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월마트와 아이폰 사이 [IZE / 140312]

!@#… 게재본은 여기로. 허포에 대한 비판이나 자화자찬은 이리저리 넘치니, (늘 그렇듯 재미는 덜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얻을까 타진하는 방향으로.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월마트와 아이폰 사이

김낙호(미디어연구가)

미국에서 가장 독자규모가 큰 온라인 언론인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포)가, 한겨레와 손을 잡고 한국판을 최근 발행하기 시작해서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아사히신문이나 월스트릿저널에서 서비스하는 한국어 기사들과 달리 제대로 현지판을 제작하는 것이다. 한국 언론환경에 ‘외부’의 크고 성공적인 힘이 진입하게 된 이런 사례가, 과연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큰 외부 플레이어 진입의 영향의 두 가지 극단은 바로 월마트와 아이폰이라고 볼 수 있다. 월마트는 미국 유통업계의 총아인 마트 체인인데, 한국에 들어와서 현지화에 대한 경시 때문에 결국 초라하게 경쟁에서 밀리며 사업을 접었다. 애플의 아이폰은 정반대다. 아이폰이 한국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이란, 삼성이 옴니아 따위를 스마트폰의 첨단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떠밀고, 통신사들의 장사를 위해 와이파이를 경원시하고 데이터요금 바가지가 무섭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이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과 활용의 수준을 급격하게 끌어 올리면서, 모든 회사들이 나름대로 선의의 경쟁에 돌입하여 모바일 기기와 서비스 전반의 상당한 품질 향상과 다양성이 왔다. 두 말 할 나위도 없이, 허포코리아가 한국 언론환경에 해주면 좋을 역할은 월마트가 아닌 아이폰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기대수준을 상당히 낮출 필요가 있다. 먼저 매체의 기본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애초에 허포는 크게 세 가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보수성향 ‘드러지 리포트’에 대한 대항마라는 탄생배경과 관계된, 각종 소식의 큐레이션(수집, 요약, 확산) 기능이다. 둘째는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의 활동과 관계된, 리버럴 성향 저명인사들의 논평 이다. 셋째는 나중에 훨씬 성장한 다음에 조금씩 추가하기 시작한, 자체 취재 기사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종류의 기사들을 공격적으로 확산시킨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일만한 소재 접근과 분류법을 적용하고, 검색 엔진 최적화에 만전을 가하며, 강력한 댓글 활성화 및 품질 관리로 독자들을 재방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허포의 강점 가운데 허포코리아가 간단하게 인계 받을 수 있는 것은 적다. 미국에서 쌓은 브랜드 가치는, 만약 언론의 국제판에서 그런 것이 정말로 효력이 있었다면 오마이재팬의 이른 몰락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의 뉴스성이라는 핵심 캠페인 표어는, 십 수년전 오마이뉴스가 이미 활용하여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검색 최적화 노하우라면, 구글과 페북용 최적화는 네이버와 게시판 커뮤니티용 최적화와 다르기에 한국팀에서 새로 개척할 부분 투성이다. 명사 블로깅은 개인의 글솜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댓글 관리 또한 한국 온라인의 문화적 맥락이 강해서, 과열 토론 교통정리보다 준조직적 어뷰징에 대한 대응이 먼저다. 더욱이 취재보도의 경우는 딱히 배워올 것이 없고, 다만 미국 등 다른 국제판과 기사 제휴 확보가 편할 뿐이다. 혹은 해외 거대 업체이기에 지니는 장점인, 삼성 종속성이 더 약하다는 것은 어떨까. 일리는 있지만, 딱 광고 집행을 통한 압력 부분에만 해당된다.

반면, 단점은 금방 닮기 쉽다. 허포의 성공적 독자층 확대의 이면에서 뉴스 큐레이션은 매우 자주 도용 논란의 중심에 섰고, 논평블로깅은 고료 무지급 원칙 때문에 노동 착취 문제가 불붙고, 자체 취재기사는 퓰리처상도 탈 정도로 공들인 한 줌의 탐사보도 외에는 아무렇게나 무신경하게 막 쓰는 가벼운 것들이 대다수다. 일주일 전, 허포코리아의 시작을 돌아보자. 타매체의 기사를 요약 소개할 때 해당 매체명과 그 매체의 필자를 저자란에 넣어서, 해당 매체가 정식 제휴하여 올린 것으로 쉽게 오인되도록 해놨다. 한편 저명인사 블로그 논평들은 개장 축하 덕담에 가까운 내용이거나 해당 개인들의 개인블로그를 고스란히 옮겨온 모양새였다. 또한 첫 메인 기사는 어떤 뉴스가치에 기반한 것인지 모를, 불이 꺼진 한밤중 북한의 항공사진이었다.

그렇다고 허포코리아가 한국 언론환경에서 채워줄 수 있는 몫이 없다고 단언하는 것도 섣부른 것이, 온라인 언론이 여러 방식의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좋은 자극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포의 한국측 파트너인 한겨레에는 원래 필진이 매우 폭 넓은‘오피니언 훅’이라는 논평 블로그 모음 및 비슷한 시기에 출범시킨 사이언스온 등 여러 개의 주제 특화 팀블로그들이 있다. 게다가 나름의 원칙으로 소정의 고료 지급도 하니, 허포의 블로그 부문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성의 있는 블로그 콘텐츠들이, 한겨레 본 사이트에서는 작고 모호한 구석 칸에 스페셜이라는 타이틀로 뭉뚱그려지는 홀대를 받으며 묻혀 있었다. 마치 개별 기술력은 나쁘지 않지만 제품으로 합쳐 놓으면 옴니아가 되던 아이폰 쇼크 이전의 삼성처럼, 도무지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새다.

반면 허포는 블로그글과 소식전달과 깊은 취재기사 사이, 차별이 거의 없다. 평상시부터 늘 모든 것을 대등하게 간주하고, 가장 흥미롭거나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을 자유롭게 전면에 배치한다. 다양한 배치와 함께, 사이트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소스에서도 연관 내용들을 계속 이어 읽기 위한 묶음 기능도 뛰어나다. 댓글 토론 역시 콘텐츠의 일부로 보기에, 댓글란의 노출 및 분류 방식도 오랜 관리 노하우를 담아낸다. 너덜너덜한 모듈들을 줄인 사이트의 깔끔한 레이아웃은 보너스다. 즉 언론사의 조직 구조 반영이나 관리 편의가 아니라, 독자 경험 향상을 중심으로 두며 지금도 수시로 개선중인 콘텐츠 관리방식과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국제적 이름값이나 명사들의 무료 블로깅 따위보다, 이 쪽이 훨씬 명백하게 배워올 수 있는 장점이다.

허포코리아가 이름값이나 명사 필진의 화제성에 기댈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장점들을 잘 구현해내고, 그것에 자극 받아 다른 언론사들도 경쟁적으로 콘텐츠 관리 방식과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허포코리아가 월마트의 패배가 아니라 아이폰 효과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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