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사이트의 ‘사과문’ 소동(요약: 남의 글 도용 후 생까다가 법적 소송 전망이 보이자 꼼수 사과문)도 있고, 그 전에 슬로우뉴스 기사를 둘러싼 소동(요약: 도용관행에 대한 실망을 다룬 글에 대해, 허포코가 같은 수준으로 매도당했다고 항의 및 정정)에서 보듯, 큐레이션을 빙자한 도용관행에 대해서 뉴스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피로와 불만이 꽤 불거진 한 해다.
그래서 업계 차원의 원칙을 세우자는 진단이 당연히 나오는데, 사실 그런 원칙은 딱히 어려울 것이 없다. “경계선상에 회색지대가 있다”는 것과, “기준이 없다”는건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저작권상의 인용 개념을 끌어와도 대충 오케이지만, 좀 더 상호연결된 온라인 정보 현실, 뉴스라는 특성에 맞는 무언가라면 더 좋다. 그런 것을 만족시키는 기준은 바로…
“원본 열람 유도 여부“.
애초의 글을 원본, 그것을 나름대로 요약하고 재가공한 것을 소개본이라고 할 때,
A. 소개본을 읽고는 원본을 찾아보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명백히 담겨 있다면 큐레이션.
B. 소개본을 읽고 만족하도록 유도하면 우라까이(‘도용’의 언론 업계용어).
몇몇 관행을 여기 대입해보자.
– 원본 링크를 명시하지 않으면, 얄짤없이 B다. 원본을 열람하지 않게 되니까.
– 원본 링크를 명시는 해도 기승전결 다 옮겨오면 당연히 B다. 원본을 열람하지 않게 되니까.
– 그대로 복붙하지 않았어도, 자체적 보도 내용(여러 기사의 묶음 선별을 통해 개별 기사들과 다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브리핑’도 여기에 포함)을 위한 일부 인용이 아니라 핵심 논지와 전개를 고스란히 가져와도 여전히 B다. 원본을 열람하지 않게 되니까.
[주: 노파심에서 첨가하자면, 누가 다른 곳에서 퍼온 것은 원본이 아니고, 원본의 개별 주소에 링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간만 끄적인 것은 출처 명시가 아니다. 그러니까 “출처: 네이버뉴스” 같은 걸로 퉁칠 수 있다고 착각하면 난감하다.]
원본 링크는 반드시 넣고, 결론 일부만 소개하며 전문을 읽어보라고 명시하고, 해당 인용문으로 고스란히 압축되지 않는 자체적 보도 논지가 확실히 있어야 하는 것. 참 쉽죠?
!@#… 반면 어려운 것은, 그런 원칙이나마 지키게 하는 것이다. 안 지키고 막 나가도(아니 막 나갈수록) 유명세가 올라가고 독자가 모이고 광고비가 들어오며 구체적 불이익이 떨어지는 제재 따위는 쥐뿔도 없다면, 어뷰징을 하지 않아야할 유일한 동기는 내적 직업윤리의식 뿐이다. 그런데 그게 조직논리, 진영논리, 밥벌이논리에 간단하게 밟혀버리지 않는 판을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결론은 늘 그렇듯 인센티브(&디스인센티브) 체계 정비다.
PS. 도용으로 유명세의 “이득”을 얻는 문제 패턴은 비슷한 방식으로 어떤 블로거들에게도, 어떤 SNS상의 개인 계정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프렉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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