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구원하는 10가지 단계

!@#… 최근 세계 언론계에서 갈수록 중심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역시 누가 뭐래도, 탈중심화된 온라인 뉴스환경 속에서 ‘신문’이 살아남는 법. 즉 신문이라는 가장 전통적 형태의 뉴스매체를 만드는 조직들이,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적으로 살아남는 것 말이다(물론 여기에는 “저널리즘 규범의 기본 정도는 지킨다” 정도의 전제는 깔려있다 – 최근의 워싱턴포스트 개망신 사건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아, 저렴한 정신세계의 구독자들에게 딱 그들 수준의 먹이를 던져준다는 컨셉으로 승승장구해온 한국의 조중동 어쩌고는 굳이 사례로 언급하기조차 함량미달). 여튼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하는 Mediashift의 Mark Glaser 칼럼 가운데 한 토막: “신문을 구원하는 10가지 단계“.

10 Steps to Saving Newspapers
by Mark Glaser, June 11, 2009

1. Do custom small print runs targeted to neighborhoods and interests. Not daily.
소지역 단위와 관심사를 타게팅하는 특화된 소규모 인쇄본을 도입하라. 일간일 필요는 없다.

2. Support local writers, reporters and bloggers; help market them, sell their ads; decentralize the operation.
현지 지역 필자, 기자 및 블로거들을 지원하라. 그들의 마케팅을 돕고, 광고를 판매해줘라. 작업을 탈중심화시켜라.

3. Replace circulation, printing, print production staff with tech, SEO, community managers.
유통/ 인쇄/ 종이본 제작인력을, 기술/ 검색엔진 최적화 작업/ 커뮤니티 매니저들로 대체하라.

4. Find out what the community wants in real face-to-face meetings, not focus groups. Then do what they want.
독자 커뮤니티가 원하는 것을 포커스 그룹이 아니라 공개된 직접 대면 행사를 통해서 찾아내라.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라.

5. Use pro-am methods. Include community-contributed content edited and vetted by pros.
프로와 아마추어를 결합하라. 독자 커뮤니티에서 기고하는 내용을 프로들의 편집 및 선별 작업을 거치는 방식을 도입하라.

6. Smart multimedia. Don’t do it just to do it. Use the right medium to tell the right story.
멀티미디어를 지능적으로 활용하라. 그냥 써보기 위해서 쓰면 안된다. 적합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적합한 매체를 써야한다.

7. Promiscuous revenues. From ads, niche paid content, donations, non-profit grants to directory listings.
수익원을 잡다하게 하라. 광고, 틈새 공략 유료콘텐츠, 모금, 비영리 기금, 업체목록 유료 등재…

8. Produce mapping and database projects. Employ or train hacker-journalists.
지도화 및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를 만들어라. 해커-저널리스트들을 고용하거나 훈련시켜라.

9. Meet regularly with local businesses to gauge their needs. Create online directories of local businesses.
지역 사업체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져라. 지역 사업체의 온라인 목록을 만들어라.

10. Create a bottom-up organization where innovation is encouraged and rewarded at the edges. Use good ideas from anyone.
혁신이 장려될 뿐만 아니라 곧바로 현장에서 보상을 받는 상향식 조직을 만들어라. 누구에게서 나왔든 좋은 발상은 활용하라.

!@#… 물론 미국 기준이라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10가지 이야기의 근간에 깔려있는 기본 아이디어는 충분히 생각해볼만 하다.

– 1.2.4.9.는 지역성을 통한 타겟층 특화 공략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이 나라의 절반인 실질적 도시국가다보니 지역신문 구조가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 한국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가장 힘든 부분. 하지만 세부적 지역특화는 하다못해 신문사들의 온라인 파트에서라도 집중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수구적 위계보다는 진취적 풀뿌리 구조 좋아하고 상대적으로 조직의 몸집이 작은 종류의 언론사들이라면 더욱 (중앙일간지를 표방할수록 그런 것과 거리가 멀지만). 아니면 선샤인뉴스처럼 좀 더 구체적인 실험들과 손을 잡든지.

– 2.5.는 시민 저널리즘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현재 시민저널리즘 컨셉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게 한국의 오마이뉴스식 접근과는 좀 다르다. 오마이가 기존 언론들의 정치적 시각에 대한 대안 즉 다분히 민중주의적 관점의 시민정치에 기반하고 있다면, 미국의 시민저널리즘 붐은 crowdsourcing과 hyperlocal에 초점. 즉 집합적 취재원 취합과 초지역성이라는 요소로 기존 저널리즘에서 비용상 해내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한 보완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도식화하자면 한국의 경우 civic journalism 요소를 강조했고, 미국은 citizen journalism 요소에 방점을 두는 것. 다만 양쪽 접근 모두, 그 광활한 에너지를 제대로 정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

– 3.6.7.8.10. 인터넷 등 미디어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뉴스를 재발명하는 발상. 조직의 초점을 바꿔야 하고(3), 구조도 바꿔야 한다(10). 멀티미디어 등을 기계적이 아니라 적합하게 활용하도록 연구하고(6), 그걸 위해 참여경로를 늘린다(8). 수익모델도 재구성하고(7). 다만 그 과정에 항상 방해가 되는 것은 역시… 시대에는 뒤떨어지지만 지위는 보전하고 싶어하는 회사 조직원으로서의 언론인들, 나아가 더 큰 권력을 갈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언론인들. 특히 조직이라는 것의 생리상, 상층부로 갈 수록 이런 이들의 밀도가 높다보니 이것 참;;;

!@#… 그런데 이게 잘 보면 이런 것들은 모두, 언론이 아니라 인터넷 전체를 놓고 보면 흔해빠진 움직임들이다. 즉 블로그, 게시판, 사적 메신저와 SNS, 메일 등을 포괄하는 큰 틀의 정보/담론 유통 생태계에서는 이미 이뤄지고 있는 트렌드. 그걸 저널리즘 기관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말고 흡수하라는 것 뿐인데, 이런 이야기조차 엄청난 개혁처럼 들리는 것은 전통적인 언론사들이 둔한 공룡화되어 있다는 반증인 셈. 여튼 정치적 색채가 진취적이고 몸집이 작은 언론사일수록 이런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 흐름을 선점해야 하겠건만, 그런 경우일수록 오히려 시스템 개혁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고(돈이 없으니까) 둔감하고(기발한 인력을 꼬셔오지 못하니까) 보수적이기(부족한 부분만큼 지사정신으로 버티니까) 쉽다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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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신문을 구원하는 10가지 단계

Comments


  1. – 와포사건은 우연히 다른 블로그에서 보았습니다. 미국도 신문이 힘든가 보더군요. 와포같은 능력있는 신문도 저런 모습을 보이는 판이니 신문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할지 계속 노력하긴 해야 겠습니다. 웃기는 얘기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_-;;

    – 10가지 조언을 보니 결국 신문이 인쇄본으로 나올 날이 생각보다 많이 남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2. !@#… 지나가던이님/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언급하듯, 결국 언론규범을 내다버릴 때 가장 급속도로 추해지는 거죠. 다만 애초부터 언론규범이 희박하기 짝이 없는데도 큰 지분을 확보한 한국의 모 메이저 일간지들은 좀 다른 발상이 필요하고, 그걸 위해 방송시장 진출 도끼질… OTL // 인쇄본이 없어들면 뉴스산업도 산업이지만, 극빈민층을 아우르는 넝마주이 직종과 노숙문화가 크게 바뀔 겁니다. (…)

  3. 선샤인뉴스나 NYT기사등은 참 재미나고 유익한 링크들이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쓸데없는 생각 한가지. -_-;;
    결국 제목만 보고 혼자 과도하게 기대한 제 탓이겠습니다만,
    10가지 ‘항목’인 건 알겠는데, 왜 Glaser씨가 굳이 ‘단계(steps)’라고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상기 10가지가 별로 1부터 10까지 (부분적으로는 어느정도 그렇지만 체계적으로까지는) ‘단계적’으로 보이지 않네요.

  4. !@#… advantages님/ 저도 사실 그게 무척 의아했습니다. 10 steps가 아니라 10개의 1 step들인데 말이죠. 저라도 나중에 지면이 주어지면 한번 진짜 step들을 만들어 써봐야할 듯.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