 제작의욕을 상실하고 자포자기나 기존질서 파괴의 길로 돌아선다면 차라리 혁명가로 변신해 길거리로 뛰쳐나가는게 더 나을 것이다.
실제는 실제고 만화는 만화다.
실제로 자기 작품 속의 이상형 인물을 본받아 그대로 행동한 작가들이 몇 있었는데 문자 그대로 광대 취급을 받아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다.
스토리텔러라는 영어 단어가 있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허풍을 잘 떨고 허튼짓을 서슴없이하는 인물을 광대(비하하는 의미로 칭했다) 취급하는 의미로 썼지만 요즘은 너무 논리 정연한 사람이 많이 늘어나서 각자의 지식수준을 자랑할 꺼리가 없어진 관계로 차라리 모르는척 사람들을 허튼짓으로 즐겁게 해주는 좋은 인물로 격상했다.
만화는 스토리텔러의 의미가 짙으므로 단지 개그성 이야기만 조금 풀어놔도 보는사람이 만족하는 수준까지 이를수 있으니까 너무 현실과의 괴리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단지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연보다 조연의 의미가 점점 더 커지는바 일곱 난장이처럼 주연보다는 색다른 개성을 조연에게 부여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화에서의 조연은 어떤 인물일까?
아마도 우리가 흔히보는 사회적 저명인사 일수도 있고 흔히 잘나간다는 사람일수도 있고 유명인사 일수도 있을 것이다.
초라한 주인공과 화려한 조연이라면 어떤 면에서 과장이라는 만화의 특성에 잘 어울릴수도 있으니 부담없이 관찰할수 있는 조연급 인물들(주변의 사회적 유명인들)을 많이 점찍어두고 만화화 해보면 점점 만화라는것의 매력(마력이 아니다)에 빠져들어가 것잡을 수 없는 재미를 느낄수도 있다.
한동안 의인화라는 것이 많이 나왔다가 대부분 사라졌는데 예전에는 사람을(특히 유명인사) 만화화 한다면 몹시 싫어해서 할수없이 동물들을 대신 만화 그림의 무대에 올려놨었다.
그러나 동물을 의인화 한 것은 동양쪽에서는 괴물취급 받기 십상이었어서(문화적 차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또한 한국은 독특한 인본주의 사상으로 몇가지 캐릭터들이 팬시제품으로 약간 팔리고 있을뿐 그 캐릭터 자체의 메리트는 인정받기 힘들었다.
조금만 주위의 캐릭터 상품(주로 외제)들을 살펴보면 쉽게 그 상황을 이해할수 있는데 자체의 정통성을 잘 알지 못하는 요즘 세대들은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는(관찰하는) 안목이 아주 좁아서 맹목적으로 외제의 성향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이 가끔 얘기하듯이 우리식(한국식)의 메리트는 바로 자기 전후,좌우,상하 어디든 널려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전혀 찾지못하는 청맹과니(눈뜬 장님)역을 심심치 않게하고 있다.
관찰력을 키울필요도 없이 너무나 손쉽게 얻을수 있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주입식 교육에 신물이나서 그 반발심으로 외제선호를 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의 문화를 수용하다 시간낭비만 하느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만 깨닫는다면 만화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도 보통사람과 틀리다는 자긍심을 충분히 보상받을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한국인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단, 앞서 얘기했듯 자기가 대중(독자)의 대변인이지 우월하지는 않다는 사실만 잊지않는다면...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