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유료화에 대한 접근법, 이용과 충족

!@#… 뉴스유료화라는 화두에 관한 현실적 접근을 고민하기. 결론에서 제시할 제언은 아직 미진한데 생각은 여튼 묶어둬야할 때 남기는 러프 메모.

저널리즘의 위기 또는 저널리즘의 고사를 막아야 한다는 논의에는 사실은 두 가지의 별개 차원이 존재한다. 하나는 ‘사회적 당위‘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성립‘ 문제다. 전자는 비영리 또는 공공 매체 실험을 시도할 영역이고(이거야말로 풀어낼 이야기가 사실 3박4일이다), 후자가 바로 비즈니스모델의 영역. 물론 멋진 사회적 기능도 하고 돈도 벌면 해피하겠지만, 여튼 중심축은 다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흔히 뭉뚱그려 혼용되어버려서 결론이 이상해지곤 한다. 사회적 당위로서 저널리즘이 소중하니까 (영리 신문사에 돈을 대주고 신문을 사주는 내용의)신문지원법을 강화하자느니 뉴스 유료화하자느니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영리 언론은 시장 논리에서 성립이 되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그렇다면 핵심 질문은 ‘저널리즘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같은게 아니라, 좀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홍길동/홍길순이라는 독자가, 어떤 뉴스를, 왜 돈을 내고 사는가.

정확히는, 왜 누군가는 돈까지 낼 정도로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가. 미디어 효용-충족이론(UGT)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이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개론서 좀 들춰보시고. 어쨌든 UGT에서는 몇 가지 사람들이 미디어를 사용함으로써 충족시키는 효용들을 상정, 및 여러 방식으로 검증해온 바 있다. Katz등이 일찌기 세워놓은 틀은,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인지적 수요: 예를 들어 정보.
애착적 수요: 감성 충족.
개인-통합적 수요: 나는 누구인가.
사회-통합적 수요: 우리는 무슨 사이인가.
긴장 완화 수요: 에헤라디야~

미디어가 제공하는 구체적 기능은, 이런 수요들을 조합하여 충족시킨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범주들을 만들어볼 수 있다:
상징재로서의 미디어콘텐츠 소비 / 개인-통합적 수요, 사회-통합적 수요
콘텐츠 자체로서의 소비 / 인지적 수요, 긴장완화 수요, 애착적 수요
사회적 트렌드를 쫒는 소비 /사회-통합적 수요
관계자본 / 사회-통합적 수요
기타등등 기타등등.

여하튼 UGT는 연구의 소재와 실험 결과에 따라서 분류 방식과 세부 항목들이 오가지만 또 큰 차원 안에서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는데, 중간 과정 생략하고(학술문이라면 재미 없어도 생략하지 않았겠고, 기고문이면 재미 없으니 아예 안 꺼냈겠지) 나는 그 요소들을 이렇게 다시 묶는 지극히 단순화된 틀로 접근하고자 한다:
– 정보획득.
– 오락성.
– 사회성.

이런 범주에 들어갈 가치로, 가장 뉴스라는 방식이 ‘환산’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재생산: 전문지식(알아두면 전문성 향상에 도움이 됨). 투자(이걸 구해두면 더 돈이 나올 것 같아서). / 종사업계 전문정보.
– 즐거움: 가용한 것들 가운데 이게 특출나게 재밌어서. 정서적 만족, 긴장 완화. / 오락성 소식.
– 정체성: 외적 과시와 내적 정의감. 이걸 사는 내가 좀 짱. / 정체성을 부여하는 ‘관점’.

이것은 달리 말해 어떤 가치들을 담는가:
– 재생산: 정보의 전문적 깊이 또는 넓이.
– 즐거움: 오락성(유희든, 충격이든).
– 정체성: 나는, 우리는 이런 팀이(어야 한)다.

그럼 한국의 언론사들이 이걸 어떻게 챙겨왔는가:
– 재생산: 주식시세, 아파트시세, 개발소식, 정치판도, 신제품소식, 광고…
– 즐거움: 자극적 속보, 연예, 문화면, 연재창작물 외
– 정체성: 눈가리고아웅급 정치편향성

그런데 어떤 대체재들이 넘쳐나는가:
– 재생산: 온라인에서는, 전문사이트들이 바로 가용.
– 즐거움: 연예오락온라인통신사들. 개인매체들. 취향 커뮤니티들.
– 정체성: 아예 노골적인 정치편향성의 사이트들.

그리고 그런 대체재들의 폭풍 속에, 모든 것을 조금씩 해내서 하나의 공간에 채우는 언론사 특유의 번들링 기능이야 고스란히 포털사이트가 대체재로 기능해버렸고. 효용이 줄어들었는데 왜 사용을 하겠는가. 그것도 돈을 내면서까지.

!@#… 그럼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 프로급 언론이 내밀 수 있는 가치는, 결국 소식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의 프로성이다. 즉 전문적으로 특화된 뉴스 생산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다른 정보생산 방식보다 – 개개인의 블로그 포스팅, 연구논문, 뭐든 – 우월한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꽤 빠른 편인(일간, 주간) 속도 안에서도 사실 확인을 해내는 것. 여러 정보출처들을 비교하여 사실의 균형을 잡는 것. 데이터들의 과감한 교차 결합. 정돈된 논지와 문장으로 전달. 뭐 그런 것들인데, 결국 이런 것들을 각각의 효용에 적용하는게 정석이 아닌가 한다.

다만 이런 뉴스들을 어떤 형식 또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야 장점이 살아나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즉 뉴스업자는 ‘무엇’을 좌판에서 판다고 스스로를 정립해야 하는가. 적어도 온라인콘텐츠의 판에서는, 지금까지의 경험상…
– ‘관점’을 유료로 살 고객은 미미하다.(실패 사례: Times Select. )
– ‘소식’의 유료 고객은 도매 손님 뿐. (실패: 페이월을 섣불리 따라한 각종 미국 지역신문들.)
– ‘기획특집’의 유료 고객은 결국 책 구매와 유사하다. (실패: 수많은 ‘앱진’들.)

결국 남는 상품 카테고리는, 이건 확실한 내용이라고 참조할 ‘데이터’다(성공 ‘가능성’: 멀게는 천리안, 가깝게는 WSJ의 경제/금융정보의 사례들). 여기에 맞추어, 재생산, 즐거움, 정체성을 재편해보자고.

– 재생산:
— 전문 정보들의 효과적 종합. 요약생략이 아닌, 요점과 링크. 손실압축에서 인덱싱으로 변화. 즉 원래 신문을 위시한 프로언론의 필살기인 번들링을, 포털들은 굳이 하지 않는(!) 전문적 선별력의 – 요새 버즈워드로, ‘큐레이션’ – 관점에서 다시 구현하는 것.
— 기자는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아마추어일 때가 많아서, 현업종사자들보다 더 훌륭한 완성도의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대신, 취재하여 사실확인하고 여러 세부 안건들과 논점들을 비견하는 건 제대로 훈련된 프로기자가 유리하다.

– 즐거움:
— 선별. 판별. 확인의 즐거움. 제대로 된 옳은 정보를 획득했다는 즐거움 말이다. 예: 폴리티팩트 같은 팩트체커.

– 정체성:
— 정치성향의 진영 가르기와 편들기보다는,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기법들이 중요. ‘우리가 멋있다’가 아니라, ‘우리가 멋있는게 이렇게 증명 가능하다’를 독자들에게 파는 것.
— 제발 쫌, 칼럼들의 품질관리.

데이터로서의 참조 가치를 신뢰할 수 있는 보도 기사가, 풍부한 세부 안건 정리와 더 많은 양질의 자료로 이어지는 디렉토리 역할까지 한다(마치 잘 정리된 위키피디아 항목처럼). 소문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근거로 적절히 검증해서 시비를 가려주어, 소문에 촉각 세우는 것보다 훨씬 즐거움을 준다. 내가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의견이 분포되고 그 중 실제 적절한 것은 어떤 식이어야 할지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시각화해준다. 칼럼들은 네임드들의 세상사 사변 모음이 아니라, 구체적 방향들에 대한 고민이 담기고 또 여러 칼럼 내용들이 사안별로 묶여 의견의 스펙트럼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제시된다. 지금보다는 지갑이 좀 열릴 것 같다.

물론 무조건 사람들이 뉴스에 돈을 내게 만들 수 있는가 하면… 그래도 쉽지 않다. 대체재가 완벽하게 이쪽보다 우수할 필요도 없이, 굳이너프하고 공짜고 더 쓰기 편하게 되어 있으면 그쪽으로 갈수도 있다. 그 정도 리스크는 도저히 어쩔 길이 없으니. 하지만 이 정도를 안하면, 확실히 돈을 안 낼 것이다. 이쪽에서만 얻을 효용이 도저히 없거든.

게다가 이런 것을 추구하며,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전제 조건은…
– 당연히 내용 자체의 완성도 확보. 그것을 위해서는 속보경쟁으로 에너지 낭비하는 것부터 집어치우고.
– 표절 근절. 서로 침범하고 서로 눈감아주는 관행을 깨고, 천문학적 금액의 민사소송 폭탄들을 거치더라도 내 특출난 보도는 내 미디어에 와서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 그리고 새 보도 형식이나 독자 커뮤니티 관리 실험에 대해 경영진이 공격적으로 권한 위임을 하고, 무엇보다 투자를 일삼아야 한다(온 오프 뉴스룸 연계/통합 뭐 그런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소극적인 조치조차 고생인걸 보면 당연히 갈 길이 멀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그 쪽이 대충 평기자 몇 명이 독단적으로 맨 땅에 헤딩해서 그렇게 굴러가는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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