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개발 지옥에만 떠돌다가 결국 완성되어 최근 개봉된 배틀앤젤 알리타, 즉 헐리웃버전의 총몽을 보고 옴. 99년에 처음 만들어봤던 홈페이지가 총몽 팬페이지였고, 이후 모 잡지에서 “내 인생의 만화“를 문의받았을 때 꼽았던 것도 총몽. 관람하지 않을 방도가 없었기에, 몇가지 감상 포인트를 남긴다. 일반관 3D (Real 3D) 기준.
!@#… 워낙 많은걸 채워넣어 영화를 만든지라, 장점도 단점도 많다. 단점은 주로… OVA버전의 오리지널 요소에서 고스란히 승계한 것들.
예를 들어 시렌이라는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것(별로 매드하지 않은 매드사이언티스트 설정, 쟈렘에 대한 모호한 집착과 애매한 인간관, 마지막 귀결 등). 기구한 과거의 기생 사이보그 마카크를 대체하는 별로 사연 없는 떡대 그루치카. 고철도시 권력자 벡터의 결말. 그리고 쓸데없이 거대한 두 눈도 그러한데, OVA가 하필 그림체가 그 방향인 전설의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 유키 노부테루의 손을 거친지라;; 여튼 OVA를 굳이 원전으로 포함시킨게 아무래도 손실이 많아 보인다. 특히 존재를 굳이 정당화하기 위해 던진 시렌의 모성애 드립은 시대착오형 여성캐릭의 모범.
!@#… 또다른 단점은 역시, 인명경시가 훨씬 나긋나긋해짐. 얼추 슬립낫에서 본조비로 바꾼 정도. 모터볼 경기에서 관객들이 죽어나가지 않는다니. 고철도시의 강도 청소년이 불살을 외치다니. 사이버네틱의 끝에서 완전히 정신나가버린 슬럼가 분위기의 원작에서, 미국 중북부 쇠락 공업도시 정도로 순화. 사이보그들의 비주얼도 신체는 만족스레 정신나갔지만 얼굴은 뭔가 인간스럽게 보이게 하느라 타협을 많이 봤다.
!@#… 하지만 장점이 워낙 많다. 우선, 내용도 분위기도 뭐도 별로 안 망했다(드래곤볼부터 공각기동대까지 주마등)! 과연 신시티의 이식을 성공시켰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미국 평단에서 설명조 대사가 너무 많다고 까이는데, 알리타=갈리가 작중 세계에 기억 없이 처음 눈 뜬 사람이니 그럼 설명을 좀 해줘야 맞지 않겠나(에반게리온 신극장판Q가 떠오르며 화가 절로 치밀…). 크리스토프 발츠의 감정 누른 고지식함도, 닥터 이도의 설정에 적합. 딸로 키우겠다는 집착은 뭔가 원작 이상으로 철완아톰스러웠지만, 비교적 빨리 내던지고 니 갈 길 가라 인정히니 오케이.
!@#… 알리타=갈리의 골룸 눈도 불필요하다고는 했지만 보다보면 빨리 익숙해져서, 배우가 엠마 스톤이겠거니 치면 오케이. 영화에서는 300년전에 충돌했던 화성전사들은 원래 그런 얼굴이었다고 설정하는데, 이런 생물 감각의 차이는 나중에 ‘라스트오더’ 분량까지 가게된다면 대충 괜찮을 떡밥. 알리타=갈리 캐릭터의 연기나 상황 대처 하나 하나는 상당히 적합했던게, 스토리 분량이 그의 소녀(의 자의식) 시절 이야기라서. 애초에 원작 캐릭터도 시작은 그저 자렘을 막연하게 동경하는 소년을 막연하게 동경하는 판단력 흐린 소녀였고, 여러 비극적 인연과 충돌을 거치며 전사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점점 강해지는게 큰 매력이었다.
!@#… 자잘한 설정 변경과 끼워넣기는 무난한 수준. 데스티 노바 박사가 지상을 헤집는 광기의 과학자가 아니라 이미 쟈렘의 VIP로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나중에 지상에 내려오는 식으로 이후 이야기를 만들면 될 일. 아기 코요미가 존재하지 않는다든지 자슈건이 파마 머리라든지 하는것도 뭐 이후 전개로 어찌어찌 되겠지.
!@#… 그런데 문제는 역시 그 “이후”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여부다. 지금 내용으로 흥행이 충분히 되서 투자자들을 다시 등쳐먹을 수 있을 것인가 같은 냉엄한 산업적 문제는 고사하더라도, 원작의 이후 내용을 도저히 PG13 등급 말랑말랑한 헐리웃 스토리로 만드는걸 상상하기 어려워서다. 모터볼 챔피언십이야 뭐 그렇다쳐도, 광전사 쟈팡 스토리의 (반)종교적 모티브까지 다분한 딥다크함은 어쩔거임. 그 중간 다리 없이는 TUNED요원 스토리도 못 나오고, 프랜차이즈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할 바자크 혁명도 어렵고, 결국 우로보로스와 자렘정복 모두 꼬인다.
뭐… 내가 걱정해준다고 뭐든 바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응원을 보낼 따름. 무사히 속편 나와주면 좋겠다. 노바 박사가 푸딩 먹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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