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중단운동에 관한 얍삽한 잡상

!@#… 방송통신심의위의 광고중단운동 관련 게시물에 대한 결정이 일파만파다(아니 이것도 이제는 과거형이지만 – 삭제당하면 당하는 대로 알아서들 구글doc으로 나갔다). 사실 법조항상의 심의 조건이라는 절차적 문제는 어차피 도구적 사안이고, 소비자 불복종이 위냐 기업활동의 자유가 위냐 하는 기본 가치관이야 결국은 “둘 사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뻔한 결론 밖에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모든 형태의 불복종을 용인한다고 할 경우 그것을 교묘하게 악용해서 특정 경쟁 기업 말려 죽이기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불복종을 용인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로서의 가치 자체가 없다. 그렇기에 무언가 움직임을 만들고 싶다면, 그 균형 위에서 얍삽하게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가다듬는 것. 우선 그 균형은 어디 있을지, 큰 것부터 좁혀나가는 수 밖에.

협박은 불법, 불매는 합법. 이건 명쾌하다. 그런데 불매로 들어갈 때 업무방해는 불법, 소비자 항의는 합법. 여기서부터는 좀 민감해진다. 소비자 항의로 들어갈 때 개인의 의사표현은 합법, 불법을 조장하는 선동은 불법. 이쯤 되면 소통의 근본 속성을 건드리는 미묘한 안건이 된다. 그냥 합법을 조장하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뢰는 넘치니까.

그래서 케이스-바이-케이스 접근이 중요한데, 이번 결정에서 주목할 ‘판례’는 심의위가 광고주 목록을 정리하고 연락처를 병기해서 하나의 문서로 만들어 뿌리는 것을 불법 행위를 조장하기 위한 도발로 본 것. 정보 자체가 비밀정보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누구나 신문 펼쳐들면 알 수 있고, 웹 검색 약간만 하면 자사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연락처니까. 하지만 그런 흩어진 정보를 하나로 모아준 것을 특정 행위를 위한 의도로 읽어낸 것(뭐, 사실이기도 하고). 이건 사실 ‘새로운’ 공안정국 어쩌고라기보다, 이런 사안에서 한국의 공공기관이 이전부터 표방해온 일관된 입장이다. 선거법에서도 이런 논리에 의해서 낙선운동용 정보 배포가 불법으로 규정된 바 있고, 명예훼손 역시 사실의 적시라 해도 훼손 의도가 있다면 성립이 된다. 그것도 심지어 블로그의 비밀답글로 달더라도 공연성을 인정할 정도로 모든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 지극히 민감하다. 즉 정보 수집과 제공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그 의도성을 따지는 기본 원칙을 바꾸지 않는 한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귀결인 셈.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전파를 독려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기보다는,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것에만 올인하는 사고의 특성이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규제적 마인드. 물론 최종목표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 소통에 대한 법체계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진취적인 방향으로 뒤바꾸는 것이 되겠지만, 지금의 이 방향으로 온 역사적 이유가 충분한 만큼 하루이틀만에 닥치고 뒤집힐 만한 성격도 아니고 뒤집혀서도 안된다. 하지만 세부적인 법체계로 들어가는 것은 다른 (희망컨데 유료… 핫핫) 기회에서.

!@#… 그럼 이런 체계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하나씩 흐름을 바꾸는 쪽이 대부분의 경우 더 현실적이다. 지금도 이미 알아서들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활용해서 빠져나갈 구석들을 만들고 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포인트. 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공격의 의도라고 꼬투리잡히는 것을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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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료에 관해서.

– 편향성은 공격성으로 해석된다. 공격성의 의도야 말로 꼬투리 잡히기 딱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중동 광고 업체 리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문들의 광고주까지 같이 찾는 것이 유리하다. 그 자료가 있으면 조중동에 싣지 않고(!) 한경대프에 싣는 용자들을 따로 뽑아내볼 수도 있고, 그냥 어차피 모두 다 뿌리는 업체들도 뽑아서 각각에 합당한 대응을 할 수 있다.

– 오지랖은 공격성으로 해석된다. 전체 목록을 퍼다가 여기저기 잔뜩 올려주는 열성은 공격적 의도가 된다. 따라서 자료 자체는 위키나 구글doc 등으로 축적해가면서, 링크만 배포하는 쪽이 유리하다. 이쪽이 데이터의 오염(펌을 거치면서 조금씩 왜곡되고, 그게 쌓여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최신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기 좋다. 광고중단운동을 합시다 표방하며 스팸도배를 하기보다, 원래 쓰는 글들을 쓰고 자신의 글끝 표식으로 그 사이트 주소를 넣어주는 것도 꼬투리잡기 훨씬 어렵다.

– 악의 세력으로 몰면 공격성으로 해석된다. 조중동을 반민족반국민폐륜아기회주의여론왜곡막장찌라시로 마구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상당부분 사실이라 할지라도), 선택권으로 포장하라. 조중동이 여러분의 가치에 사실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선택권을 돌려준다는 방식으로 포장을 하는 쪽이 좋다. 자료를 축적하고 보여줌에 있어서, 시장선택권 확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좀처럼 공격하기 힘들다. 이거야 신자유주의의 사도들도 좋아할 접근법 아닌가.

그 다음, 항의에 관해서.

– 일을 ‘방해’하면 공격이 된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소비자 담당 코너에만 연락하라. 원래 업무 자체가 소비자의 말을 듣는 것인 고객서비스 부처로만 항의를 보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인사과, 총무과, 대표전화 그런 곳으로 보내면 어찌 되었든 업무 방해. 그리고 소비자 담당 코너의 응대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소비자 코너가 부실한 기업이라고 널리 홍보하고.

– 막말은 공격이 된다. 막말은 항상 꼬투리 잡히는 지름길이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우려를 표현해야 한다. 분노와 품위는 상반관계가 아니다. 아 그래요, 애초에 격양되고 흥분해서 터졌는데 차분할 수 있겠냔 말이죠? 그럴때는 더도말고 딱 10분만 심호흡하고, 웃긴대학교 사이트에서 개그 몇개 좀 보면서 정신을 좀 가다듬은 후 다시 생각하시길.

– 네거티브가 바로 공격이다. 널 찍어누르겠다, 라고 하면 단번에 그게 공격이지 뭐가 공격이겠는가. 포지티브 한번이 네거티브 백번보다 낫다. 적을 잡아끌어내릴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아군의 구매운동, 후원운동에 할애하는 것이 낫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덜하고, 피해는 100 입힐 수 있지만 도움은 10밖에 못 줄 것 같아 보이고, 포지티브를 위해서는 상대를 깎아내려야 할 것 같아 보이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사IN을 만들기 위해서 굳이 시사저널 불매운동을 할 필요가 있었던가? 시사저널이 잘못한 만큼에 대해서 항의를 하고 진실을 알렸을 따름이고, 시사저널 해직기자단이 신규 창간을 결심한 이래로 초점은 사주와 분리된 깔끔한 탐사저널리즘 주간지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것 자체였다. 그리고 꽤 성공적이었고. 게다가 뻘타를 날렸을 때 아무래도 민폐도 덜하고 쪽팔림도 덜하다. 황우석 사기 사건 당시 피디수첩에 항의전화하고 광고중단 압박 넣으신 분들 손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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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비단 현재의 광고중단운동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미디어행동에서도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성숙도는 정상분포보다도 더 넓게 꼬리가 흩뿌려진 상태라는 것. 좀 더 효과적이고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내면 모든 이들, 하다못해 다수의 이들이라도 그것에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초반의 전파 속도가 빨라서 생기는 착시일 뿐, 결국은 보통의 사람 사는 동네 일상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버럭하는 사람, 경솔한 사람,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그냥 냅다 달리는 사람들은 넘치기 마련이며, 처음의 ‘전위’가 지나가고 대중적으로 보편화될 수록 그런 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뭐… 실망하면 지는거다. 그저 하나씩 난점을 보완해가는 것, 기억을 계속 축적하며 끈질기게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 기회만 나면 그 행동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 ‘완결형’을 기대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일 것임을 인식하며, 조금씩 얍삽하고 세련되게 나아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이왕 광고중단운동 이슈 나온 김에, 그걸 계기로 인터넷과 싸우자임마를 선포한 조선일보의 담론만들기를 잠깐 살펴보다가 좋은 물건 발견. 그런데, 기사에서 포털을 조중동으로 바꿔도 거의 위화감 없이 읽힌다…-_-; 조선일보는 이런 쓸만한 통찰력을 지니고도, 그것을 절대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적이 없다는 드넓은 자기 관대함이 특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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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광고중단운동에 관한 얍삽한 잡상

Comments


  1. 저는 그 이전에 비로 소비자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광고주로 하여금 편집에 개입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워낙 조중동이 비범한 존재라선 비범한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말리지는 않지만, 자주 쓰면 안되는 독이지요.

  2. !@#… 인형사님/ 좋은 지적이십니다(다만 현재의 조중동은 정말 비범한 존재라서, 삼성급을 제외한 광고주들에 대해서는 위에서 군림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여튼 그런 의미에서라도, 네거티브보다 포지티브 운동이 현명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