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뉴스8], 타블로이드 뉴스 [IZE / 151223]

!@#… 게재본은 여기로. 모든 뉴스업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저널리즘 품질을 내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전’이다.

 

김주하의 [뉴스8], 타블로이드 뉴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반듯한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를 지닌, 그런데 정치적으로 부당한 구석이 상당한 모양새로 밀려난 스타 언론인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에게 프로그램 안에서의 간판 역할은 물론이고 아예 보도부문 전체에서 높은 수준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를 준다. 뉴스 분야에서 지분이 상대적으로 작은 방송국이 화제 속에 성장하기 위한 파격적 조치며, 심지어 JTBC 손석희의 ‘뉴스룸’이라는 최근 참조 사례까지 있다. 그렇게 올해 MBN 김주하의 ‘뉴스8’이 야심차게 선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뉴스 품질에 쏟아진 혹평이다.

JTBC 손석희의 ‘뉴스룸’과 그렇게 유사한 모델인데, 도대체 어쩌다가 한 쪽은 신뢰도 1위 언론으로 올라섰는데(시사인 조사) 한 쪽은 그런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 단초는 처음 방송을 시작하던 포부에 있다. 누구나 공통적으로 동원하는 대충 멋진 규범적 단어들을 걸러내고 나면 각자의 주안점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는 진실과 공정성 같은 것이 솎아낼 대상이다. 실제로 각자가 임하는 작업의 무게가 아무리 차이가 난다고 해도, 진실 전달을 강조하지 않는 언론, 공정성을 표방하지 않는 언론은 없다.

그런 부분을 거두고 나서 보았을 때, 뉴스룸 출범 초기 손석희 인터뷰에서 선명하게 남는 부분은 바로 “건강한 시민사회 편에 서는 언론, 그것이 목표”라는 포부다. 한편 여러 김주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바로 시청자와 가까워야 하고, 시청자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내용이다. 두 가지의 차이는 뉴스를 왜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다. 건강한 시민사회가 무엇인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은 차치하고, 손석희가 밝힌 목표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규정이다. 언론에 주어진 사회적 힘을 직면하고,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투입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공정성이나 진실 추구 같은 방법론은 그런 비전 안에서 쌍방 대담이든 팩트체킹 코너든 특정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반면,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사회적 역할이 아니다. “뉴스의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는 측면에서 역할에 대한 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 방송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소외된 어떤 시민들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그저 ‘쉽고 재밌는 뉴스’라는 형태의 세일즈 포인트다. 공정성이나 진실 추구는 사회적 역할이라는 큰 목표 안에서 방법론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비자 맞춤형 상품에 장식한 구색 맞추기에 머문다. 가수 장윤정씨의 가족 다툼을 보도하는 것은 나름의 진실 추구고, 욕을 먹고 있는 논란 당사자인 그 어머니를 불러내어 직접 발언기회를 주는 것은 나름의 공정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적 의미를 캐내는 일 없이, 그저 가십을 더 세련되고 집요하게 소비하는 방편이 될 뿐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전이 경계선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김주하의 진실’ 같은 야심찬 대담 코너는 정말 시청자들의 관심사라면 무엇이든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다. 강용석 불륜 스캔들에 연루된 블로거의 남편을 데려오든, 국회의원과 북한 김정은 숨겨진 아이 의혹이나 논하든 말이다. 가상의 눈높이만 맞춘다면, 양방의 주장을 듣고 토론을 중재하며 의견의 합리적 경중을 따져줄 필요도 없다. 이해하기 쉽게 주장을 할 수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교과서 국정화를 선명하게 주장하면 그냥 그것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끝내도 무방한 것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직시는 무시하면서 독자의 눈높이를 맞춘다고 자랑하는 것은, 종이신문으로 치면 늘 저널리즘 품질 측면에서 열등생 취급을 받는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취하는 자세다. 물론 많은 국가에서, 그렇게 가십을 다루는 것을 거리껴하지 않고 편향되었어도 선명한 설명을 좋아하는 타블로이드지들이 판매 부수는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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