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디수첩,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복제 연구팀, 난자 제공 윤리문제.
상식적인 부분 간단요약: 과학자가 자기 분야의 오랜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일을 했고, 그것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고, 여차저차 들켜서, 사과했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고, 치명적일 정도의 윤리 위반까지는 아니라서 연구성과도 보존되기로 했다.
비상식적인 부분 간단요약: 사람들이 난데없이 국익타령을 하면서 그런 윤리 따위 지킬 필요 없다느니 피디수첩을 폐지하자느니 미쳐 날뛴다. 뭔가 더 복잡한 주장들도 있지만, 워낙 비상식적이라서 어차피 이해불가.
!@#… 하지만 capcold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에서는 처음부터 꾸준히 윤리문제를 제기해온 것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했을 뿐. 하지만 세튼교수 결별 이후, 뭔가 수상쩍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올라오고, 그 때 비로소 피디수첩에서 다루는 바람에 펑 터진 것 뿐. 지금도 자칭 ‘보수 주요 일간지’ 들은 국익타령이고, 한겨레 정도도 윤리문제를 지적하는 정도까지지 비난의 화살은 아니니 사실상 별로 변한 것도 없다(쿠키뉴스 같은 엉터리 쓰레기는 언론이라고 보기도 힘드니까 아예 논외로 하고). 한국언론이 난데없이 황우석 칭송에서 비난으로 바뀌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다들 포탈 뉴스만 보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어떤 논조가 어디에서 보도되는지, 어떤 곳의 뉴스가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언론’ 이니 ‘여론’이니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현상 자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보도량 자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윤리문제가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제기되었는데 보도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 그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애초에 한국언론의 역할이 과대포장되도 한참 과대포장되었다. 세튼 교수 결별이니 난자기증 윤리적 의혹이니 하는 것은 어차피 피디수첩 이전에 이미 벌어진 일이고, 한국 언론으로 인하여 그쪽 학계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게 된 것도 아니다. 한국 언론의 메인스트림은, 이번 판을 짜낸 것이 아니라 판세의 흐름에 따라간 것 뿐이다. 물론 네이쳐지에서는 연구원들을 한국어로 인터뷰하지 못했지만 피디수첩은 했다. 그래서 증거가 더 빨리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메즈매디 병원과의 관계라든지, 모든 남아있는 기록들이라든지, 모조리 황우석 교수 한명의 거짓말로 적당히 덮일 수 있는 증거들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피디수첩이 보도를 한 방식이 폭로 풍이라서, 황교수를 처음부터 음모꾼 나쁜놈처럼 묘사했다고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신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옴부즈맨과 방송위원회에 제보할 일이지 윤리문제를 심층보도해서 증명해낸 것 자체를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 줄기세포허브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후 CNN에 의하여 모든 것이 폭로되어 완전히 판이 뒤집히고 죽 쒀서 (미국)개 주는 꼴이 되는 것 보다, 지금 좀 더 일찍 문제 소지들이 지적당하고 수정당하는 것이 당연히 더 나은 일이라고 capcold는 생각하지만… 소위 “90%의 네티즌 여론”은 내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그보다 도대체, 피디수첩에서 윤리적 결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인하여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궁금하다. 윤리강령을 어겼지만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것이 증명됐고, 연구성과 자체에 대한 인정은 지속되었고, 소동 속에서 결국 난자기증이 줄을 잇게 되었고, 앞으로 윤리적 문제를 사전 해결해서 차후에 차질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되었다. 도대체 더 뭘 바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빨리 소동을 정리하고, 체제를 정비해서 랩이 다시 굴러가도록 관심 좀 끊고 내버려 두는 것이 차라리 가장 도움되는 일이다.
!@#… 사람들이 그냥, 권위(라고 스스로들 생각하는 것)에 도전하는 일에 재미 들린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보에는 약도 없다. 설령 진짜로 네티즌의 90%가 모두 그따위라고 할지라도(나는 기본적으로, 네티즌 여론이 몇십퍼센트니 어쩌고 하는 것은 전혀 믿지 않지만), 나는 그들을 바보라고 부른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바보는 바보.
PS. 혹시 자신을 그 “90%의 네티즌”이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반박을 하고 싶다면(여하튼 무려 capcold 따위에게 바보취급을 당했을 정도니), 짧고 생각없는 욕설이면 그냥 여기에 덧글로 달고, 길고 논리적인 논설문이라면 트랙백을 날려주시길.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은 곤란/영리 자유 —
(다음날 리플 보고 약간 추가)
!@#… 추신: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지만, PD수첩의 보도방식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리플에서 현무님이 지적하신 바(‘방법론의 실패’)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 또한 kay님의 지적처럼, 황우석 옹호론자들이 모두 PD수첩 불태우자 주의자들이라고 단순화시켜서 하나로 뭉뚱그려 넣는 것은 곤란하다. 사실 그 반대 진영도 마찬가지로, 냉정하게 본질적 해결방안을 찾자는 쪽과 역시 조선인은 안돼라고 딴지만 거는 쪽,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많은 입장들을 하나로 합쳐넣는 것도 곤란하다. 그런 뭉뚱그려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오버하는 것 자체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해오지 않았던가, 나라는 인간은. 하지만 역시 우려가 되는 것은, ‘성웅 황우석’을 매개로 해서 이번 기회에 국수주의적 스트레스나 풀려고 하는 족속들이 워낙 뚜렷하게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 추신2: 또 한가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이번 난자 취득 문제 건 자체에 대해서는 여론 먼저 언론은 뒤따라가기라는 생각이지만, 그 이전에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담론 자체를 국익이라는 틀로 설정해버린 과정 속에서 언론이 수행한 역할은 지대하다. 또한 개별 언론사의 신뢰도는 이제 형편 없어 졌어도, 언론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전체적 담론기후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동네슈퍼(상업성의 성지이자 소문의 진원지)와 만나면서 생겨난 효과는 경악할 만한 것이라고 capcold는 보고 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그리고 누군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때가서 풀어보도록 하겠지만.
Pingback by capcold
[네이버트랙백 백업]
그래, 그러니까 PD수첩이 죽일 놈들인가? 12/03 02:32 캡콜드(capc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