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 알몸졸업식(이 뉴스를 탄) 사건으로 청와대가 학원폭력 문제에 뛰어들고 공무원들을 조진다는 이야기를 보다가, 이왕 그쪽으로 관심 1그램이 할애되는 김에 몇가지 단상.

!@#… 알몸졸업식이고 빵셔틀이고 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또래집단내 권력남용 문제다(악의 씨앗 비행청소년 같은 개인환원론은 좀 고이 접어두고). 어떤 집단이나 사회관계에서든지 간에 어차피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마련인 권력구도가 이 따위로 폭주하지 않도록 하는 정공법은, 합리성에 의하여 구성되고, 개입방법과 브레이크가 존재하며, 일정 수준의 평등을 강제하는 세련된 공식적이고 투명한 권력구도의 확립이다. 그것에 맞지 않는 비공식적 권력구도의 견제 내지 해제로 한 세트. 개인간이든, 국가 단위든 기본 원칙은 마찬가지다. 소위 일진들과 그들이 표방하는 동네/학내 서열을 최대한 공식적으로 파악해서 공개적으로 관리하고, 재교육이 필요한 부분에는 선생과 학생과 무엇보다 학부모를 한 세트로 재교육시키며, 처벌 방식을 학교를 안나오게 하는 정학이 아니라 학교에 묶어두는 구금 방식으로 바꾸고, 학내 권력구도 및 기타 이해관계에서 독립되어 있는 교육심리상담사들을 배치하고, 학내 우범구역에 CCTV 설치하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컨셉이 서면 구체적 제도 적용 방법은 얼마든지 나온다.

!@#… 그런데 그것으로는 문제의 절반도 해결하지 못한다. 초중고 학교는 청소년 사회화 과정의 장이라는 속성상, 그 사회 전반의 구도들을 단순화 및 과장하여 적극적으로 빨아들이는 모형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히려,

군대가서 한달먼저 입대했느냐 차이로 하늘대접 받고
의사고 검사고 소위 엘리트 직종들이 더욱 서열에 따라 조인트 까고
기업이든 개인계약이든 갑이 되면 을이 망할때까지 수탈하고
대통령 명령으로 공무원들이 난방끊고 추위에 벌벌 떨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그저 혀 한번 차고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숫제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브레이크 미비 전방위 권력서열 만능 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수로 중고등학교만 청정지역으로 남기겠다는 것인지 그게 더 궁금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다 바꾸지 못하면 어차피 뭘 해도 소용없으니 손 놓자는 이야기는 애처롭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에서 각자 알 수 있는 만큼, 말할 수 있는 만큼씩 사회에 만연한 권력남용이라는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그게 얼마나 구리고 찌질하고 후진 것인가를 의식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자신들이 가해자 역할을 하는 부분들에 대한 반성도 들어가고 말이다. 이런 것이 하나의 대세로서 뒷받침이 되어줄 때 비로소 학내폭력 관리 정책 같은 것들도 지속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덤으로(…) 사회 전체도 조금은 더 성찰적 성숙함이 생겨있겠지.

!@#… 아마 이런 접근이 ‘성찰적 근대화’ 같은 거대관념과 ‘전봇대 뽑듯 학원폭력 처단’ 같은 코앞 대처 사이에 필요한 연결지점이 아닐까 한다. 그런 방향성과 구체적 대책들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지금의 일시적 관심이 그나마 낭비되고 내년 졸업 시즌에 똑같은 사건, 똑같은 말잔치가 반복되지 않겠지.

 

 

PS. 이런 사건은 거의 항상 악랄한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거나 어쩌다가 불쌍한 피해자에게 관심을 주는데, 정작 이런 문제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방관하는 동조자’들이다. 바로 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설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제도 정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뭐, 바깥 사회도 비슷하지 않던가.

PS2. 당장 피해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미안, 멋진 인생교훈이나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는 그걸 잘 하는 전문가에게 가보시길. 여기서는 그저 이 한 문장만 남기고자 한다: “증거를 확보하시오”. 당한 피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실제 대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고리는 물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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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thoughts on “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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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업뎃] 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http://capcold.net/blog/5594 | 그런데 이 시간대에 올리면 누가 읽는다고 OTL

  2. Pingback by 아샬

    "정작 이런 문제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방관하는 동조자’들이다" … HOW??? RT @capcold: 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http://capcold.net/blog/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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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Pingback by doccho

    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http://tinyurl.com/ylqjnqy 좋은 지적.

  8.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베스트오브2010: 캡콜닷넷

    […] 학원폭력에 대한 일시적 관심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 이미 낭비되고 있는 것 같지만. […]

Comments


  1. 그런데 학교의 ‘일진’들이 다른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서구학교에서도 흔한 현상이어서 쉬운 일은 아닌 듯한 것 같습니다.

  2. 결국 문제는 사회의 총체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에 대한 견제책이 거의 없다시피하는게 단순히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요. 그러니 “꼬우면 출세하던가”라는 말이나, “쟤네도 저때되면 다 할거에요”라는 말이 버젓이 통할 수 밖에요.
    게다가 또 증거를 확보한다 해도, 학교에서 그걸 얼마나 공정하게 처리해줄지도 문제이겠구요…

    에혀.. 그래도 뭐 손놓고 있는 거 보다는 낫겠지요.

  3. !@#… Ha-1님/ 옙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을 고안해내면 노벨평화상(;;;) // 다만 미국만 해도 개별 악당과 졸개 정도에 가깝지 한국만큼 노골적으로 조직화를 하지는 못한달까요. 마치 그 불법복제는 다른데도 있지만 한국처럼 대놓고 드러내며 주류문화 흉내내지는 못하는 것 같은.

    erte님/ 옙 권력에 참 너그럽죠. // 증거를 확보했기에 이번 건이 언론을 타고 사회문제화시킬 수 있었죠. 물증이 있으면 반드시 해결책이 생긴다는 건 물론 아니지만, 물증이 없으면 확실히 뭉개집니다.

  4. 맞습니다. 관심은 우리 뇌가 가진 소중하고 제한된 자원입니다. 쓸데 없는 일에 관심을 주면 아깝죠.

  5. 알몸 졸업식에 관한 많은 사설과 칼럼을 읽었는데,
    어린 시절의 억압에 따른 해방구랄까요. 그것에 따른 반항에 너무 들끓지 말자.식의 글도 있었고,
    매년 생산되는 어린것들은 하는 시선의 언론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는 식의 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떠나서 학교라는 곳이 이 사회를 어떻게 비추는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캡콜드님의 말대로 별관심도 없고, 징벌이나 제재로만 해결하려는 습성같은 것이랄까요. 그런 분위기만 농후합니다.

    선생의 폭력에도 ‘맞을 짓’타령이 난무하고, ‘나 다닐땐 더했어’하면서 합리화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인가. 슬퍼집니다.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지만 의식또한 언론이던 캠페인이던 간에 계속 이야기함으로써 그것에 관해
    조금더 생각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도 너무 늘 비스무리한 식의 흔히 말하는 ‘섹시한 기사’감에만 달려들어 헤드라인만 뽑아내고,
    그 안에 우리끼리 또는 사회전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에 대해 아예 발언을 않거나, 비중을 적게
    하는 것을 보면, 더 답답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어찌되었든간에 개인으로 이런 것에 관해 더욱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했습니다.

  6. !@#… 새벽안개님/ 옙 이런 기회에 제대로 관심을 활용하지 못하면, 또 한바퀴 겉돌다가 기억에서 사라지죠.

    망구스님/ 어린시절 억압에 대한 해방구는 자기가 자발적으로 할 때나 그런거고, 조직화와 강요가 더해지면 그건 눈높이 억압;;; 여튼 개별 사건 이상의 시스템 정비, 시스템 정비의 기반이자 더 근원적 원리가 되어주는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 함께 묶어 성찰하고, 움직여 나아가야 할 부분들이죠.

  7. 오. 한국의 교육에 큰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마치 사자가 자신의 아이를 벼랑 위에 떨어트리듯 올바른 한국인을 만들기 위해서… 아아.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높으신 분들이 보입니다.

  8. 사자는 뻥인데요 어떤 종류의 새들은 정말 병아리를 절벽밑으로 뛰어내리게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면 여우밥… 둥지는 절벽위에 있는데 먹이는 절벽아래에 있어서 생기는 현상…

    그건 그렇고 이 글을 이오공감에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문득…. ㅎㅎㅎ

  9. !@#… 기불이님/ 그것이 바로 새대가리 퀄리티!(핫핫) // 반나절만에 신고 3번 먹고 내려오리라 사료됩니다(사유1: “쿨게이임” 사유2: “좌빨임” 사유3: “못알아먹겠음”)

  10. 여려분들은 성인이시라서 그렇지 않겠지만

    저는..실제 상황입니다.

    물론 지금 피해를 당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죠…아효~

  11. !@#… 브네딧님/ 옙 저는 제가 그 상황 속에 처한 분들에게 맞추어 딱히 어떤 위로나 교훈 같은 것을 드릴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PS2.에서 말했듯, 대처하기 위한 재료로서 증거를 확보하시라는 이야기를 건넬 뿐입니다(증거화면이 인터넷과 언론을 타지 않았다면 이번 알몸졸업식 건도 애초에 묻혔겠죠). 나머지 내용은, 이런 판을 만들고 조절할 수 있는 이 사회의 수많은 ‘어른들’에게 하는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