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 우주형제 [기획회의 340호]

!@#… 우윳우윳 짤방으로만 접한 분들이 더 많았던 작품이지만, TV애니와 실사영화 등으로 인하여 나름 인지도가 높아짐.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 [우주형제]

김낙호(만화연구가)

어째서인지, 인간이 보통은 찾아가기 힘든 여러 종류의 오지 가운데 유독 우주가 가장 대중적 경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물론 엄밀하게 따지자면 우리가 사는 지구도 우주의 일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극탐험, 심해탐험, 높은 산 등반은 그곳에 가는 모험가에 대한 존경은 지니되, 가는 것 자체를 더 이상 신기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주만큼은 대단한 관심을 모아서,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에 한국인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위성체를 발사한 것만으로도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고 한국의 우주 정책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느니 다양한 담론이 쏟아진다. 가기 어렵다는 요소 이상으로, 지구의 중력장에서 벗어나 더 거대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궤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63빌딩 오르듯 대기권을 벗어나고, 월면 도시가 만들어져서 번화가와 슬럼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한동안 계속 그럴 것 같다.

우주로 나가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을 불러내는 꿈이다. 그리고 모든 꿈이 그렇듯, 많은 이들은 꿈을 꿈으로 접어두고 어떤 소수의 이들은 그것을 정말로 추구한다. 그중 다시금 아주 적은 이들은 결국 그 꿈을 이뤄낸다. [우주형제](코야마 츄야 / 학산문화사 / 14권 발매중)는 우주비행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꿈을 이뤄내는 과정을 담아내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난바 뭇타와 난바 히비토라는 두 형제로, 동생인 히비토는 직업적 우주비행사이며 일본인 최초로 월면 탐사 착륙을 하게 되었다. 반면 형인 뭇타는 자동차 엔지니어인데, 그 또한 원래는 어릴적 동생과 함께 우주비행사를 꿈꾸었다. 형제 함께 달 위에 서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인하여 직장에서 잘린 후 그간 접어두었던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주인 모집에 지원하고, 여러 시험과정과 훈련을 거치며 점차 우주로 가는 목표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다.

꿈을 추구한다는 줄거리로만 생각하면 전형적인 열혈 주인공이 엄청난 수련을 통해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식의 활극을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주인공 뭇타의 성격도 이 작품의 방향성도, 그보다 훨씬 섬세하다. 우선 뭇타는 초인이 아니라, 허점도 많고 성격도 엉뚱하게 소심한 아저씨다. 다만 우주를 동경하는 마음만큼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그것을 주변 다른 이들에게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작품의 방향성 역시 주인공이 뽑히는 열혈 대결과정이 아니라, 우주를 목표로 하는 모든 주연 조연들의 사연과 그들이 결국 바라보는 꿈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쪽이다.

[우주형제]는 단순히 주인공이 꿈을 이뤄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함께 협력하는 이야기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쟁도 있지만, 우주에 대한 꿈을 가졌다면 그 경쟁에서 탈락했다한들 끝도 패배도 아니다. 우주로 나간다는 꿈은 심지어 비행사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 작품의 주제의식에서는 우주비행사는 “배우”이며, 관제소의 지휘 인력들, 장비 개발자들이 바로 연출자고 제작진이다. 이 모든 이들이 함께 힘을 합치기에 비로소 우주탐험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아니 우주항공기관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 우주를 동경하는 난바 꼬마 형제에게 우주의 매력과 실체를 함께 가르쳐준 동네 천문대의 천문학자 샤론 박사의 꿈인 월면 망원경 건설이 바로 뭇타로 하여금 우주에 가고 싶게 만들어주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더 우수하고 가벼운 우주복을 개발하는 민간 회사도 우주의 꿈을 위한 또 다른 동지다. 일본 우주항공국에서 선발하는 비행사들이지만, 미국 우주항공국인 나사에서 세계 각지의 후보생들과 함께 훈련하고 또 함께 로켓을 탄다. 우주라는 공통의 꿈 앞에서는 다들 함께 협력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주제를 진득하게 파고든다. 여러 단계의 시험을 통해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갈리는 것이 이런 선발 시험 줄거리의 숙명인데, 뭇타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단순히 남들보다 우수해서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을 선택하기에 차근차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그의 결정적 장점은, 시험 과정의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우주에 있는 것으로 확실하게 이입을 하고 대처한다는 것이다. 즉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한 적성으로서, 이미 우주비행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늘 상상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살아갈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지점들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선발시험 중 하나인 조별 폐쇄공간 생활 시험이다. 5인으로 구성된 3개조로 나뉘어 각각 우주선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폐쇄모듈에서 여러 주동안 생활하며 과제를 풀어나가는 시험인데, 그 중에서 최종 합격자를 가려야 한다. 다른 조가 각 개인의 점수를 축적하기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로 간다면, 뭇타는 자신이 처한 시험 공간을 그대로 우주선 생활로 금방 받아들이다시피 한다. 그리고 그 안의 조원들은 단순한 경쟁 수험생이 아니라, 서로의 협력에 목숨이 달려있는 동지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의 여러 난관들에 대처하는 방식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원들 사이에서 최종 합격자를 추천하는 방식도 남다르게 접근하게 된다. 주어진 시험의 틀 안에서 하는 경쟁이 아닌, 틀 바깥에서 우주를 생각하며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을 믿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제는 꿈에 대한 직설적 훈계와 과도한 감상주의로 흘러가기 쉬운데, [우주형제]를 그런 함정에서 구원하는 것은 낙천적 유머감각이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짤방’으로 의성어 의태어 장난을 친 특정 장면들이 제법 돌아다녔을 정도로 세세한 유머가 적지 않고, 개별 사건이나 캐릭터들의 성격 유형에서도 시트콤에 가까운 과장된 상황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우주로 가기 위한 노력을 그려낼 때는 허황된 감상 과잉을 배제한, 절제된 진지함을 펼친다.

같은 꿈을 믿는 자세는 결국 사람들 간의 인연의 힘으로 돌아온다. 때로는 인맥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때로는 우연찮게 서로 돕게 되는 카르마의 형태로 말이다(게다가 어쨌든 현역 우주비행사 동생을 두었기에 업계 종사자들과의 인연이 좀 더 수월하게 생겨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은 나름의 사정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우주를 꿈꾼다. 다소 엇나간 방식으로 경쟁에 매몰된 이도 있고, 자신의 꿈이 우주에 있지만 우주비행사는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이도 있고, 목적지 또한 우주의 어디인지 – 달인지, 화성인지, 우주정거장인지 – 각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주라는 공통된 동경만은 늘 함께 하고, 결국 각자 주어진 조건과 역할에서 최선을 다한다. 모두 함께 그 정도는 해줘야 인간이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셈이다.

우주형제 14
츄야 코야마 지음/서울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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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그러니까 지금 발간호): 체르노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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