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콜드의 색다른 만화 요리 [무크지 밥/0605]

!@#… 앞의 글과 마찬가지로, 무크지 ‘밥’에 기고한 글. 원래는 한국에 아직 안들어온 좋은 작품을 소개해준다는 의미에서 앞의 글의 박스기사로 작성되었던 것인데, 별도 코너로 분리되어 실렸다. 원래 이 박스기사의 제목은…

<부록> 해외 요리 접해보기: 영미편


맛있는 외국요리가 넘치는데, 아직 한국에는 전문점이 들어오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만화도 물론 마찬가지 이치다. 특히 어느 지역이라면 반드시 어떤 요리라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훨씬 다양하고 또한 의외로 우리 입맛에 맞는 요리들이 있는 경우 또한 일반적이다. 만화도 물론 마찬가지 이치다. 슈퍼맨과 배트맨 등 스판 입은 근육질 아저씨들의 이야기 아니면 내성적인 작가주의 만화가 전부라는 편견이 많은 영미권 만화 가운데 몇 편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 아직 출간 안 됨으로써, 그런 편견을 해소하는 일에 아직 일조하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

*최후의 남자 Y (Y: The Last Man) / 브라이언 본 글, 피아 구에라 외 그림 (연재중)

현대 사회. 급작스러운 원인불명의 괴질 현상으로 일순간에 지구상의 모든 수컷이 멸종된다. 인간 남자들이 멸종하자 원래 남성 지배적이었던 현대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엉망이 된다. 그런데 단 한명, 탈출마술 청년 요릭과 그의 수컷 애완 원숭이 앰퍼샌드만 살아 남았다. 전지구적인 하렘물의 시작? 전혀 아니다. 남성을 절멸시키려는 여성주의 광신 단체, 남성을 얻어내 세계적 군사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이스라엘의 특공대, 생존 수컷의 샘플을 얻기 위해 일본에서 파견된 닌자 등 수많은 자들에게 노려지는 사냥감일 뿐이다.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로드무비형 TV 시리즈물의 형식을 지니고 있으며, 걸출한 SF스릴러다. 그림체와 연출 역시 근육질의 경연장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극화체에 가깝다. 신랄한 대사와 매끄러운 연출, 멋진 세계관과 스토리가 어우러지는 일류 오락.

*본 (BONE) / 제프 스미스

본마을(Boneville) 출신의 본 3형제가 겪는 중세 판타지 스타일 모험담. 용과 이종족들, 왕가의 과거, 영웅들과 반영웅의 대립, 관념적 힘의 거대한 위세, 그리고 희생 위에 결국 모든 것을 극복하는 위대한 승리.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선굵은 서사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월트 디즈니가 만약 뮤지컬 지상주의와 스토리를 희생한 스펙타클 지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원래 초창기에 가지고 있었던 호쾌하고 유쾌한 활극 모험물의 틀을 계속 고집했더라면, 그리고 <반지의 제왕> 같은 장대한 서사극에 눈독을 들였더라면 이런 작품이 나왔을 듯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 대신 작가 제프 스미스가 대형 출판사에 의탁하는 일 없이 직접 출판하여 그 성과를 이룩해냈다. 완간 후 2005년에 1000페이지가 넘는 한권 짜리 책으로 재출시된 적도 있다. 한번 펼치면, 3박 4일 꼬박 세서라도 다 보게 된다.

*특출난 신사들의 리그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 앨런 무어 글, 스티브 오닐 그림

한국에서 <젠틀맨 리그>라는 당혹스러운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의 원작 만화. 물론 다소 부족한 점이 많았던 영화와는 품격을 완전히 달리한다. 영문학 대중소설 고전의 주인공들 가운데 특출난 능력을 지니거나 강인한 모험심을 보였던 사람들을 빅토리아 시대 영국이라는 하나의 무대에 결집시켜놓고 팀을 이루게 만든 프로젝트. 영국 근대판 슈퍼히어로 올스타팀인 셈이다. 스토리 진행은 당대 영문학의 모험적 요소들을 잔뜩 오마쥬하면서도 현대적인 재미를 부여하는 능수능란함을 지니며, 대사는 각 인물들의 ‘원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문학적 향취호 가득하다. 그림과 연출 역시 딱딱한 듯 하면서도 현대 슈퍼히어로물의 역동적 구도를 무시하지 않는 미묘한 혼합형을 구사하는 매력을 주는 등, 한마디로 “특출난 만화요소들의 리그”다. 품격 있는 대중오락을 마음껏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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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캡콜드의 색다른 만화 요리 [무크지 밥/0605]

Comments


  1. !@#… 네이탐님/ 옙, 얄궂은 일이죠. 앨런무어는 DC하고 학을 떼서 짐리의 와일드스톰으로 옮겨서 자기 브랜드라인 ABC를 만들었는데, 1999년에 와일드스톰이 통째로 DC로 넘어가버렸다는 안습 상황이…;;;

  2. 본! 웬지 재밌을거 같은 느낌이 막 드는데요. 예전에 책 한번폈다가 끝까지 간 유리가면의 기억도 갑자기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