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익하고 무의미한 – 심지어 자칫 악용될 여지까지 있는 – 강제적 죽음을 당하신 고인에게 명복을.
!@#… 사실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정서가 매말라서? 그게 아니라,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입니다. 국익을 위한 파병을 부르짖던 수많은 미친새끼님들, 이 정도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겠지요. 파병 반대론자들이 이런 종류의 위험을 경고했을 때 두 귀와 두뇌회전을 완전히 멈추어버리셨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저는 파병 결정이 되었던 그 때 이미 충분히 놀라고 경악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은 그저 씁쓸하기만 합니다.
!@#… “우리는 이라크에 평화를 가져다주려고 가는건데 왜 공격하느냐” 라는 순진무구발랄한 주장을 정말로 믿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저자거리의 시민들도, 심지어 나름대로 엘리트라고 자부한다는 양복쟁이들도. 그런데 말입니다… 이 똑같은 대사를 사실은 미군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터전에 폭탄을 쌔려부으면서 되뇌였던 대사가 바로 이겁니다. 왠지 느낌이 안온다구요? 2년전 여중생 미군장갑차 압사사건때도 그들은 이 똑같은 대사를 읊었습니다. 지금 한국군 – 나아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라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약간은 감이 잡히십니까.
!@#… “왜 이라크놈들은 죄없는 민간인을 잡아다가 살해하느냐”라는 애처로운 뒷북도 곤란합니다. 미국의 똘마니로 파병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한국’이면 이미 ‘죄없는’ 이라는 범주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인은 미군 군납업체의 직원이었고 군납물자를 운반하는 트럭에 타고 있었으니, 더더욱 무관할 수가 없습니다. 죄없는 것은 이미 이유가 안되고, 민간인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을 두둔하고자 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들의 방법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들은 자신들에게 충분히 의미있는 표적을 잡았던 것입니다. 죄없는 민간인이든 죄많은 군인이든, 무익하고 슬픈 희생인 것은 어차피 매한가지입니다. 이라크 보내달라고 깝쭉대고 설쳤던 홍사덕씨가 잡혀서 희생을 당했더라도 마찬가지 감정이었을 겁니다.
!@#… “왜 일본은 구해냈는데 우리는 못했냐…무능한 정부놈들” 이라고 이제는 또다시 한일 비교론도 나오더군요. 하아… 무능한 정부놈들이라는 건, 일본과 비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똘마니로 파병결정을 했던 그 순간에 말이죠. 아니면 한미동맹을 위해서 반드시 전투병을 파병해야한다고 떠들어댔던 그 순간은 어떨까요. 숫제, 자랑스럽게 한국이 미국영국에 이은 3위 파병국이라고 언론이 떠들어댄 그 순간도 만만치 않죠. 다각적인 대처방안을 미리 세우고 어쩌고… 뭘 어떻게 세우란 말입니까. 결국 아무리 해봤자 방법은 두 개밖에 없죠. (1) 철군, (2) 뒷돈. 순진하게스리, 사람들은 – 무엇보다 조중동을 위시한 싸구려 언론은 – 여기에 (3) 훌륭한 설득으로 인질범들을 감화시켜서 감동의 눈물을 펄펄 흘리게 만들고 그들의 죄를 후회하게 만든다 라는 옵션이 있는 걸로 착각하는 듯 합니다. 철군은 안하겠다고 대뜸 선언을 해버렸고, 남은 방법은 결국 뒷돈. 아마 그쪽 민간업체의 사장분은 그 쪽으로 교섭을 시도했겠지만, 결국 실패한 겁니다.
!@#…”이제는 보복이다. 이라크놈들의 씨를 말려버려!” 라고 주장하는 힘만 넘치는 씹쑝들. 제발 고정하십시오. 사회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 엉뚱한 방향으로 풀려고 하지 좀 마십시오. 가만히 있으면 우습게 보이는 거다, 철군하면 오히려 테러에 굴복하는 거다… 라는 논리도 결국 이것의 연장선상일 뿐입니다. 내 자식은 소중하고 남 자식은 바퀴벌레나 다름없다라는 식의 유치한 세계관을 이제는 졸업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여전히 해답은 하나입니다. 파병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말로 이라크를 돕고 싶다면 민간 구호 기관들이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유능한 민간 경비업체들을 보내는 것이 정석입니다. 부정한 전쟁, 미국이라는 점령군의 친구 – 아니 이쪽 사람들 좋아하는 용어로 ‘혈맹’ – 자격으로 남의 나라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침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건 아무리 서희 젬마 부대가 지상위의 천사라고 할지라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파병을 고집하는 것은, 어디로보나 이라크를 위해서가 아닌, 미국을 위해서겠지요. 보다 정확히는, 지금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부시라는 사악한 머저리와 그의 군산복합체 이익세력들을 위해서. 그리고 11월에 만약 정권이 바뀌면 또 그쪽에 붙어서 똥꾸멍을 햝아주고. 그 접대 근성을 언제 버릴련지. 과연 버릴 수 있을련지. 거래와 협상을 할 생각보다는, 접대로 감동시켜서 계약을 따낼 것만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경영관행의 복사판에 다름 없습니다. 제발, 미친 짓 – 이라고 쓰고 ‘파병’이라고 읽어도 됨 – 좀 하지 맙시다.
!@#… 아침뉴스, 고인의 집 앞에, 일부는 아예 안으로 들어간 하이에나같은 언론사들의 자의반 타의반 돌격대장들의 장사진이 씁쓸했습니다. 늙으신 할머니가 방에 걸려있던 조악한 플라스틱 이라크 깃발을 바닥에 팽개치고 울음을 터트리시는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TV 카메라가 짜증났습니다. 단지 슬퍼하기만 할 뿐인 동네 주민들을 모조리 한번씩 훑어주는 화면을 부숴버리고 싶었습니다. 피해자 속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속의 피해자라는 애매한 위치의 모순을 짚어주는 통찰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라크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이라크 파병의 진짜 득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약간은 더 성숙하게 접근을 해주었으면 좋겠건만.
!@#… 직접적인 자기 이익도 없이, 종주국의 눈치를 보고 꽁무니를 쫒아다니느라 자국민의 목숨도 갖다 바치는 불쌍한 침략자들. 이류, 삼류에 불과한 불쌍한 존재들. B급 침략자. 첫 희생입니다. 이걸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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