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이 만화시장을 구원할 리가

!@#… 사실은 2011.12월글. 원래 태블릿 만화잡지 새 창간기념 기사로 의뢰받은 글이었으나(물론 태블릿 붐의 한계를 냉정하게 지목하는 내용으로 써버렸더니 창간준비팀에서 별로 안 좋아함), 해당 잡지가 창간을 안해서 써먹을 일 없이 떡밥만 식어가길래 – 이 글을 쓴 이후의 시기에 아이패드 전용신문 ‘더데일리’도 망하고 뭐 그랬다 – 버리느니 그냥 블로그 오리지널로 돌림.

태블릿이 만화시장을 구원할리가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수년간 출판시장이 줄어들고 그 와중에 출판 만화 역시 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그리고 종이 인쇄 대신 디지털이 해법이 되어 주리라는 기대 역시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출판만화가 지금껏 누렸던 시장이나 팬덤 등의 문화적 위상을 옮겨내고 그 이상의 발전을 이뤄내는 것을 만족스럽다 싶을 정도까지는 해내지 못했을 뿐이다. 디지털은 만화 유통에서 혁명적인 수단이 되어주리라 했는데, 도대체 왜? 그 답으로 종종 꼽혀온 것이 바로 스크린은 종이에 필적할만한 충분히 좋은 만화 독서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해상도가 너무 낮아 그림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거나, 클릭이나 스크롤로는 적극적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맛이 없어서 몰입이 부족하다거나, 손에 묵직하게 뭔가를 쥐고 읽는 존재감이 없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비단 만화가 아니라 종이신문, 책 등 여타 인쇄매체의 디지털화에서 폭넓게 제기되던 것들이다. 즉 상품가치가 부족하다는 것.

그런데 아이패드의 판매와 함께, 태블릿 컴퓨팅이 히트를 쳤다. 저해상도 인쇄의 수준까지는 도달한 해상도, 만져서 상호작용하는 화면, 늘 손에 뭔가를 쥐고 있게 하면서 지나치게 무거워 손목이 탈골되지는 않을 정도의 존재감, 그리고 갈수록 세련되게 발전하는 디지털 유통배급. 잡지와 신문들이 먼저 환호를 질렀고, 만화 역시 확실한 무언가를 드디어 만난 듯 했다. 태블릿은 만화를 구원할 것인가. 아이패드의 시작과 함께 미국 양대 만화출판사 중 하나인 마블이 아이폰에서 명성을 쌓은 코믹솔로지와 손잡고 자사 만화 유통/독서 앱을 내놓았고, 이후 여러 다른 출판사들, 그리고 다른 앱 업체들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뒤이은 2년간 앱만화 출판 규모의 성장추이는 나름의 낙관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태블릿은 그 자체로는 만화 시장을 구원하지 않는다. 신문, 잡지를 구원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종이만화에 필적하거나 그것을 능가하는 사용성은 확실히 상품가치를 높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별의별 상품가치 낮은 만화양식도 충분히 즐겨왔음을 기억할 수 있다(예: 조악한 인쇄의 잡지연재와 형편없이 작은 판형의 해적판 단행본들). 모든 분야에서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되 그것을 담아내는 매체의 구매는 줄어드는 것이 기본 추세다. 아무리 태블릿의 앱 기반 방식이 웹과는 달리 유료화 통제가 더 용이하다고 해도, 줄어드는 종이책/잡지 판매만큼 디지털책/잡지 판매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이 늘 그렇듯, 우수한 어떤 특정 시도들에 대해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플랫폼을 즐기는 이들에게 최적화한 무언가를 제공할 때 말이다. 예를 들어 00년대 초 온라인 만화방의 붐 속에, 온라인 유료결재를 하고 만화를 볼 용의가 있는 독자층의 선호를 충족시킨 성인향 무협만화와 에로만화 등 기존 대본소만화 취향 작품들이 일정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반면 출판물에서 그간 주류 장르로 성장했던 소년만화는, 만화웹진 [해킹] 등의 사례에서 보듯 그 플랫폼에서는 금새 주변화되었다.

태블릿도 다를 바 없다. 다른 기기이기 이전에 특정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사용하는 매체 플랫폼이고, 그 사용자들의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태블릿이 만화시장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클러스터의 마음에 들고 지갑을 열게 하는 최적화된 만화 와 그것을 향유할 환경을 제공할 때, 바로 그 사업만 구원한다. 태블릿이 아니라, ‘나에게 최적화’다.

Copyleft 2013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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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어 버전도 작성. 번역자에게 맡기면 만족할 품질이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

Tablets Don’t Save the Comics Industry

Nakho Kim (comics researcher)

It’s commonplace in recent years that the printing market has been declining, and the comics market along with it. And the hope that the digital will save it is not new any more. Problem is, it just didn’t happen, or at least it was far from satisfactory. Why did the big revolution not take place? One popular answer was that the screen was not providing an user experience as good as paper. The resolution was too low to enjoy fine drawings, clicks and scrolls aren’t as involving as page turning, you have to hold something in your hand to appreciate it … the list goes on. It seemed to have less production value and thus commercial appeal.

Then came along the tablet boom, headed by iPad. The resolution was good enough to be low-density print, touch-interactive screens, and you hold something in your hands: heavy enough to feel its presence, light enough for your wrists not to fall off. Ah, and the online digital distribution. The printing world, and comics along with it, shouted hooray. Marvel teamed up with Comixology with its iPhone app fame, releasing its own shopping and reading app. Other publishers followed along or went into the digital shops. The participation grew, providing grounds for optimism.

However, tablets in themselves don’t save the comics market. They didn’t do so for newspapers or magazines so far, despite all the hype. Sure, the production value has increased. But then again, we’ve been enjoying comics with ridiculously low production quality – for example, coarsely printed cheap small prints. In any field, the demand for contents is exploding while the will to pay for its medium is decreasing. Although tablets provide better ways to make people pay for stuff, there is no reason to believe sales increase in the digital market will ever make up for the decrease in print market.

But as it is the case with any new platform, it will provide great opportunities. Not for the industry overall, but for the few specific cases that get it done right. That succeed in optimizing themselves for the platform, the taste of its users at that specific time. When the paywalled online comics libraries were booming in Korean in the early 00s, wuxia comics and erotic comics aimed at adults was the genres that found a solid readership willing to pay. On the other hand, the shonen genre which was the mainstream in the print world, was rapidly marginalized on that platform.

The same goes for tablets. It’s a media platform used by users with specific set of tastes. What counts is to provide comics that click with not the tablet machine, but with the users using it. Not the whole comics industry, but only the comics lineups and magazines that optimize the choice and reading experience to the specific cluster of users can achieve any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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