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전설보다 시스템

!@#… 최근 열심히 돌아다니는 6조 사회환원 떡밥이 참… 씁쓸하게 만든다. ‘현실의 정치’에 대한 함의보다 ‘전설의 영웅’의 무용담을 만들고 싶어하는 열망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느낌이랄까.

!@#… 실제 흐름은, 중앙정부에서 전결 관리하며 한 때 1조 2천억까지 올랐던 특별교부금 규모를 2005년부터 7천억으로 줄였고, 그 돈을 당시 일어났던 재해대책 등에 활용했다는 것. 아, 2006년에는 다시 8천억으로 올렸고. 이 특별교부금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민주화, 개혁 혹은 진보진영의 오랜 문제제기였다. (관련기사 via 시민행동)

그런데… 이 이야기가 1조2천억 * 5년, 즉 “6조를 고인이 사회에 환원한거다”로 탈바꿈해서 열심히 감동스토리를 낳으며 유포중. 아직은 모 블로그 모 게시판 게시물이다 소스가 같이 펌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만간 소스 부분은 사라지고 그냥 민간신앙화된다에 500원 건다.

!@#… 물론 6조 환원! 우와! 그런 것이 감정적으로 감동하기 좋다는 건 알겠는데, 제발 뻥좀 치지 말자. 고인이 평가받아야 할 업적은, 특별교부금 제도 문제를 직시해서 규모를 현실화하고 사용처를 제대로 규정하려고 한 것, 즉 시스템을 정비하려고 한 것이다. 물론 정비를 실제로 해낸 부분도 있고, 미흡해서 비판받은 부분도 있고. 여하튼 이것이야말로 향후 어떻게라도 계속 이어받아 추진해야할 방향성이다.

!@#… 신격화를 하면, 그건 그냥 그 신의 위용이고 땡이다.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현실 정치인의 못다한 노력일 때 비로소 문제의식은 계속 발전하며 과업은 이어진다. 방향은 옳았지만 방법이 잘못되어 좌절되었던 수많은 건들, 방향도 방법도 옳았지만 추진절차에서 적들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또 좌절되었던 다른 건들, 방향 자체부터 미진했으나 다소간의 떡밥은 남겨둔 여러 건들. 즉 정책을 재조명하고, 그 중 필요한 것을 바로 오늘의 의제로 올려서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차례가 다가온다. 아직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앞서는 시기가 채 지나가지 않았지만, 장례식 기간이 끝날 즈음이 결정적 분기점이다. 영웅으로 박제할 것인가, 산적한 문제적 현안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촉매로 참조할 것인가.

인간 고 노무현에게는 애도를. 상징 고 노무현에게는 안타까움을. 정치인 고 노무현은 정치적 활용을. 고인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더 왼쪽에 있다면(뭐 합리성만 갖추었다면 약간은 더 오른쪽에 있는 것도 오케이), 앞으로 열심히 활용할 궁리를 해야 마땅하다. 6월 입법정국이 예정된 미디어악법 패키지 및 기타 특정 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법들이 무사통과되고, 10월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권의 정당이 여러 군데 승리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요 지자체장 역시 그들이 놓치지 않는다면, 이 애도의 열기가 고작 사춘기적 감정폭발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서글픈 꼴이 될 것이다. 눈물도 좋고 감탄도 좋지만, 좀 진정하고 나면 상식이 숨쉬는 명랑사회 구축으로 애도를 완성하는 쪽을 권장한다.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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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thoughts on “6조 전설보다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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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콜님께서 노무현 대통령의 현실적인 업적을 기리기보다는 그저 신격화만해서는 우리에게 남을 것이 없지 않겠는가 하는 내용의 ‘6조 전설보다 시스템’이라는 글을 쓰셨다. 나도 노무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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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과 우리 사회…

    이전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후 했던 생각들을 적었는데, 이번 추모 기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드는 생각들이 있어 다시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어머니께서 하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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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이런 차분한 대응이 좀 더 폭넓게 지지 받으면 좋겠는데…

    역시 감성적인 접근과 음모론에 더해, 순혈주의적 배타성까지… 결국 노무현 전대통령의 박제화가 진행되는 건 일정부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capcold님처럼 챙길 건 챙기려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야겠죠.

    늘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는 capcold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참~~ 전 내일 휴스턴에 갑니다. 휴스턴 총영사관에 분향소가 마련되었다고 하네요. 뜻이 같은 분이 마침 샌안토니오에 계셔서 차 한대로 가려고 합니다.

  2. 캡콜님
    “인간 고 노무현에게는 애도를. 상징 고 노무현에게는 안타까움을. 정치인 고 노무현은 정치적 활용을.” 요거 강렬해요 오오오오오오옹~~!!~!~!

    j준// 이용하는 그것 자체가 나쁘게 평가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3. !@#… Crete님/ 한국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에는 종종 존재하지도 않고 메타 추천수는 바닥급인데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을리가요 OTL // 어쩔 수 없는 박제화의 그 일정부분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에너지를 최대화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독려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죠 뭐. 그리고 분향 잘 다녀오시길.

    j준님/ 죽음을 이용해서 신화나 창조하고 종교화시키는 건 정말 절망적이죠.

    TheQ님/ 그게, 아마 강조색을 넣어서 강렬한 겁니…;;; // 저는 j준님의 댓글을, 그 죽음에서 함의를 얻어 무언가를 해내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신다기보다는, 저런 식으로 소문과 박제를 위해 이용해먹는 이들을 힐난한 내용으로 읽었습니다.

  4. 특별교부금 이야기도 떡밥이었군요 ㅋㅋ

    벌써 제가 본것만 세번째 떡밥.

    떡밥 1. 운구차 기사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운전기사로 탈바꿈 시킨 것.
    떡밥 2. 그냥 전역한 해병대 중위를 자이툰 부대의 병사로 둔갑 시킨 것.

    백투더쏘쓰에 등록해놓을까 하다가, 언론에서 바로바로 까발려져서 걍 말았는데, 이번 껀은 좀 거기다 정리해놓을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5. 내가 요즘 노통 추모 행렬을 보고 있는데 말야,
    이 사건으로 민간 신앙 하나 만들고 끝난다면 정말 아까울 것 같아.
    근데, 우린 그렇게 안 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6. “인간 고 노무현에게는 애도를. 상징 고 노무현에게는 안타까움을. 정치인 고 노무현은 정치적 활용을.” <- 이 말씀에 정말 공감.
    감정만 앞서지 말고 잘 기억하고 이후엔 제발 제대로 투표해서 여러 사람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 딴 건 몰라도 고인은 맨날 시스템 강조하고 신격화 같은거 싫어했는데 말이죠. 저승에서 보고 있다면 좀 어이없어 할지도…

  8. 난 개인적으로 노무현의 재평가가 당겨졌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하지만, 신격화는 시작되었을 뿐이고
    재평가 이전에 신격화가 선행되면 제대로된 재평가는 기대할 수 없을 뿐이고

    에반게리온 주제가도 아니고oTL

  9. !@#… erte님/ 물론, 등록해주시면 감사하죠! 바로바로 뽀록나고는 있다고 해도, 그 뽀록의 기억은 금방 사라집니다.

    고어핀드님/ 최악의 시나리오는, 동네 점집에서 새 수호신령으로 등극하는 경지.

    덧말제이님/ 투표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것 말고도, 여론을 통해서 대운하를 명목상으로나마 좌절시켰듯 대운하급 문제적 법안과 정책들을 방지하는 것도 필수. 옙, 모든 것의 시작은 적극적 기억입니다.

    지나가던이님/ 신격화를 싫어하기는 했지만 종종 같이 말려들기는 하셨죠 (황우석 감전이라든지). 그렇기에 그만큼 더 절실한 목표고.

    mahabanya님/ 신격화 자체도 자체지만, 신격화에 동원되는 ‘코드’들이 무서우리만큼 익숙해서 더 큰 걱정입니다.

  10. 잘 봤습니다. 저도 분명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업적이긴 하나 좀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캡콜드 님이 잘 정리해주셨네요. ^^

    과도한 신격화도 문제고… 요즘보면 몇 몇 글들은 일부러 역정보를 흘리는 것 같은 부분도 있더군요. 추모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려는 듯한…

  11. 아 ㅅㅂ 캐동감….

    저도 떡검 쉽쉐이들과 그 배후의 MB, 한나라당, 기득권 세력들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정말 좋은 대통령이셨다는것까지는 인정합니다만..

    요새 분위기는 고인을 완전무결한 고귀한 무언가로 숭앙시하는 느낌…. 이건 자제해야…

    글쓴이님 말씀대로 좋은 정책들을 실현하지 못하고 떠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정치인으로 기억하며 그가 남긴 산적한 숙제들을 정치인들이, 그리고 우리가 풀어가야 하는게 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12. !@#… NNN님/ 음모론이나 무의미한 쌈박질 붙이기는, 속성상 그 과정에서 많은 뉴스 소비가 이뤄지기 마련이라서 찌라시성 매체들(비단 ‘조중동’ 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 가운데에도 그런 것들이 적지 않죠)에게 아주 풍요로운 대지니까요.

    11님/ 옙. 과장은 신앙을 낳고 신앙에 이르면 무오류성을 전제하게 되고 무오류성은 외골수 병맛 나선으로 인도하게 되죠. 산적한 숙제를 처리해야할 순간이 운좋게도(?) 바로 코 앞에 연타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6월 미디어법 정국만 해도 그분들은 이렇게(클릭) 꾸준히 깽판치고 있는 마당…), 굳이 자기위안적인 뻥으로 논리 기반의 취약점이나 만들면 곤란.

  13. 저도 특별교부금에 대한 떡밥이 난무하길래 먼가 싶어서 좀 찾아보다가
    여기에 발을 살포시 담그게 되네요

    저도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노 전 대통령이라고 쓰면 노태우가 생각나..ㅆㅂ)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져야 할 시기에 공중파라는 TV에서 다큐라는 명목으로
    “오오 그분은 진리요 생명이였다” 라는 이따위식으로만 말하는게 보기 싫었는데
    capcold 님의 글을 읽고나니 개안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본인도 매우 슬프고 분노하고 있지만서도
    TV에서 애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꾸 비추고 그걸 보고있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종교단체를 보고있는게 아닌가하는 기묘한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TV에서는 계속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사람냄새나는 대통령이였다”라는 멘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장하고있던데, 전 그전에 올바른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진정 고인의 유지를 가슴에 새기는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_-;; 결론적으로는 글 잘읽고 바른정보 잘 얻어갑니다~
    앞으로도 종종 자두 들를꼐요~

  14. !@#… 지나가던나그네님/ 뭐 과거의 영웅 회고라는 쉽고 편한 길을 택하고 있는 셈이죠… 당장의 현안들, 앞으로 만들어내야할 구체적인 사회 진보 같은 것으로 이어주는 어렵고 불편한 길보다는.

  15. 이쪽도 오마이뉴스에 이번에 기사가 떴듯이 체계적인 자료시스템 구축등의 고인의 계속된 (진정한) 선진화 노력은 정작 일반인들이 잘몰라서 안타깝습니다. 이런거야 유권자들용 떡밥으로는 쓸수 없지만 정작 후손들에게는 더 중요할건데 말이지요.

    선진화 이야기가 나왔으니..이건 별 이야기가 없던데 예전에 MBC스페셜 청와대사람들/대한민국 대통령 다큐멘터리에서 고인이 도로 건설건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생태계 파괴를 줄이기 위해서 고가도로를 설치하는게 좋기 때문에 그쪽으로 노력중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때 뭔가 한국도 드디어 이런 쪽까지 신경쓰는 (그냥 자기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내놓는 녹색산업 이런거 말구요 -_-;;) 대통령이 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진짜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물론 실제 참여정부의 환경 실적은 실망스럽다는게 대체적인 의견같습니다만..그래도 저런 발언에서라도 이전 대통령들과는 의식 차이가 확연했으니까요. 사실 균형잡힌 정치인에게서 그 정도를 기대하는건 너무나도 당연한건데, 왠지…. 저런 어찌보면 너무 기본적인 “선진적인” 소양을 가졌던 사람이 역대 대통령중에서 노무현말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다른 업적보다 저 짧은 장면을 보면서 감동받았었는데.. 떱..저런 이야기는 하는 사람들이 없더군요.

  16.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마음이야 같지만은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는 사람은 적고
    교감이건 반감이건 감성에 젖어 오히려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안타깝네요.

  17. !@#… deseason님/ 얄궂게도, 그런 노력들을 효과적으로 프레임해서(반대세력의 똥칠마저 이겨내고) 매력적인 소재로 바꿔주는 전문적 홍보능력이 무척 취약했죠. 사실 모든 진보 내지 여타 사회발전을 지향하는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노출시키곤 하는 지점. 전략적 소통에 좀 더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동화님/ 옙 뭐 그렇습니다. 다만 그런 것에 대해서 “감성에 빠져 오바하다니 너희는 멍청한 좀비”라고 쏘아붙이는 것과, “감성은 이해하겠는데 이제 그 에너지를 잘 추스려서 합리적인 쪽으로 잘 써먹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것의 차이를 도저히 모르시는 듯한 분들(심지어 꽤 똑똑한 분들도)이 은근히 자주 보이죠.

  18. 며칠 보니까 타살설이나 영웅전설류의 허풍들이 예전보단 비교적 빨리 수습되는 분위기인것 같아 다행입니다.(심지어는 아고라조차도 음모론이 생각만큼 압도적인 호응을 얻지는 못하더군요) 캡콜님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의 오랜 노력이 아주 조금씩이나마 대중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것 같아요.

  19. !@#… Y_Ozu님/ 그러게 말이죠… 확실히 조금씩 나아진 면이 있는 듯 합니다. 다만, 큰 파도가 지나간 지금부터가 민간신앙들이 흡수되어 굳어갈 본격적인 첫 분기점이라서(마치 황우석 사기 사건 당시, 서울대의 보고서가 나온 직후부터 큰 열광은 가셨으나 민간신앙은 본격 불붙었듯) 더욱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죠.

    daybreaker님/ 아, 트랙백이 가끔 필터에 먹어서요… OTL 냉큼 살려놨습니다.

  20. 좋은 글 잘 읽었고요, 이동 자유라고 쓰셨으니 퍼가도 되는 거 맞지요? ^^; 출처 밝히고 제 블로그로 퍼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