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

표현의 자유나 사회적 톨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 말이 철학자 볼테르의 명언으로 흔하게 인용되곤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 그 말은 실제로 볼테르가 한 말이 아니라 그의 사상을 정리한 이블린 홀(Evelyn Hall)이 ‘볼테르의 친구들'(1906)이라는 책에서 볼테르의 사상은 이런거라능, 하고 요약한 것. 물론 실제로 그 말과 비슷한 말을 하기는 했다는데, 1770년 2월 6일자에 르리슈라는 사람에게 쓴 편지에서”저는 당신의 글을 경멸하지만, 당신이 계속 글을 쓸 수 있기 위해 목숨을 걸겠습니다”라고 했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홀이 1935년 인터뷰에서 밝힌 바, 그녀가 그 문구를 통해서 오마쥬한 볼테르의 원래 발언이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사실은 이 발언 속에야말로 톨레랑스의 진가가 더욱 깊숙하게 베어있다. 비록 홀의 번안만큼 간지나지는 않지만, 사회적 관용이라는 것의 존재이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첫째, 내 머리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통제된 실질적 독재세력이 내려주는 일방적 주입정보가 아니라 세상의 다양한 일면들을 접할 필요가 있으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회 속에 다양한 사고의 표현들이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둘째, 그런 표현들은 그 무슨 인간의 본능적 표현욕구 같은 것을 충족시키자고 그렇게 목매달고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다. 표현의 자유는, 생각을 할 때 비로소 존재의미를 가지고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된다.

이 지점을 살짝 뒤집어보면, 왜 어떤 이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사회적 관용을 뭣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지, 왜 툭하면 대충 막아버려도 상관 없다고 여기는지 간단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자기 머리로 생각을 안하니까. 생각을 안하다보니 다양한 사고니 뭐고 별 재료가 필요없는거다. 스스로 내리는 최선의 결정을 위한 재료가 전혀 아쉽지 않다는 말이다. 쓰레기 같은 대화도, 고급스러운 전문적 지식의 대화도, 극단적인 좌/우 대화도, 중간 어딘가에서 합리성을 찾아보려는 처절한 시도들도 다 접하고 소화하고 싶다는 의욕은 생각을 하려고 할때나 생기는 것이지, 그냥 혼자 자신만의(혹은 자기 클론들의) 뇌내세계에 머무르고 싶다면 그저 필요없는 낭비다. 아, 물론 그것도 나름대로 행복을 찾는 하나의 길이기는 할터이다. 다만 그게 약간만 좀 거시기한 지도세력과 만나면 삽좀비로서의 행복으로 귀결되거나, 거시기한 역할모델들과 결부되면 지사질의 화려한 불길로 끝나버리니 문제일 뿐. 아, 물론 양쪽 극단 모두 결국 삽질이라는 면에서 배드엔딩.

!@#… *글루스의 “세 사람이 모여 우정과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아 뾰로롱” 방식의 이오공감에서 반대의견 글 내려버리기 올림픽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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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thoughts on “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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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bluepaper's me2DAY

    푸른종이의 생각…

    “자기 머리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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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당하는 명언들….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서 큰 축제의 날이 되버린 크리스마스의 날이 밝았습니다. 딱히 크리스마스가 뭐 별거냐고 딴지를 놓고 싶은 마음도 없고 지금껏 크리스마스 때에는 늘 좋은 기억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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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사냥, 볼테르, 말과 몸…

    0. 댓글을 읽을 때면 그 댓글 자체에 거의 완벽하게 공감하기 때문에, 혹은 달리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라서 답글을 달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뭐랄까… 마음은 풍경을 만들지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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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공감에서 신고의 의미…

    – 저같은 경우 신고기능 자체를 (‘요즘은’이라는 단서를 붙여야겠군요)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신고기능을 사용하는 경우는 보통 저작권을 좀 심하게 어긴 포스팅이 …

  5. Pingback by 떠도는별

    누가 말했건간에 개인의 생각에 대한 자유는 막을수없는 것이고 그것이 제한되고 압력을 받을땐 그대상은 소수만이 아니고 당신이 될것이다. http://bit.ly/cWH3L9

  6. Pingback by 꼬장꼬장 괴팍한 독거노인 떠도는별

    누가 말했건간에 개인의 생각에 대한 자유는 막을수없는 것이고 그것이 제한되고 압력을 받을땐 그대상은 소수만이 아니고 당신이 될것이다. http://bit.ly/cWH3L9

  7. Pingback by Mike S. Hong

    음. @capcold 님의 포스팅이 생각나네요 http://3.ly/gIlk RT @R_pooh: RT @kimjuha RT @minkyungwook: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볼테르

  8. Pingback by Hwidong Bae

    @savearthh http://capcold.net/blog/2843 볼테르의 똘레랑스에 대한 글입니다.

  9. Pingback by 언럭키즈

    @nomad218 http://capcold.net/blog/2843 뭐 자주가던 사이트에 있는거라 금방 찾아요. 레퍼런스가 있으니 이 쪽이 더 믿을만 하겠죠.

  10. Pingback by 토마토

    @philosophia87 http://t.co/97GQOEs
    http://t.co/ujchMIi
    이런 느낌이었네요 호오..

  11. Pingback by In-gu Kang

    @bugbear5 그 말은 실제로 볼테르가 한 말이 아니라 그의 사상을 정리한 이블린 홀(Evelyn Hall)이 ‘볼테르의 친구들’(1906)이라는 책에서 볼테르의 사상은 이런것이다 하고 요약한 것. http://goo.gl/SAjWt

  12. Pingback by 이승환 / 나체 / 누듸 /누드모델

    나의 볼테르는 그렇지 않아?!

    일독을 권하는 글. http://sgp.cm/e165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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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http://t.co/FEht5QW via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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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볼테르는 그렇지 않아?!

    일독을 권하는 글. http://sgp.cm/e165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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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http://t.co/FEht5QW via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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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좋은 글입니다! http://sgp.cm/e1651b

  17. Pingback by mahabanya

    자기 머리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십시오. "볼테르의 톨레랑스는 사실 이런 것 http://t.co/qGalCQT via @capcold " #fb

  18. Pingback by DJ.HAN

    http://capcold.net/blog/2843 이블린 홀이 오마주한 볼테르의 원래 발언 : “자기 머리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십시오.” 문제는 말야, 사람들이 생각 없이 너무 쉽게 글을 쓴다는 거지

  19. Pingback by 지주성

    http://capcold.net/blog/2843 이블린 홀이 오마주한 볼테르의 원래 발언 : “자기 머리로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십시오.” 문제는 말야, 사람들이 생각 없이 너무 쉽게 글을 쓴다는 거지

  20. Pingback by longfin

    볼테르가 한 말로 알고 인용하려던 명언엔 이런 내막이 있었군요. http://t.co/cdpYvKcH

  21. Pingback by Cho Hwang Mok

    볼테르가 한 말로 알고 인용하려던 명언엔 이런 내막이 있었군요. http://t.co/cdpYvKcH

  22. Pingback by 조롱하지 말자 | 탑을 지나 들판으로

    […] 우월감. 그것도 근거없는 우월감밖에는 없다. 이것도 비꼬는 말인가? 여튼. 누가 말했더라 나는 당신이 개소리를 할 권리를 위해 위해 싸우겠다.고. 그러니 가능하면 선의를 보고, 비꼬지 않고 의도를 중심으로 서로 […]

Comments


  1. !@#… 까날님/ 믹시 추천버튼으로 만족하셔야 할 수 밖에요… :-)

    dcdc님/ 올리셔도 1시간 이내로 3인의 마법파워로 뾰로롱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핫핫)

  2. 생각을 하고 움직인다기 보다 매뉴얼대로 혹은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에 둔감할 수 밖에 없는 듯….^^
    맛있는 저녁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3. 오오 이 명언을 언제 꺼내주시나 했더니! 그런데 자신과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불편해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모 디워 때라던가…) 어쩌면 표현의 자유를 별 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감 부족도 넣어야 할 듯…뭐 자기 머리로 생각한 게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자신감 부족이겠지만요.

  4. !@#… 햅메이커님/ 뭐 관성이든 뭐든 다 좋은데, 문제 많으니 그 짓 좀 그만 하라고 지적해주면 조낸 화내고 주변에 똥칠하는게 문제랄까;;;

    시바우치님/ 시끄럽게 다양한게 싫으면 민주주의 관둬야죠 뭐;;;

  5. – 아, 저게 볼테르가 직접 한말은 아니었군요. 하하.. ^^;; 근데 좀 딴소리지만 전 솔직히 다른 소리 하는 사람이 영 싫으면 그냥 무시하려 노력하는데 이게 옳은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결국, 그 소리가 묻히건 말건 그다지 신경을 안쓴다는 건데 사상이나 신념은 자유로운 공론의 장 또는 그런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된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강압이 아닌이상 내가 싫어하는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걸 꼭 경계해야 할까는 생각도 든답니다.

  6. !@#… 지나가던이님/ 아무래도 그런 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무시하기라도 하니까요. 존재를 알고 무시하는 것과, 애초부터 모르는 것은 좀 천지차이. 아, 물론 ‘누가’ 하는 소리인가에 따라서 소리를 듣기 전부터 기대수준을 하염없이 낮추는 것은 당연한 프로세스죠.

  7. 볼테르의 묘미가 담긴 말이 또 있습니다.

    “결백한 사람에게 어림짐작으로 유죄를 선고하느니 죄가 있는 사람 하나 풀어주는게 낫다.”

    http://nooegoch.net/111

    볼테르 뿐만아니라 몽테스키외 선생의 권력분립론도 절실한 시점인데, 그러고보니 프랑스혁명이 부글부글 끓어올라갈 시점의 사상들입니다.

  8. !@#… nooe님/ 링크 따라갔다가 불어의 불시 습격에 잠시 좌절… OTL // 하기사 중국의 제자백가들도 춘추전국시대에 나왔죠. 역시 인류는 암울한 꼴을 코앞에서 봐야 세상에 대해서 진지해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 블로깅을 잠시 쉬고 잇다가 어제 복귀했씀미다……쿨럭…
    리더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못 읽은 글들을 읽다가 이젠 캡콜드님 블로그 차레가 되었네요….ㅎㅎ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말이 똘레랑스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세상 모습입니다..

    뭐 관련 있는 애기는 아니지만 이전에 쓴 볼테르 얘기가 나오길래 트랙백 하나 걸께유….ㅋㅌ

  10. !@#… LieBe님/ 이렇게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볼테르 발언’의 진짜 출처를 이미 밝혀놓으셨는데, 어째서 아직도 맨날 볼테르의 말인 것으로 인용되곤 하는지 참 수수께끼입니다. (핫핫) 여튼 비판정신과 관용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아니 항상 함께 해야하는 것들이죠.

  11. 한 동안 유행했던 시대정신 이라는 동영상도…’니 머리로 생각해 보고 떡밥좀 주워먹지 마’라는 의미였을텐데 웃기게도 ‘시대정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봐 라면서 ‘생각을 안하고’ 음모론 떡밥만 낼름 챙겨 드시는 분들도 많다능… 저야 음모론을 워낙 좋아해서 ㅋㅋ 음모론 이야기만 나오면 신나지만-_-;;

    불관용의 시대입니다OTL

    똘레랑스는 ‘참는 것’일 진데…이걸 엉뚱한 사람들이 엉뚱한 곳에서 ‘참아야 하느니라’ 하니… 잘못된 것도 참고 그냥 살라는 것인지;;

  12. 부록 운운하던 블로거의 글도 처음엔 그냥 기분 나쁘기만 했는데 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 글을 보고 하다보니 생각 못 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있더군요.
    물론 그 사람들에 남아있는 불관용스런 부분은 여전히 무지 심각하다만, 그런 부분은 말 해도 안 고쳐질테니 적당히 무시해버리는 능력을 길러야 겠습니다.

  13. 처음에는 술술 잘 읽다가 중간부터 캡콜드님 특유의 생각의 호흡이랄까…ㅎ
    역시나 읽는 맛이 남다른 맛있는(?) 글이네요.

    추.
    캡콜드님 덕분에 이오공감 소식이 급궁금해지네요…
    링크라도 하나 달아주시지…
    한번 검색해봐야겠습니다.

    아, 설 잘 보내시구요.

  14. !@#… 민노씨/ 이오공감의 “3인이모이면뾰로롱” 릴레이는, 뭐가 자꾸 올라갔다가 없어지고 담당자가 다시 선별해서 살려내고 그런 과정이라서 인증샷을 박지 않고서는 상황을 따로 보여주기가 어려운 패턴이라서 결국 그냥 링크 안넣고 게으름을 부렸습니다(;;;). 상황을 총정리한 글은 아직 발견못했으나, 이 문제제기글과 트랙백들이 아마 좋은 씨앗이 될 듯. // 설 복 많이 받으세요!

    언럭키즈님/ 함량미달의 도발을 오히려 계기삼아 함량출중하게 반박해주시는 좀짱인 분들이 있기에, 블로고스피어는 아직 재미있습니다.

    JNine님/ 뭐, 저도 음모론의 오락적 가치는 무척 높이 사는 편이죠. 다만 떡밥으로 배채우면, 다른 맛나고 영양가 높은 물건을 먹을 공간이 없다는 유치원보다도 이전에 배우는 진리를 기억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쉽게 알 수 있죠.

  15. 그 3분 신고기능 남용으로 3일 신고 불가 상태일 겁니다.

    이번 일로 신고 기능 자체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저 같은 경우는 비추천/반대 버튼이나 그에 준하는 평가 시스템을 이오공감에 한해서라도 도입했으면 하는 입장이에요. 아예 물고를 막아둔 탓에 신고 기능의 악용으로 이어질 소지도 큰 거니까, 조금 개정되었으면 좋겠네요.

  16. !@#… Moonseer님/ 사실 재미있는 평가척도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적잖이 있는데, 어떤 것도 시스템이 익숙해지면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근본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죠. 언젠가 나중에 다른 기회에, 그 쪽에 대한 생각도 따로 좀 던져놓도록 하겠습니다.

  17. 새롭게 배웠네요. 저도 “자기 머리로~”란 표현이 더 마음에 들고 깊은 맛이 있네요.
    퍼갑니다. 카리레프트 정책도 읽어보았지만 혹 문제가 된다면 말씀주십시요.
    건승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