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에서, 자칭 애국시민들의 사랑도 좀 받고 경쟁자도 좀 깔아뭉개고 싶었는지, 아주 분연한 11분짜리 심층 분석 코너를 내주셨다. 피디수첩이 졸라 야매라는 취지로.
(공짜다… 클릭)
웃다 죽을뻔 했잖아, 이눔들아. -_-;
!@#… 이런 야매 언론 같으니라고. 다음은 카페애니메이트에 올려 놓은, capcold의 ‘검증결과’다. 관심있는 분들은 마음껏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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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크로스카운터 게시판에서, 중간 과정에서 별 보도가치도 없는 찌라시같은 정보들이 난무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KBS 뉴스가 막 추가되었습니다. 홍사훈 기자분이 최소한 피디수첩 기자회견 보도자료와 한겨레 신문의 취재 기사 정도는 읽고 오셨더라면 좋을 뻔 했습니다. 저는 결국 논문 데이터가 조작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KBS 보도가 형편없다는 것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받아낸 세포 내역부터 화끈하게 틀려버립니다. “15개 중 반이 줄기세포, 반이 체세포입니다”라니…-_-; 이봐, 15는 이래뵈도 홀수라고! 줄기세포 5개, 체세포 5개, 그리고 바탕영양세포 5개. 그렇게 해서 검증용 세트 5개가 구성되는 겁니다.
덤으로, 그 후에는 이를 4개 패키지(총 세포수는 15 * 4 = 60개)로 나눈 후 한 패키지는 양측이 합의한 변호사가 증빙용으로, 하나는 아이디진, 하나는 국내 대학 법의학랩, 나머지 하나는 피디수첩 자체보관용. 즉 두 군데 검증을 맡기고 하나는 자사보관, 하나는 증빙자료 보관이라는 형식입니다.
(2) 고정시료 트리졸과 파라포름알데히드 문제는 제 전공영역 바깥이라서 패스. 병원이 야매였다면, 뭐 그것 나름대로 이미 낭패. 하지만 뉴스 바로 밑에 오동하님이 단 댓글이 있습니다: “파라포름알데히드에 고정한 시료로 PCR 등 DNA 분석 많이들 합니다. 유향숙박사님 말씀도 전부 다 나온 게 아닌 것 같고, ‘변형이 될 수도 있지요’ 라고 했죠. 파라포름알데히드는 DNA, RNA, Protein 같은 것들이 서로 ‘엉겨붙게’ 만들지만, DNA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며, 이걸로 염기서열이 변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3) 검증결과에 대한 보도가, 아주 지조때로군요. 우선 홍사훈 기자가 이야기한 것 처럼 ‘벤쳐기업’으로 칭해진 아이디진 한군데만이 아니라 법의학랩까지 두 군데에 맡겼습니다. 아이디진의 결과는 홍기자의 말대로 14개 불가 1개 검출. 법의학 랩 검사결과는 15개 검체 모두에서 DNA지문이 검출 안됨. 그래서 PD수첩이 자체보관용으로 가지고 있던 세트를 다시 아이디진에 맡겼는데, 또 판독불능. 같은 것으로 재검사했더니 한번은 나오고 한번은 안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상황이었던 겁니다.
여튼 30개(법의학랩 포함시 45개) 중 하나 나온 2번 배아줄기세포로 사이언스 논문과 비교해봤더니 불일치.
(참고로 아이디진이라는 회사가 전에 오류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봐라 야매 아니냐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2000년에 발생했던 문제는 샘플이 뒤바뀌어서 생긴 촌극이었지 해독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4) 홍기자는 운반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전달과정에 황교수팀이 지정한 전문가가 전 과정을 참관했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군요.
(5) 국과수의 역할. 국과수에 DNA 지문분석 Raw data와 사이언스 논문에 있는 환자의 DNA 데이터를 주고 두 가지가 일치하는지 체크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사실 이미 불일치라는 것은 이미 다른 전문가를 통해서 알고 있었으나, 국과수의 공식 검증을 얻고자 한 것이죠. 물론 무슨 자료인지는 숨긴 채로.
국과수에서 구두통보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했어도 안했어도 녹음을 안해둔 이상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최종 분석소견서만이 중요하죠.
(6) 외신이 한마디 보도 없다… 외신들의 반응이 정확한 반응이다… 아주, 웃겨 죽여버리려고 작정한 듯 합니다, 이 기자분. 외신 보도가 적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디수첩이 최종결론을 내서 본 프로를 방영을 하지도 않았는데 오버질을 하는 것은 무척 쪽팔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보도를 한 경우도, 조선일보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라는 인용 방식으로 갔습니다. 황랩의 편을 들거나 피디수첩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보도대상으로서 성립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7) 홍사훈 기자가 AAAS 회원만 볼수 있다는 대단한 사이언스, 학교 도서관마다 꼽혀있습니다. 구독 자격이 AAAS 회원(그리고 학술 기관)이라는 것 뿐. 아니 정확히는, 구독하려면 자동적으로 AAAS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회원 자격은? 과학 종사자이긴 한데, 그게 또 범위가 좀 넓습니까. 실제로 AAAS에 가서 멤버쉽 지원서 가입란을 봅시다. 분야만 하더라도 인문학, 사회과학도 다 범주 안에 들어있죠. 그리고 프로페셔널 멤버라는 범주가 있어서 사실 왠만하면 누구나 다 가입할 수 있습니다. 뭔가 대단히 잘못 알려지고 있는데, AAAS에 가입해서 SCIENCE를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가입이고 뭐고 그냥 아마존에서 구독할 수도 있네요. 다만 왠만하면 과학, 특히 자연과학 전문가들이 그것을 구독해볼 뿐이죠. 돈도 드는데다가, 그쪽 분야 기사들이 들어가 있는 잡지니까요. 그것 뿐입니다. 아까 이미 웃다가 죽어버렸으니, 이제는 웃다가 환생할 차례입니다.
(8) 홍사훈 기자, 마지막에는 아주 소설을 쓰고 계시는군요. 사이언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사이언스 말고는 낼 수가 없어서 황교수가 망설인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다… 황교수가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추측가지고 기자로서 보도를 하고 있다면, 저널리스트로서 심각한 자격미달이죠. 그리고 우선 사이언스가 다른 나라에서 일개 피디들에게 권위를 의심 받았다고 해서 자존심이 상해하고 그 결과로 논문을 안실어준다고 하는 치졸한 발상 자체가 저는 너무나 유치해서 견딜수가 없군요. 사이언스가 무슨 동창회보입니까. 실어줄 가치가 있는 과학적 업적의 논문이라면 실어줍니다. 물론 이전에 연구 성과에 문제가 있었던 학자의 차기 논문이라면, 당연히 더 까다롭게 검증하겠죠. 그런데 스캔들에 연루되었다 안되었다가 아니라, 정말로 그 연구가 가라였나 아니었나가 판단기준인 겁니다. 그것 하나로 쌓아올린 명성입니다.
!@#… 이상, 제가 11분이나 되는 귀중한 시간을 한 자격미달 기자의 찌라시 보도에 낭비한 후 짜증나서 30분을 더 낭비해서 정리한 소견입니다. 제 검증결과는 이겁니다: “보도로서 일말의 가치도 없다.”
PS. 본의 아니게 자꾸 유전자 검사에 대한 잡학지식만 늘어나는 중입니다.
— 2005 copyleft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무척이나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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