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 이런 “복잡한 발상을 약간 이해할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유가 생각났어요” 잡상류는, 제목 붙이는 것이 가장 귀찮다. 그래서 제목을 매력없이 대충 붙이니까 메타의 저주를 받지(…)

!@#… 리얼타임으로 빠르게 축적되고 움직이는 스트림형 미디어들에는 시시각각 엄청난 정보 – 뉴스와 의견 – 의 흐름이 있다. 다음아고라, 붐비는 디씨갤 같은 단순한 게시판 형태부터, 각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정보유입을 필터링한 ‘소셜미디어'(예: 트위터 타임라인 등)까지. 이런 것은 시계의 초침과 비슷하다. 계속 움직이고 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있고 주의를 끈다. 그리고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알려주는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단편적이되 강한 선언들이다. 즉각적인 반응, 즉 공감을 통해서 움직인다.

그런데 문제는, 초침은 초 단위를 보여줄 뿐, 일상적으로 어떤 과업을 할 때 쓰는 시간 단위인 ‘분’은 알려주지 않는다. 라면을 3분 끓여야 하는데 초침이 세 번 돌아가는 것을 보려면,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야 하고 그나마 중간에 헷갈린다. 이 비유를 정보 미디어에 끌고 온다면, 화제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정리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시판으로 치자면 핵심내용과 외부링크가 정리된 공지사항 게시물, 깊이있게 정돈된 블로그포스팅, 언론미디어로 치자면 해설기사, 계속 업데이트되는 위키백과 항목 같은 것들 말이다. 어떤 사건의 전체 상을 그려내어 판단을 내리려면, 즉각적 감정 이전에 뭘 알고 이해해야 하니까. 그런 미디어는 실시간으로 막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판단을 내리는 과정 속에서 종종 참조한다.

그런데 분침만 보고 있다보면, 지금이 하루 가운데 어느 때인지 모른다. 이 사건이 이 세상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역사적 맥락, 사회발전의 이념적 방향성 뭐 그런 틀 속에서 맥락화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어떤 일상적 과업의 경우에는 시침까지 보는 것이 명백한 오버다. 라면을 3분 끓이는데 분침만 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지금이 2시인지 3시인지 볼 필요가 있겠는가(중간에 졸아서 1시간 3분을 끓이고 부엌을 홀랑 태워먹는 비극이 아니라면). 하지만 결국 사람은 적당히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패턴이 하루를 단위로 살게 되어있다. 웬만큼 코앞의 일만 봐야하는 긴급상황이 아니라 어느정도 일상이라는 것을 영위하고 있다면,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여러 과업들을 하는 중간 언젠가 ‘시침’을 봐야 한다. 개별적인 사건들은 하나의 사회적 흐름 속에 있기에, 어떤 세상이 좋은 곳인가 꿈꾸는 바가 있다면 사건의 ‘의미’를 논하는 내용들을 무시할 수 없다. 언론의 심층취재/특별시리즈, 전문분야 잡지/웹진, 학술논문이나 그에 준하는 깊이의 포스팅 같은 것들로, 사건을 바라보고(분침) 실시간 일희일비(초침) 하기 위한 틀거리가 되어준다.

공감의 ‘스트림’, 이해의 ‘정보묶음’, 함의의 ‘분석물’. 불행히도, 실제 매체들은 깨끗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사람들의 인지용량/여유의 한계라는게 있기 마련이라서 내가 지금 즐기는 어떤 것(들)이 모든 것을 다 제공해주고 있다고 적당히 간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루머성 정보들을 가득 채워넣고 명령형 문구들로 포장한 ‘짤방’을 스트림으로 받아보고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착각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초침, 분침, 시침을 각각 그리고 함께 보면서 적합한 방식으로 시간을 파악하듯, 이 세 가지 정보 층위를 섞어가며 섭취해야 제대로 합리적 판단을 만들 수 있다. 공감은 이해를 대체하지 않고, 이해는 함의를 대체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늘 주시하고 있어야할 필요는 없지만,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읽어내 볼 준비는 되어있어야 한다. 결국 좀 더 촘촘하게 중간 층위들을 채워넣어 늘 필요에 따라서 종합적/다층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기반을 깔아놓는 것이 “좋은 매체환경”의 지향점이다. 예를 들어 대중성-전문성 또는 기타 여러 층위들 사이에 크고 작게 연결성, 확장성 같은 것을 촘촘히 심는 것이라든지. 뭐 결국 이전부터 ‘진보지식생태계‘ 캠페인을 통하여 해오던 이야기로 회귀.

 

PS. 이왕 시계 이야기를 꺼낸 김에. 자신이 보고 있는 시계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시계만큼은 고장날 가능성이 낮다고 확신할 만한 좋은 시계를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라면, 다른 시계와 비교해보는 것도 흔하고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까, 매체신뢰도 인지 그리고 삼각검증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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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thoughts on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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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업뎃]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GcYfP4YL | 생각해보면 나도 트윗 시작하기 전에는 블로그에 이런 다소 덜 정리된 잡상을 그대로 던져놓는 일이 더 빈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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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by Nakho Kim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GcYfP4YL 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미디어의 층위 속성을 초침 분침 시침으로 접근하는게 쓸만한 비유겠다 싶었으나 생각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계만 봄. OTL

  4. Pingback by mook han kim

    Still good metaphor RT @capcold: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7NgwYjmg 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미디어의 층위 속성을 초침 분침 시침으로 접근하는게 쓸만한 비유겠다 싶었으나…

  5. Pingback by 1인 미디어 - Han SangMin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GcYfP4YL 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미디어의 층위 속성을 초침 분침 시침으로 접근하는게 쓸만한 비유겠다 싶었으나 생각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계만 봄. OTL

  6. Pingback by Jang Ae Ri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GcYfP4YL 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미디어의 층위 속성을 초침 분침 시침으로 접근하는게 쓸만한 비유겠다 싶었으나 생각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시계만 봄. OTL

  7. Pingback by 우안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읽은 층위에 관한 두 개의 글, 하나는 @capcold님의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P6jhmEts, 다른 하나는 신형철 평론가의 "개인적이면서 우주적인" http://t.co/najWYa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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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같은 시기에 읽은 층위에 관한 두 개의 글, 하나는 @capcold님의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http://t.co/P6jhmEts, 다른 하나는 신형철 평론가의 "개인적이면서 우주적인" http://t.co/najWYa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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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3 am 올해의 민주언론상 본상 수상자는 이들이어야 했다 2011. 11. 18. 5:06 pm 시계와 미디어 환경에 대한 잡상. 2011. 11. 04. 6:40 am 온라인 언론이라면 적극적 적응이 필수: 허핑턴 포스트의 […]

Comments


  1. !@#… Joyh님/ 소수 단골들만 알고 구경하는, 시계방 가장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이상한 디자인과 미묘하게 특이한 기능이 담긴 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