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 좀 이것저것 밀려있는 터라, 기자실 폐지 논쟁 생쑈라든지, 버텍 총격사건 1개월이라든지, 이라크 파병 미군 감축을 둘러싼 의회와 백악관의 거래라든지, 히어로즈 시즌1 완결이라든지 등등 capcold의 평소 관심사 성향상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 마구 지나가는데도 별다른 이야기를 못쓰고 있다. -_-; 그런데 이런 와중에 또 하나 큰 건이 올라오고 있으니, 한미FTA 협정문 공개. 도대체 이놈의 타이밍이란;;;
!@#… 어차피 주로 관심사인 방송통신 분야와 지적재산권 분야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지만, 그나마도 긴 이야기는 나중에 찬찬히 정리해볼 예정.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소한 지적재산권 분야는 이전에 이야기한 내용과 별로 달라질 부분이 없어 보인다. 즉 문제점, 극복할 부분들 역시 전체적으로는 그대로 남아있다.
여튼 협정문의 해당 부분들을 영어버전으로 읽고 있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더 ‘미국법’스럽게 짜여져 있더라는… 그 뒤에 한국 문구들을 보니, 확실히 이건 미국식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협상한 다음, 한국어 버젼을 ‘억지로’ 만들다시피 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마디로 영어직역체 + 한국법조문 특유의 불가해함이 겹쳐진, 기이한 문구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용어의 일상용어 쓰임새에 따른 뉘앙스가 적지 않을텐데, 벌써부터 그런 점들이 도시괴담의 원재료가 되어주고 있는 듯 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기린아님 포스트를 통해서 본 기사:
네이버와 다음, 한미FTA로 “폐쇄” 위기?
[프레시안 2007-05-25 오후 6:08:00 노주희 기자]
“한미 FTA 협정문에 들어간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은 ‘불법 복제 및 전송의 천국’으로서 가장 먼저 폐쇄 위기에 처하게 된다. 또 협정문에 적시된 대로, 국내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웹하드(Web-hard) 사이트나 개인 간 파일공유(P2P, Peer-to-peer) 사이트들도 미국의 폐쇄 위협을 받게 된다.”
!@#… 협정문 18조 지적재산권 분야의 첨부서한 중 하나에 들어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엄청난 공포감(그리고 그 공포감의 진원지인 한미FTA에 대한 끝없는 적개심)을 호소하는 기사다. 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야 특별히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지만, 문제는 근거로 들고 있는 조항에 대한 이해가 턱도 없다는 것이다. 사실 프레시안 기사의 우려 대로라면, 고작 네이버나 다음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미국에 본사를 둔 구글이 셧다운된다(Google documents, Gmail…).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모순된 자폭행위를 통과시킨다는 말인가? 간단하다. FTA 문건에서 언급된 조항에 사용된 ‘permit’의 뉘앙스에 대한 오해다. 한국어판에서는 이를 ‘허용한다’로 번역했는데, 영어에서의 permit은 어떤 행위를 의도적으로 허가해주는 뉘앙스다. 그에 비해서 한국어의 ‘허용한다’는 말은 거의 비슷한 의미이기는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뉘앙스로도 종종 사용한다(골을 허용했다, 라든지). 즉, 원래 협정문의 ‘permit’은 그냥 저작권 침해 콘텐츠가 해당 사이트에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런 침해 행위를 적극적으로 허가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실제로 미국 국내에서도 서비스 업자의 법적 책임을 가늠하기 위한 판단기준이기도 하고 말이다. 만약 그런 의지가 개입되어 있지 않다면,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법적 책임을 면책받도록 되어있다 (통신품위법 230조 외). 즉 “우리는 그런 침해 행위를 허락하지 않고, 또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면 폐쇄당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 기사에서 언급된 추가 서한의 내용과, 협정서 본문에서 언급된 서비스 제공자 면책 권리, 해적질 방지 노력에 대한 의무 등 여러 요소들이 모순되지 않고 성립될 수 있는 것.
!@#… 해적 콘텐츠가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폐쇄된다는 공포스러운 비전이라니… 한미FTA는 각계 시스템 구조조정에 대한 험악한 강요일 망정, 도시괴담의 영역으로 이야기될 사안이 아니다. 비슷한 논지로, 관련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또 외국 저작권자가 요구하면 국내 사용자 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줘야한다고 설레발이다. 그러나 실제는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대로 여전히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있다는 것인데(법적 절차가 두려워서 업체가 개인정보를 그냥 먼저 가져다 바쳐버리니까 문제지), 이번 협정문에도 그런 정보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은 judicial authorities/사법당국이라는 것이 조항에 뚜렷하게 들어있다(18.10) – 미국 사법당국의 요구로 한국기업에 요구한다든지 하는 사안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미국의 영장 발부 조건이 한국과 다르기에 그 부분에서 조율해야 하는 것은 적지 않지만. 당연하지. 단지 미국-> 한국이 아니라, 한국-> 미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같은 조건을 걸어야 하니까 말이다. 원튼말든, 미국의 시스템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한미FTA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의 상당부분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감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그 부분들에서 탄생하는 것이 바로 도시괴담이다. 한마디로, “우와, 이러다가 우리 망하는거 아냐?”라는.
!@#… 혹은 이전에 발표되지 않았다가 새로 발견된 부분이라고 주목을 받는 영화관 캠코더 촬영시도에 대한 미수범 처리나 대학가 교과서 불법복제 단속 등은 어떤가. 이건 숫제 원래 한국에서도 계속 이야기되던 부분으로, 국내 영화산업과 학술출판계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논의되어오던 것들이 아닌가. 난데없이 한미FTA의 어두운 미래의 그림자에 몰아넣기에는 좀 거시기한 이야기들이다. 아까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괴담급.
!@#… 도시괴담 수준의 이야기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동안, 진짜로 비판받아야할 큰 덩어리들, 이런 시스템 변화의 와중에서 지켜내거나 진흥해야할 진짜 사안들은 어물쩍 넘어가게 된다. 당장 공정 이용(fair use) 기준 마련에 대한 중요한 임무가 국내 입법의 영역으로 던져졌고, 저작권 표시 유지에 관한 관행 확립이라든지, ‘상업적 이용’의 기준에 관한 세부 규정과 문제제기 등 FTA도 FTA지만 당장 저작권 전반의 원칙으로서 해결해야 할 것이 산적해있다. 설레발급 찌라시 기자들이야 뭐 원래 그렇다치더라도, 정보운동에 관심있는 이들 만큼은 이런 때야 말로 냉정을 찾고, 포커스를 맞추고, 구체적 기준과 입법 제안으로 지긋이 압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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