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변경 시도 관련 짧은 메모. 화제성에 비해서 내실이 부족하기에 원래 걍 가만히 구경만 하고 싶었는데, 분야가 분야라서 여튼 좀 남겨두는게 나을 것 같아서.
- 법안의 내용을 쪼개보자면, 그냥 악법 맞음. 취지 뭐 그런거 말고, 법리로서의 악용 가능성, 속칭 독소조항 말이다. 평범하게 위헌 나올 가능성도 다분. (이미 충분히 많이 설명되었으므로 대충 이 링크로 대신. 혹은 조응천 의원의 이 링크. 내지 이런 정리.)
- 그런데 실제 악영향은 글쎄. 흔히들 그려내는 언론이 공격당하는 우려들은, 대체로 지금도 이미 일어나고 있던 것들. 언론 상대로 소송을 걸 구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되, 그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 그리고 제발 제대로 된 언론사/업계라면 이런 부담을 개별 기자에게 지우지 않도록 법무 서비스를 제대로 확보해둬야). 정상적 언론사의 가치 있는 비판 심층 취재들은 지금도 근거자료들 잘만 수집하고 사실검증 수차례 거치고 보도하니까. 감시기능 약화 우려라면야, 그보다 더 노골적인 권력의 언론 압박이 존재했어도 최순실 타블렛 보도가 나왔던게 현실.
- 그리고 실제 순영향도 글쎄. 이후에 개별 사건 판례들이 나와야 제대로 알 수 있겠으나, 고의/중과실이 아니라고 빠져나가기가 정말 어려워질까 싶다. 보복적이 아니라 보도만 한거라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오로지 보도 때문에 생긴게 아니라고, 충분한 검증 절차는 나름 있었다고 약간만 뉴스룸 작업 틀거리와 사용언어를 형식적으로라도 틀어놓기만 해도 웬만하면 빠져나갈 구석이 생길테니. 게다가 언론중재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 포맷으로 바꿔나가면 된다 (언론으로서의 염치 품격 그런거만 안 지키면 된다).
- 집권 세력이 원래 해야하고 또 하겠다고 내세웠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은 뒷전으로 두고, 악성 보도에 대한 셀프 민원만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모습에 한심해하는 것은 언젠가 다른 기회에.
- 그보다 주목하고 싶은 쪽은, 그런 엉터리 해결책이라도 어쨌든 정부가 법으로 뭔가 해주기를 바라게 하는 (현행 찬성과 합의 처리 합치면 58.9%) 현실, 그러니까 악성 보도 범람에 대한 방지 시스템이 매우 대단히 굉장히 턱없이 미진하다는 문제. 그러니까 기자협회 등에서 잘 세워놓은 보도 규범을 대놓고 엿먹이는 악성보도라고 할지라도, 언론계 내부 자율규제 방식으로서 책임을 지우는 유효타를 주는 경우가 걍 제로에 가깝다는 점 말이다.
!@#… 요는, 현재의 매체 이용 환경이기에 – 포털을 거치는 주목 경쟁, 뉴스 소구층의 진영화, 원본 없는 빠른 대규모 전파에서 오는 입소문화, 기성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와 그 빈자리를 채우는 우쭈쭈담론 열광 성향 등등 하나씩 다 따로 장문의 해설이 필요하다 – 더욱 범람할 수 밖에 없는 악성 보도 범람에 대해 언론계가 진지하고 실효적인 대처 움직임을 시민들 일반이 납득할 수준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 이번 언론중재법 소동 같은 건 어떤 성향의 정권에서라도 언제라도 또 벌어질 것이다(그러다가보면 훨씬 본격적으로 언론 기능을 망치는 악법도 등장할테고).
그래서 그런 진지하고 실효적인 대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나마 좀 희망을 품게 하는 사례가, 연합뉴스의 문제행동에 대해 최근 일정 기간 포털 노출 중단이라는 꽤 실효적인 징계를 의결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물론 내용의 문제보다는 걍 시스템 어뷰징 사안이었지만, 나름의 힌트는 되리라 본다. 미국에서도 극우음모론 전문 인터넷언론 InfoWars가 나름의 인과율을 받은 건, 결국 여러 플랫폼 서비스들이 그쪽을 끊었던 것을 통해서 였듯, “deplatforming” 접근법을 진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 뭐 다음 기회에.
Copyleft 2021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_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