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대선 결과가 나왔던 직후에 써서 보낸 글. 평상시라면 지면 특성을 생각해서 뭔가 주거와 관련한 이야기로 끌고 갔겠으나, 당시의 멘붕 속에서는 뭐 스트레이트한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다.
미국의 새 대통령, 한국에 주는 함의
김낙호(미디어연구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지는 경제적, 정치적 역할을 생각할 때,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인들의 손에만 맡겨두면 안된다는 농반진반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2016년의 미국 대선은 뚜껑이 열렸고, 미국 유권자의 다수는 유능한 관료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여받았던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인종차별부터 조세회피까지 시민적 윤리 상실의 끝판왕을 보여주었으나 시원시원하게 기존 판을 엎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고 호언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다. 상당히 새로운 정치판을 맞이하게 된 미국은, 이제 지구 반 바퀴 건너 한국에 사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당연하게도, 미국이 한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군사 정책 관련이다. 트럼프의 특징은 기존 정가 사람이 아니다보니 정치 경력을 통해서 다음 행보를 역산해볼 수 없다는 것인데, 그 다음 수준에서 참조할 근거인 선거캠페인 과정 발언들이 워낙 엉터리였다는 것이 문제다. 해외 미군 철수를 논하는 듯하다가도 중동에서 미군을 철수한 것이 ISIS를 부흥시켰다고 하고, 자신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고 거짓말하면서도 시리아를 폭격하자는 등 인기를 위해서라면 온갖 모순되는 논리를 서슴치 않았다. 아직은 동아시아 군사균형을 위해 한국이 위치적으로 중요한 만큼 한국 관련 정책만큼은 예전 부시 정부 시절 공화당의 방향성에서 완전히 달라지기 어렵겠지만, 이해관계를 더 강력하게 강요할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그는 이미 방위분담금을 더 내도록 만들 것임을 천명했던 바 있으며, 미군 주둔을 전제가 아닌 협상조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트럼프 특유의 대놓고 거친 압박에 시달릴 와중에, 한국의 국방부, 외교부가 얼마나 덜 “호구”잡힐지가 관건이다.
국제 경제 관련으로 트럼프는 최소한 초기에는, 보호무역의 제스쳐를 취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인기를 구축한 방식이 중국, 멕시코 등 일자리와 국부를 빼앗아가는 외국에 대한 혐오 조성이었기에, 자기 핵심 지지기반인 저학력 백인층의 일자리 관련 감정을 보듬는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권에서 한껏 진행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는 이미 공언했고, 그간 작동한 자유무역협정(FTA)들의 재고도 논한 상태다. 한국에는 한미FTA의 재협상 요구가 어떤 수준에서든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데, 재협상이 국내 여러 산업 분야에 미칠 손해를 방지하도록 일찍부터 정교한 대비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적에 대한 증오를 원동력으로 삼아 당선된 정권인만큼, 위축이 우려되는 또 하나의 영역은 개개인들의 미국 진출 활동이다. 당장 캠페인 과정에서 온갖 취업 관련 비자, 장기 활동을 위한 영주권 획득 등을 한층 어렵게 만들겠다는 논의가 틈틈이 제기되었다. 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역 뿐만 아니라 인력의 교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좀 더 간접적인 문화적 차원에서, 한국사회는 트럼프의 등극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의 역사적 흐름은 한국이 비슷한 패턴으로 먼저 겪었다. 하나의 정권이 진보를 내걸고 발전을 꾀했으나 그 발전의 성과를 사회 전반으로 고르게 흡수시키지 못하고 부작용을 무시하여 커다란 반동 심리를 결집시키고는, 통쾌한 퇴행으로 민중을 매료시키는 권위주의 정권으로 교체되는 것 말이다. 순서상으로는 한국이 먼저지만, 미국의 경우는 지역에 따른 생활조건 격차,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신뢰 격차, 인종, 교육 등에 따라서 확연하게 나뉘는 성향 등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분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한창 드러나는 중인 현 권위주의 정권세력의 엉터리 신정 정치를 단죄하고 그 다음 체제로 언젠가 넘어가게 될 때, 우리의 격차 문제, 우리의 사회적 신뢰 상실 회복 방안, 우리 사회의 합리적 진보를 위해 나아가야할 구체적 방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귀중한 반면교사 자료를 한 가득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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