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보급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스마트폰 S/W [소저협블로그]

!@#… 지난주에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블로그에 실린 글. 짤방과 편집이 들어간 완성본은 여기로. 이건 빡빡딱딱한 제출원고 버전이다.

 

기기보급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스마트폰 S/W 전망

김낙호(미디어연구가)

2년 늦게 시작한 미래

2009년 하반기 국내 IT업계에서는, 최신 발명품과는 전혀 동떨어진 어떤 제품이 화제를 독차지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업계 특성상 과거의 유물이 될 법한 2년이라는 유예기간 뒤에야 상륙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 소프트웨어업계, 나아가 언론사를 위시한 콘텐츠업계가 모두 이 물건이 가져올 변화에 먼저 뛰어들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2009년 11월, 여러 차례의 법제도 실랑이와 유예 끝에 KT에서 애플사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정식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출시 한 달 만에 20만 가입자를 모으면서, 아이폰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범주와 그 활용방식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어 붐을 일으킨 이후 2년 정도 늦은 시점이다.

이전에 노트북 컴퓨터의 보급 확대가 전산의 공간적 자유를 불러와서 오피스 기능의 기동성과 다양화를 가져왔다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핸드헬드 컴퓨팅은 컴퓨터를 사용한 생활습관을 일상성의 모든 차원에서 완성시킬 잠재력이 있다. 사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은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하고 여러 제품들이 출시된 바 있었으나, 대부분 고가의 휴대용 전화기에 PDA 기능을 일부 추가한 다기능폰 전략을 구사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활용의 대부분은 별도로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보다는 기존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기기에 설치된 기본툴과 통신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모바일콘텐츠 서비스를 거쳤고, 경직된 요금 제도까지 맞물리며 비교적 마이너한 시장영역에 머물렀다. 이런 트렌드를 2년전 미국에서, 그리고 2009년에 한국에서 뒤집은 것이 바로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개념을 다기능폰에서 포켓컴으로 바꾸어 놓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화라는 고유기능에 부록이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MacOS 커널을 그대로 경량화한 iPhoneOS를 기반으로 보통 노트북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거의 전부 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 기능을 더한 것이었다.

아이폰의 국내도입과정에서 생긴 잡음은, 역설적이게도 포켓컴으로서의 스마트폰 사용 환경 전반을 상당부분 개방해주었다. 위치정보사업자 등록 의무화 규정을 완화한 것이나 통신사에 지불하는 데이터통신 비용을 대폭 줄여줄 WiFi 접속기능을 유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KT가 이미 네스팟 사업으로 WiFi 핫스팟을 널리 확보하고 있었던 점도 여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아이폰 출시 즈음에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던 삼성 옴니아2의 대단히 공격적인 비교 마케팅의 결과, 오히려 그만큼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풍부한 응용 프로그램을 통한 범용성이라는 장점이 더욱 부각되었다.

사실 기기 자체의 성능 이상으로 아이폰이 스마트폰 개념에 가져온 혁명은 일종의 장터 방식인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소프트웨어 제작 및 유통 생태계에 있고 (2년여 기간동안 20만여종의 소프트웨어가 판매대에 올라왔다), 한국 역시 본격적으로 앱스토어 환경에 뛰어들게 되었다. 사실 아이폰 출시 이전에도 같은 운영체제를 쓰는 전화기능 없는 모바일기기인 아이팟 터치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었고 드림위즈를 위시한 여러 업체들이 앱스토어용 국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 바 있다. 하지만 주로 해외 시장을 겨냥했고 위치정보, 터치감, 영상촬영 등으로 일상적 활용성을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적용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무 툴이나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와중에 아이폰 국내 출시로 인하여 플랫폼 보급이 빠르게 확장되어 국내 시장이 늘어나자, 라면 타이머에서 서울시 지하철 위치 안내도까지 다양한 영역의 앱들이 금새 대중적 히트를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의 게임 등급 심의 등 제도 차이로 인하여 앱의 구입에 국적에 따른 제한이 부여되어, 다수의 사용자들이 미국 주소로 등록된 신용카드로 해외국적 계정을 만드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등 아직 앱스토어 생태계 전부가 한국에 열린 것은 아니었다.

2010년의 화두

올해는 아이폰에 이어 구글에서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기기들이 출시 예정이고, 삼성 역시 기능적 한계를 드러낸 윈모 체제를 버리고 안드로이드폰 또는 자체개발중인 ‘바다’ OS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장터 방식의 소프트웨어 유통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는데, 사용자들의 수요에 알맞은 앱을 많이 갖추는 것이 판매 수익은 물론 자사의 기기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앱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앱 보유량과 편의성으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앱스토어와 개방형 시스템을 표방하며 추격에 나선 드로이드마켓의 양강 구도 속에서 기타 경쟁자들이 지분을 확장하고자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구도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이폰과 드로이드의 경쟁은 보다 큰 차원에서 보자면 동기화 방식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쟁이기도 하다. 아이폰은 애플의 기존 휴대용 기기들의 연장선상에서, 다양한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를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표방한다. 즉 아이폰에 설치한 프로그램, 읽은 메일 및 사용기록들을 아이튠즈 프로그램의 동기화 기능을 통해 데스크탑 컴퓨터의 데이터와 동일한 상태로 유지하는 식이다. 반면 구글은 데이터 자체가 기기에 저장되기보다 구글의 분산된 서버에 저장되고 사용자는 단지 그것에 접속할 뿐인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호한다. 이 경우도 어느 기기로 접속하더라도 데이터 자체는 한 곳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경험이 하나로 통합되며 나아가 저장용량도 아낄 수 있다. 반면 인터넷 접속이 빠르고 상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과 비용감소의 방향으로 발전이 이루어질수록 궁극적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이 우세해지겠지만, 아직 수년간은 두 방식이 팽팽한 경쟁구도를 이룰 것으로 보여서 소프트웨어 제작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싱크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앱은 기기에 최적화된 연산처리 및 작업 데이터 관리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요구받을 것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바일 가상화 솔루션으로 서비스업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가장 주목을 끌게 될 개별 분야는 상거래, 소셜 네트워킹, 그리고 위치기반 서비스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완전한 휴대성과 일상적 컴퓨팅 파워 활용이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수요는 역시 소비행위, 사람들 간의 모임, 그리고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거래는 액티브엑스 기반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보다 간편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미 인터넷서점 예스24알라딘에서 첫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궁극적으로는 아이튠즈가 구사하는 원터치 방식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킹의 경우 이미 넘쳐나는 각종 트위터 앱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하고 파편화된 인적 네트워크의 여러 메시지들을 어떻게 소형기기에 가장 적합하게 조직화하고 상호작용을 간편하게 만들어내는지가 발전의 방향이 될 것이다. 위치기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는 현 위치로 보는 지역정보 서비스, 더 기술적으로 복잡한 차원에서는 해당 정보를 현지 영상과 결합시켜주는 증강현실을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각 개인이 필요로 하는 지역정보를 효과적으로 선별해주는 작업, 그 이전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알고리즘 혹은 협업으로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 운영 등이 관건이다.

휴대성의 증가에 따라서 정보 검색과 열람 자체가 더욱 실시간으로 일어날 것이기에, 미디어 콘텐츠 분야 역시 많은 발전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이미 벅스가 자사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고, 소리바다는 아이튠즈에 한국 가요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장 이런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분야는 바로 언론이다. 이미 공짜 열람과 포털 납품 및 조회수 낚시로 고착된 웹과 달리, 앱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콘텐츠 결제 방식이라는 선택도 새로운 방식의 광고 협찬도 시도할 수 있는 초입단계기 때문이다. 뉴스를 유포하고 소비시키는 방식을 재규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쪽으로는 내부의 기사 작성 관행이지만 다른 쪽으로는 최적화된 뉴스 앱이다. 섹션 검색, 개인화, 소셜 네트워킹, 위치기반 연동 등 다양한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성공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에 대한 크로스 플랫폼 요소의 중요성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태블릿 컴퓨터가 애플, MS 등 다수의 제조사에 의하여 출시될 예정인데, 이들이 스마트폰용으로 구축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같이 활용할 경우 개별 앱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기기에서 동일한 경험을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책(잡지, 만화 포함) 열람기, 게임 등이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한 사전준비가 요구된다.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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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기기보급에서 생태계 경쟁으로: 스마트폰 S/W [소저협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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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k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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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완성본도 가서 봤는데 뭐랄까 짤방 몇개 들어간 것만으로 뭔가 다른 글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그나저나 요즘은 쓰신 글 보고 링크 넘어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한 번 본 글에 어떤 댓글 달렸나 다시보기까지 하느라 캡콜닷넷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능… 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