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만화의 제작과정 (17) 

 

목표를 찾기전에 잠깐 왜 서바이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작품(만화)을 만드는 궁극의 목표는 꿈이든 환상이든 몽상이든 뭐라고 말하든 상관 없이 현실세계에서의 서바이벌이다.

 

그것은 인간끼리의 사건이고 사고며 투쟁이고 전쟁이고 절대 잊지 말아야할 하나의 기준이다.

 

사건 없는 탐정은 무용지물이듯 서바이벌이 아니라면 작품을 만들 이유도 목적도 없다. 그렇다고 하찮은 영웅물이나 엉뚱한 환상물만이 만화가 아니듯 고급과 저급이 뒤섞여서 카오스의 세계로 들어가기만해도 곤란하다.

 

각자의 재주,능력,노력,경험,체험,소양,관찰력등이 뒤섞이고 체력과 정신력이 보태져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나약함, 추악함, 불결함, 불쾌함등 한계를 갖인 인간의 내면에서의 서바이벌이므로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서바이벌이어야만 한다.

 

단, 작가가 해결사는 아니므로(해결해 낼 수도 없으므로) 그것만은 약점으로 인정하고 책임질 생각은 말아야 한다.

 

대중예술가는 단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서비스맨일뿐 그 이상은 못되기 때문이고 간혹 독자가 오해 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만은 만용을 부려서는 절대 안되며 솔직해져야한다.

 

물론 정신과 육체가 일체가 되서 영웅틱한 인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만화가보다는 정치가나 운동선수나 탈렌트로 나가는게 훨씬 낫고 음지에서 일 할 운명이 아닌 즉, 작가 따위가 될 사람이 아니다.

 

한가지 더 덧붙여야 할 것은 작가도 인간인 만치 기본체력이 없어서는 만화같은 음성적(?) 일을 하기에는 힘이 부치므로 평소에(아마츄어 시절에) 운동으로 육체에 활력을 넣어주는것도 좋다.

 

만화는 천재적인 작업이 절대 아니므로 몸으로 때우는수가 많아서 하는 말이며 체력이 없으면 정신력도 나약해지지만 그렇다고 강도높은 훈련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므로 신체단련이 아니고 근육을 풀어주는 정도의 운동이면 족하다는 뜻이다.

 

이제 왜 서바이벌이 아니면 안되는지 이해했으리라 믿고 다시 작품상의 목표로 돌아가서 그것은 작가 자신의 인생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 자신의 인생목표라고 말하면 아마 대부분 뚜렷한 목표가 없거나 만화 자체를 말하리라 보는데 앞서서 말했듯 만화라는 것은 수단이지 목표는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여러 가지 수단,방법이 있겠고 만화나 만화가라는 것은 단지 그중의 하나일 뿐으로써 목표는 아니다.

 

말하자면 직업이라는 것이고 누구든 직업은 갖고 살기 때문에(백수도 있기는 하지만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얘기꺼리도 안되는 생활방편이고 선택했다는 단순한 이유일 뿐이다.

 

그 다음이 문제로써 그 수단을 갖고 어떻게 하느냐가 바로 목표일 것

이다.

 

자신의 목표에 따라 가볍든 무겁든 재미있든 재미없든 작품을 만드는 것인데 이 강의의 목표가 바로 그 과정을 세세히 논하기 위한 것이다.

 

배경(조연)을 정하는데는 이렇게 많은 변수가 따른다.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