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만화의 제작과정 (30)

   

 

 

 

 

 

 

 

 

그다음이 C급 조연인데 앞서 얘기한 세미프로를 여기에 속하게 하는 게 분류상 편리할 수도 있다.

 

세미프로들은 살다보면 흔히 접하게 되는 사람들인데 가령 공무원이라든가 회사(국영기업이든 사기업이든)에 근무하는 사람들로 사회의 근간이 되는 세금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 평범한 샐러리맨쯤 된다고나 할까?

 

전에는 이 세미프로들이 상당한 학력을 가져야(속칭 빽이라는 것을 가지는수도 있다) 자리잡을수 있는(팔자가 사납지 않았다)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회적인 커다란 변혁으로(이것이 뭔지는 굳이 설명 안하겠다) 산산히 깨지는 상황이 닥치므로 어쩐지 불안한 자리로 인식되가서 누구 말대로 전면 프로화 되면 퇴출대상 제 1호가 되겠지만 당분간은 관행이 유지될 것 같으므로 계속적으로 상대해야 할 인물이 될 것이다.

 

A급이나 B급 조연이 되기에는 너무 개성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아주 무시할만한 인물들은 아니므로 C급으로 분류해서 이야기상의 필수요소로 접수해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이다.

 

따분하다면 따분하기 그지없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라서 때로는 주인공급으로 상승(개성을 부여한다면)할수도 있으니 시간나는대로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갑자기 강의가 따분해지는 것 같으므로 C급 조연은 다음에 틈틈이 논하기로하고 나머지 엑스트라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엑스트라는 흔히 '지나가는 사람들'로 표현되는데 정말로 이야기 속이나 그림속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무시해서 삽입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실수하는 일이다.

 

엑스트라도 당연히 역할이 있으므로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으면 작품을 망칠 가능성이 농후해 개성부여까지 한다면 참으로 관찰력과 소양을 겸비한 작가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

 

대부분 거기에 비견하는걸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상대적으로) 엑스트라 이므로 겸손을 미덕으로 삼아야할 작가정신을 구사할 자격이 있다면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가끔 지나가는 사람으로 출연하는 유명감독의 얘기가 나오는데 아마도 재미있게 꾸미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재조명해보려는 인간적 발로에 의해서 나온 연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면 구성과 연출을 하는 것은 영화감독이나 만화가나 비슷한 테크닉을 발휘해야 하므로 직접 화면에 나와서 남모르는 개인적 존재감을 표현해 보는것도 스트레스 해소상 좋으리라 본다.

 

본인도 가끔 자신의 자화상을(다른사람이 관찰한 자신과 자신이 관찰한 자신은 많은 차이점이 있을수 있다) 특정작품에(아무데나 등장하지는 않는다) 엑스트라로 그려넣어 그 작품의 제작당시에 심리상태를 점검하는 포인트로 잡고있는데 후일 상당한 위안이 되고는 한다.

 

물론 그것은 작가 자신이 오직 혼자만이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비밀이기도 하기에 어디에 어떻게 등장하는지는 아르켜 줄수 없다.

 

글(소설)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그림만의 묘미로써 엑스트라로 지나가는 자신의 지난 표상을 바라보는것도 상당히 재미있기에 만화가를 해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스트렌져를 꿈꾸는 이상한 동물이기도 하니까...

 

 

 

                                                                   2000년 4월 만화가 '고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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