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텍 사태도 이미 1년.

!@#… 그러고보니 지난 4월 16일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살인 사건 1주년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당초 이 사건은 한국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미국의 총기문제를 비웃기 위한 수다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미국님에게 잘못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 꺼리였던 듯 하지만, capcold에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해온 ‘교육’에 대한 뿌리깊은 왜곡된 인식의 귀결이자 현재진행형 사안이다.

!@#… 사실, 이미 한국의 몇몇 보도, 그리고 무엇보다 NYT 당시 특집기사를 통해서 밝혀질 대로 밝혀진 그 가족의 인생유전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자녀 교육을 이유로 들며 생업을 접고 미국이민을 결심하는 부모, 태어난 순간부터 이민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 놈의 ‘교육을 위한 이민’을 위해 온 가족이 골골대는 모습을 보며 자라난 자식. 나름대로 책을 좋아해 헌책방을 냈던 아버지를 비롯 온가족이, 이민 가서 세탁소에서 비인간적으로 일자리에 모든 시간을 바치며 자식의 교육에만 모든 것을 쏟겠다는 생활 분위기가 줄 부담감. 학교에서의 부적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같이 나누고 해결해 줄 가족은 없고,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 버리고 있는 가족만이 있다. 나름대로 비슷한 조건에 처했을 2년 터울의 누나는, 적응도 잘하고 머리도 좋아서 대단히 잘나간다. 그렇기에 심지어 노골적으로 비교까지 당한다(당시 외할아버지 인터뷰 발언은 참…).

그리고 그 부담감 속에, 별반 재능도 취미도 특출나지 않지만 2순위 정도로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영문학과를 간다. 하지만 나름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대학만큼은 지명도 있는 버지니아 공대로 말이다. 명문대 끼워맞추기 지원. 굳이 말하자면 포항공대 국문학과 같은 느낌이랄까(물론 포항공대에는 국문학과가 없지만). 왜 룸메이트에게 ‘경영대 다닌다’고 뻥치고 살았을까, 뻔하지 않은가. 대학의 해방감도 없다. 뭐하러 갔는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부모는 여전히 8시간 왕복코스를 차로 자주 아드님을 모시러 오고. 그리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4년이 간다. 학자로서가 아니라면, 혹은 문필가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커리어를 쌓겠는가. 다가오는 졸업은 곧 노 퓨쳐 정신의 점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위태로운 끈이 끊어진다.

한국적 맥락의 교육방식 – 즉 뭔가를 잘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뭘 가르치는지는 몰라도 인정받는 간판을 달아주고야 말겠다는 발상이, 8-90년대의 한국사회의 근면 만능주의 맥락과 합쳐진다. 문제는 위해주는 것 그 자체다. 위해줌으로써 압박이나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만 좀 위해주고, 부모가 일 좀 덜 하고 자기 삶을 사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즐길 것을 즐기는 역할모델을 해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마음놓고 자식들이 그걸 보고 스스로 자기들도 세상에 적응한다. 즉, 자식들을 위해서 살지 않는게 가장 자식들을 위하는 것. 그 핵심 키워드인, ‘자식 교육’ 운운하는 것 부터 집어치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해서 신뢰는 없고 기대만 가득한 가족환경을 만들어서 애들이 스트레스로 돌아버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capcold는 확신한다. 몇가지 악조건이 겹쳐서 그렇지, 이런 핵심패턴 자체는 굳이 미국까지 갈 것 없이 이미 한국에서 넘쳐나고 있을 것이라고. 여튼 자식 좀 덜 위하는게 자식을 위하는 길. 물론 주류 담론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부지런하지 말고, 자식들을 위하지 말고 당신들의 인생을 좀 즐기라니… 하지만 선한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패턴도 (생각보다 꽤 자주)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좀 덜 선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역할이 필요한 법.

!@#… 수십명의 무고한 죽음의 비극에서 내놓은 교훈 치고는 너무나 비장감도 없고 헐렁해보인다면 뭐 미안할 따름이지만, ‘한국’이 필요로 하는 교훈은 미국의 총기법도 아니고 미국학교의 다문화 심리 상담도 아니라 바로 한국적 가치관의 이슈니까. 조만간 지금까지보다도 한층 정글화될 공교육 제도 속에서 한번 쯤 살짝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물론 어차피 지금 당장 학생 키우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 따위, 들리지도 않겠지만.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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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버텍 사태도 이미 1년.

Comments


  1. 저도 한국을 벗어나 공부를 하고 있고, 이런 저런 한국의 교육에 관한 생각을 할 때마다 한국에 들어가기 싫어지는게 사실입니다.
    솔직한 얘기로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한국가서 애 낳고 살면 남들 다보내는 학원 안보낼 깡다구가 있을리 만무하고, 또 걱정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그럴땐 정말 어찌해야하는건지… 한국에 들어가지 않는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말이죠.

  2. 아 그게 벌써 1년이 되었군요. 하지만 한국 교육은 더 웃겨지고 있는데;;; 에혀

  3. !@#… ullll님/ 대안학교도 한가지 방법이죠. 물론 아직 개척단계의 분야인만큼 우량 제도와 불량을 잘 구분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 옵션의 범주에는 충분히 들어왔습니다.

    !@#… erte님/ 이런 기사를 보면 더 웃겨질 구석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4. 심드렁하게 쳐다보던 프랑스 쪽 일거리들을 열과 성을 다해 작업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들고 있어요.

  5. 아….이런 날카로운 포스팅 공감 공감 또 공감.

    참 보너스로, 해당 사건은 국내 언론들의 사건을 다루는 태도와 더불어….해당 사건을 접하는 여러 계층의 참으로 위험천만하고도 안일한 시선을 많이 읽을수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 기억에 남는것은. ‘중국인’이라는 보도에 수많은 ‘아이들’ 이 ‘역시 짱께다.그럴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거죠. 이 정도되면 신국수주의를 넘어서는 뭔가의 파탄경향

  6. 문제는 그 대안학교. 돈이 엄청 든다고 해서… 사교육비나 대안학교나 뭐 방향은 다르지만 저같은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더라구요.

  7. !@#… 모과님/ 제가 항상 주장하는 바지만, 사실 프랑스의 교육은 프랑스의 노동정책과 맞물려 있기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죠. 한국이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자꾸 교육제도만 이 삽질 저 삽질 떠볼 것이 아니라, 노동정책을 손봐야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언제 다른 기회가 생길 때).

    nomodem님/ 항상, ‘적’을 찾으니까요. 국수주의를 할 만큼 자국에 대한 나름의 진짜 애착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고.

    ullll님/ 확실히 현행 대안학교들은 허접한 공교육 품질에 대한 대안이지, 사교육비에 대한 대안은 아니죠. 그럼에도 강남에서 공+사교육시키는 평균보다는 한참 싸다는 것에서 약간의 위로를… 뭐랄까, 국공립 대안학교라도 만들어야할 참입니다(아니 그러면 이미 ‘대안’학교가 아니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