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왜 룰이란 지켜져야 하는가”의 답을 주는게 규범론. “왜 룰을 어겼다가 걸리지 말아야 하는가”의 답을 주는게 일벌백계. “왜 내가 룰을 지켜야 하는가”의 답을 주는게 바로 인센티브 설계. 아무리 사람들에게 그런 접근이 인기가 없다 한들(예를 들어 이번 슬뉴에서 내고 있는 세월호 참사 글들 가운데 압도적인 공유/조회수 꼴찌), 내 논지가 틈만나면 기승전인센티브로 빠지는 이유다.
안전사고, 예방과 수습의 인센티브에 관하여
세월호 사고 소식 직후,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오보가 돌았던 적이 있다. 그 소식에 떠오르는 상상이란, 큰 배가 불의의 자연재해로 기울어가는 상황 속에서, 정중하고 단호한 선원들의 지휘하에 학생들이 투덜대면서 구명조끼를 입고 차례대로 펼쳐지는 넉넉한 숫자의 구명정에 탑승하여 내리고, 신고하기도 전에 항해의 이상 상황을 감지하고 출동한 해경 헬기들이 대기하며 인원체크를 하고, 마지막에 선장이 승객 철수 최종점검을 마친 후 무사히 배에서 내리고, 안전평가등급 ‘양호’를 받은 베테랑 기업의 노련함을 조명하는 후속 보도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세월호의 비극을 계기로 안전사고의 예방과 수습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나마 부쩍 늘고 있다. 그에 대하여 위기 담당조직 개편에서 책임자 처벌 같은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감정 토로 너머 진지한 논의를 원하는 경우일수록 인정하는 것이 바로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이미 주어진 안전 규범을 어기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유리하도록 인센티브 구조의 개선을 논해야 한다고 제기한 바 있는데, 그 방향으로 약간 더 제도 구축의 기술적 틀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물론 개별 정책의 구체적 개발과 조율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대중적 관심을 ‘해결하라’에서 ‘어떻게 해결해보라’로 살짝 더 집중시켜보는 것도 한쪽으로는 필요할 듯하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예방의 요소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는 아주 간단하게 나누자면 예방과 수습이다. 그 중 안전사고 예방이란, 중앙 기관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움직이는 각자가 하는 것이며, 따라서 규범의 강제가 아니라 인센티브로 작동하는 자발성 속에서 움직인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간에 나름 공통적인 기본 요소가 있다:
a)안전매뉴얼 구비 및 업데이트
b)매뉴얼을 준수하도록 하는 안전 감리(=단속)
c)운용 인력의 의무 안전 훈련이다.
사실 웬만큼 정착한 분야라면 a)는 크게 나쁘지 않게 채우는데, 문제는 b), c)에서 발생한다. 물론 a)를 비현실적으로 짜서 b), c)에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익관계에 의하여(=돈이 드니까) 규범으로 정해진 바를 회피하고자 하는 수요가 생긴다. 지키는 것보다 회피하는 것이 당장은 더 싸게 먹히며, 또 회피할 방법이 있다면, 회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b)의 대표적인 우회로는 감리 담당 주체들과의 유착을 통한 회피가 있다. 또는 아예, 검사 기준 자체를 느슨하게 만드는 제도 개입 방법도 있다.
c)의 우회로는 그냥 훈련을 적당히 뭉개는 것, 아예 안 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회피의 비용을 어떻게 올리고, 어떤 당근을 제공하여 회피를 덜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여기서부터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방향의 지혜가 필요하다.
b)감리 문제에 관하여 회피 비용을 올리는 것은, 벌금 등 위반의 댓가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크게 불충분하다. 단속 자체를 훨씬 ‘매뉴얼대로’ 해서 단속 회피를 선택한다면 들여야 할 노력이 지나치게 커지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특히 부실 검사를 낳는 이해당사자간 유착 관계를 끊어내는 감리 구조 개편이 관건이다. 기업과 점검기관 사이의 고용 연계 금지든, 감사 결과에 대한 인사보복을 막는 장치들이든 감사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설계할 부분이 많다. 당근에 해당되는 것은, 그런 개편된 감리 체제 안에서도 안전등급 높은 것으로 선정될 경우(안전등급 점수의 일반 공지 의무화는 기본이다) 세제 혜택이나 공공 사업 참여시 보너스 점수, 기타 사업 지원 같은 것이 있다. “안전하면 사고가 안나서 좋다”가 아니라, “안전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혜택이 온다”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c)인원들의 안전 절차 숙련도는 정기적 훈련을 의무화하고, 일정한 훈련 시간과 주기적 관련 내용 재시험을 선박직원법상 자격증 갱신의 의무 사항으로 넣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반면 당근으로는 안전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정부분 공공에서 보조하고, 등급별 최저보수 기준을 세운다든지 하여 안전 절차 숙련도가 처우로 직접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도 고려해볼만 하다. 그렇게 규정한 처우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다시 b)감리 문제로 연결된다.
안전사고의 수습
예방으로 모든 것이 방지되면 가장 훌륭하겠지만, 불행히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수습이 핵심이다. 당사자들의 자발적 협력보다는 중앙집중형의 일사불란함이 요구되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개별 행위자들의 활동 범위만큼씩 인센티브 요인들을 개선할 여지가 구석구석 존재한다. 안전사고 수습의 기본 요소들을 거칠게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d)상황 파악 및 정보 갱신, 즉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입수하고 또 전달하는 것
e)수습 실무 작업, 즉 위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습 작전을 펼치는 것
f)주변 안정, 즉 사태를 바라보는 여러 이들의 불안을 관리하여 정보의 왜곡과 수습 작업 차질을 줄이는 것
그리고 각각에는, 원활한 작용을 막는 회피 요인들이 있는데, 대표적 예를 들자면 이렇다.
d)신속정확한 정보 보고를 하면, 전체 상황이 잘 해결될 가능성과 별개로 보고를 한 나는 내 잘못이 드러나 손해를 볼 수 있다. 회피하는 방법은, 빠른 보고보다는 머뭇거리며 상황을 축소하고 면피의 여지를 심는 것.
e)일이 결국 잘못되면 내 조직이 책임을 뒤집어 쓴다. 회피 방법은 가급적이면 자기들의 담당 영역을 좁게 잡는 것.
f)시끄러운 것은 곧 곤란해지는 것이다. 회피 방법은, 무엇이든 막고 보는 것과 무엇이든 다 풀어버리는 것의 양가적 폭주.
그렇다면 이런 회피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d)상황 파악의 경우, 중간과정이 최소화되고 정보가 최대한 개방/공유된 소통 경로를 평소부터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센티브 체계로서, 사고를 쳤더라도 신속 정확한 정보보고를 하는 것이 어떤 변명성 회피보다도 손해를 덜 입도록 상벌 방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e)수습 실무는, 중앙 지휘체계를 일원화시키되 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열려있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조율해야 한다. 인센티브 요인은, 부처 단위 책임이 아니라 공동 책임 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특본이 구성될 때 기존 전담 영역의 격벽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구체적 장치들을 고민해야 할 듯하다.
f)시민 관리의 경우는, 정보소스를 일원화하되 충분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것, 특히 수습작업 필요에 의해 통제하는 것 외에는 최대한 개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정보의 오류는 피할 수 없지만, 오류도 수정도 하나의 공식적인 소스에서 나와야 한다. 반면 호사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예: 지나가는 유력정치인A) 역시 단지 수습작업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반응 관리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런 것을 돕는 인센티브 요인은, 현장리더의 역할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언론/대중의 평가 작업 같은 것이 가능하다.
협업의 시작
위 틀거리는 말 그대로 틀거리로, 각 항목의 회피 비용 증가와 인센티브 증진 세부 아이디어는 훨씬 더 많이 채워나아가야할 부분이다. 그만큼 안전 사고 예방과 수습은 한번의 관심으로 일거에 바꿔놓을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꾸준한 정책 설계와 압박으로 개선을 유도해야 하는 ‘체계’임을 상기하자는 취지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이 사고 직후의 분노 너머, 제도적 해결에 대한 꾸준한 신경을 할애해야할 인센티브를 만드는 것 자체부터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PS. 기본적으로 여객선 침몰이라는 재난급 사고를 기준으로 펼친 논의지만, 약간만 변용해서 다른 판에도 비슷한 틀을 적용시켜볼 가치가 있다. 언론의 문제적 보도 예방과 수습도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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