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많은 만화축제 가운데 극소수에 참가한 참가자 중에 한사람이며, 그만큼 경험과 내 느낌에 의존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편협한 관점을 지닌 개인이 끄적끄적해 본 그저그런 글이라는 것을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언제부터일까. 1년에 두세번 중소기업전시장이나 학여울 근처의 전시장, 코엑스 등등의 장소에 아침일찍 뭔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집단이 있다. 그와 동시에 그들보다 더 일찍 와서 매표소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 그 두집단 이외의 사람들은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만이 왁자지껄하다.

  겉으로 보이는 만화축제의 모습. 90년대 중반 아카가 만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학생층을 끌어모으면서 사람수를 늘려가는 데 성공한 이래 비슷한 만화축제가 조금씩 생겨나고,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만화책, 또는 통신공간을 통해 아마추어 동호회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입소문, 또는 만화잡지에서 소개되는 만화기자의 축제감상기사 그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만화에 대한 비평이나 말들이 많아진 지금도 아마추어 동호회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있다고 하면, 주로 프로와 비교대상으로, 프로작가들이 가지지 못한 신선함을 지닌, 대학에서 생겨난 소수의 만화동호회들이 그 예가 되겠다. 예술적인 작품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지닌 일본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논의에서 몇 개의 동호회가 소개되었지만 지금은 뜸한 편.

   아카에 참여하는 동호회만 해도 몇백개이다. 그들은 그저 좋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돈을 벌수 있다는 이유로, 작가가 되기 위해서 혹은 다른 동호회의 회지를 구경하기 위함으로 만화축제에 참가한다. 수년전만해도 동호회를 만든 사람들의 목적은 프로작가의 데뷔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나이도 꽤 많은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만화축제가 크지 않았던 그 당시 그들은 타 동호회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회지를 나누어 보았고 작가로 데뷔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들은 이야기임으로 장담은 못합니다.) 보통 회지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동호회의 경우 1년에 한 권 또는 두 권정도의 책을 내며 책을 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원고를 만들고 편집을 한다.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지만 그들은 그저 하면 작가가 되거나 또는 실력이 는다는 것, 그리고 읽어줄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지를 만든다.

   90년대 중반 아카에 사람이 늘어났고 그 대부분은 중고생들이며 최근에는 초등학생들도 참가하기를 원한다. 학생들에게는 축제가 말그대로 재미이며, 매체에서 접하는 만화를 베껴서 팔아볼 수 있는 기회이며 답답한 학교생활에서 활력을 주는 요소일 것이다. 게다가 축제기간동안 관람객에게 파는 팬시물의 경우 인기있는 소재를 잘 그려서 인쇄를 고급스럽게 하면팬시를 만드느라 들인 돈의 본전은 뽑고도 남는 경우도 있다.(새로 참가한 동호회의 경우는 그렇게 되기 힘들지만 몇 번 참가하면 사람들의 취향을 알게되며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다) 잘 팔리는 소재는 그들과 또래인 대다수의 관람객이 좋아하는 패러디물이다. 그들은 베끼는 데서 즐거움을 얻고 파는 데서 줄거움도 알고 여러 가지 경험을 쌓게 된다. 그들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그들에게만은.

   패러디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는 패러디가 나쁘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술을 늘리기 위해 가장 손쉽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베끼거나 약간 변형시켜서 그 작품의 분위기를 익혀가는 것이다. 중고생들이 파는 패러디물이 단순히 저작권 침해라고 하거나 상업성이 너무 강하다는 논리로 비판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을 함으로써 그들도 만화을 잘 알게 된다는 것. 그 중에서 작가로 데뷔할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프로가 되기위해 노력할 것이며 아닌 사람들도 만화를 취미삼아서 계속 축제에 참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그들이 패러디에서 벗어나 대중문화를 단순히 소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하나의 산물로 간주하도록 만들고 계속적으로 만화축제를 즐기고 그들의 뒷세대들에게 오래도록 전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 만화축제에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요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를 그릴 때 힘들더라도 작가들처럼 펜과 톤을 한번 써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할 만한 분위기가 있느냐 하는 말이다. 물론 오래된 동호회들은 계속해서 좋은 회지를 만들며 그들의 작품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실력있는 동호회들의 작품을 보고 미리부터 손때는 사람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인지. 실제로 어느정도 유명한 동호회들의 회지는 프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그러니까 유명한 거겠지요--;)
 회지는 언제나 팔리지 않는 것이며(시중에서 더 싸게 재미있는 잡지를 살 수 있다) 회지를 파는 사람들도 판매고를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회지를 읽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있어서 계속 힘을 내어 회지를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조금더 나은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좀더 잘하는 사람은 매우 잘하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지의 목적은 그것 다름아니다.
   아카회장도 지금의 축제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은 매우 유동적이라고 말한다. 만일 좀더 행사진행을 잘하는 자본이 이쪽으로 진출해서 참가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관람료를 내리며
유명가수를 끌어오는 초유의 사태?가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아카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오래된 전통? 아니면 헌신적인 임원진? 무엇이 있을까. 지금 행사를 치루기 위한 사무위원회적인 성격이 강한 아카에 대해서.

   5년이 지나면 지금 중고등학생들이 자라서 예전의 회지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
그때쯤 다시들어온 중고등학생들과 어우러져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을까. 그건 그때가 되어봐야 알수 있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자꾸 사라져가는 '나이 좀 들고' '회지만들고'
'팬시잘 못만드는' 동호회들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 아카측에서 우수회지을 뽑아서 상금을 주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하지만(이제야 시작한다니....) 그런 혜택이 어느정도 돌아가가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걸릴까. 머릿수를 늘려서 외적성장을 기하면 외부환경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내부성장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저 시장원리로 내버려두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참가자의 한명에 불과한 나는 모른다. 그저 뭔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할뿐.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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