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닭대가리들에 대한 잡상.

!@#… 최근, mayrabbit님의 “당신도 할 수 있다! 뒷탈없는 강간을 위한 15계명” 이 여기저기 작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듯. 보다시피, 마구 공감가도록 쓴 촌철살인의 풍자다. 어디로보나, 밀양 집단강간사건의 최근 판결들에 대한  분노가 듬뿍. 그런데… 이게 DC 아햏햏 뉴스에서 기사화되었다. 리플들이… 가관이다. 풍자와 정신병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천한 독해능력과 그럼에도 한몫 끼고 싶어하는 다구리 정신은 가히 대한민국 국어 및 윤리 교육의 암울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종종 느끼는 바지만, 기본적으로 소위 ‘네티즌’들의 지능을 과대평가하면 큰코 다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통찰은 이렇다: “한 집단의 전체 지능 평균은 항상, 그 집단 내 최악 닭대가리의 지능과 거의 같다“. 즉 지능 10짜리 99명과 지능 1짜리 1명의 집단이 있다면, 그 집단의 전체지능은 한 2나 3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속칭 ‘물흐림’의 법칙).

가장 보편적인 해결책은, 그 1짜리 성원을 축출시켜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많은 경우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공개적인 온라인 공간이라든지 말이다. 자꾸 언론에서 네티즌 네티즌 해서 그러는데, 네티즌이라는 범위는 국민이라는 말보다도 더 애매한 큰 범주다. 사실 초딩과 전문가가 똑같은 발언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몽상적 민주주의로 보자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사상적 파시즘에 더 가깝다(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애초부터 지능 1짜리 독자들의 수준에 맞춰주는 것이다. 풍자? 그런 고난이도 기술로 찌질이들을 자극했다간, 원래 글의 의도는 소리소문없이 묻혀버린다. 전문용어? 못알아먹으면 화를 내는 것이 대세다. 지식은 얕은데 자존심은 높은 초딩들을 화나게 만들면, 다구리 당한다. 그러니까, 공개적이고 논쟁적인 내용의 주장일수록 논의수준이 얕아야 된다. 하염없이 얕아야 된다. 예를 들어, “여하튼 모든 건 노무현 잘못이야” 라든지, “노동자들은 빨갱이” 라든지,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라든지.

대결구도 역시 중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맞물려 있고, 그들간의 지속적인 균형잡기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상식은 너무 어렵다. 필요한 건, 이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적을 만들면, ‘우리편’의 결속력도 강해지고 좋지 않은가. 그래서 모든 관계를 내편과 적으로 딱 이분법으로 나눠버리고, 불특정 다수의 상대들을 원튼말든 적이라는 이상한 카테고리로 묶어버린다. 하지만 실제로 적으로 돌렸다가 판 전체가 제대로 안움직이면 어떻하지? 상관없다. 왜냐하면, 온라인상에서만 찌질거리는 거니까. 실천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애초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개싸움을 바라는 것이니까. 원색적일 수록 좋다. 근거도 없을수록 좋다. 감정적일수록 좋다. 만화대여권 건이 되었든, 독도 영유권 문제가 되었든, 군 가산점 논쟁이 되었든.

이런 것, 최악이라고? 다른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한 1000만배 정도 더 힘들기는 하지만. 바로, 집단 내 성원들 하나하나의 사회적 지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초등학교 이상 국어교육을 애매한 문학교육보다 미디어 교육, 토론 문화 교육, 사상사 교육 위주로 완전히 재편하는 것. 이미 멍청해진데다가 나이까지 먹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철저한 재교육. 학교 같은 곳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오프라인 공적 사적 영역을 포괄해서 어디서나 그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조주의자다. 다른 해답이 안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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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온라인 닭대가리들에 대한 잡상.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pinksoju – 역시나 결론은 교육?!
    확실히 대한민국 교육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대중은 대중_저는 하다못해, 이것저것 다양한 의견이 나올수 있을만한 환경이라도 되어간다면 좋겠습니다만_언론이란 것들은 네티즌이란 덩어리 쫓아가서 부채질하기 바쁘니. 어렵든/뭐든 간에, 여기저기 성찰의 목소리 정도가 나와야 하는건 아닌지..하여간, 씁쓸합니다. 적어도, 언론들이 네티즌의 힘_이라든 둥, 그런 파장들의 힘 실어주며 자극하는 짓거리만이라도 그만뒀으면 싶어요. 여론이 분포가 되는게 아니라..툭하면 덩어리가 되어가니, 섬뜩섬뜩합니다. 2005/04/18 01:06

    – 기린아 – 그러구 보니 강준만의 유시민 비판글이 서프애들에게 ‘강준만의 전향’으로 알려져서 주위를 안타깝게 한 적이 있었죠.-_-;; 2005/04/18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