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음. 옛날의 잡문들을 들춰보다가 발견. 나우누리의 학과 커뮤니티에 나름대로 ‘정기연재’하던 모 칼럼 중 발췌. 비록 당시의 솔로에서 오랜 커플족으로, 애매한 신분의 파견 군인에서 정상인으로 돌아온지 꽤 오래 지났고, 글 스타일도 당시의 열혈직설(?)보다는 좀 더 능구렁이화되었지만… 어째 기본 사상은 거의 안변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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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낙호] 까투리의 헛소리 ….(9)
올린이 : 신제갈량(최이문 ) 97/12/20 10:2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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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 클로스의 마누라 이름은?
– 메리 크리스마스.
!@# … 크리스마스 …
성 니콜라스가 무식한 양키들과 코카콜라 광고를 거치고 나서 산타 클로스가 됐다. 빨갛고 하얀 옷을 입고, 음푸허허허허 호탕하게 웃으며 순록 12마리(각각 이름들도 미국에서 붙여줬더군…스칸디나비아식 이름으로…완전 무국적)가 끄는 썰매를 타고 전 세계를 정복하러 다닌다. 그의 식민지 제국은 ‘현대국가’ 전부이며, 그의 신민은 종교따위와는 관계없이 수많은 어린이들이다. 한 백인 할아버지가 이리저리 하는 일도 참 많구나.
왜 발렌타인 데이는 무국적이니, 상업적이니 하는 별별 욕을 다들어먹는데 크리스마스는 괜찮다는 걸까? 사람들이 그만큼 순진한가? 일본의 초코렛 회사에서 만든 성 발렌타인 이미지는 모독이고 상술인데 코카콜라의 성 니콜라스는 왜 아무말도 안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산타 클로스(The Santa Clause : 산타 강제조항)라는 영화가 있다. 팀 앨런(Home Improvement – ‘아빠, 뭐하세요?’ 주연)이 주인공인데, 크리스마스날밤 왠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도둑이 든 줄 알고 소리를 질렀더니 지붕위에 있던 산타가 미끄러져 죽어버려서 어쩔수 없이 자기가 산타가 되어버린다는 내용이다. 산타가 되는 것은 하나의 저주? 그렇다. 현대사회에서 산타가 되는 것은 하나의 저주다. 코카콜라 광고모델로서, 완구회사 외판원으로서, 크리스마스의 허상의 전도인으로서.
크리스마스를 자축하는 것은 원래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독교인들이다. 그것도 미사 및 예배로서. 그런데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각 민족들의 신년축제(신기하게도 신년축제는 거의 모든 민족들이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신년이 언제 시작되느냐는 차이가 있지만)와 합성되어 크리스마스는 널리 전 세계적인 공휴일이 되었다. 그리고 ‘전세계가 한꺼번에 공휴일인 날’을 얻어낸 우리네 현대인들은 이를 열심히 이용해 먹으려고 수많은 기의들을 이에 쳐발라놨다.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한다느니(아, 참고로 독일에서는 12월 6일날을 성 니콜라스날로 만들어서 선물주고받는 것은 이날에 해버린다), 자선을 배풀어야 한다느니,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는다느니, 연인과 함께 해야 된다느니…. 참 여러 가지를 ‘크리스마스 풍경’으로 만들어 놨다.
크리스마스날에 부산을 떨고, 서로 친하고, 자비로운 듯 하는 것은 이미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명절의 허상 때문이다. 명절날에 부산을 떠는 것은 그만큼 다른 ‘평범한’ 날에는 신경도 안쓰기 때문이다. 불우이웃이 가난하고 불쌍하면 크리스마스에만 가난한게 아니라 매일매일 가난하다. 생일날과도 마찬가지다. 생일날만 되면 ‘니가 세상에 태어난게 너무나 고마워’니 뭐니 하고 돌아다니지만, 정말로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1년 단위로 소중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매 순간순간마다 새롭게 소중한 것이다. 아참, 그러고 보니 거의 잊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도 누구 생일이구나. 12월 25일이라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바는 전혀 없지만. 여하튼 그때 그’사람’도 평소에는 서로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자기 생일이 되니까 전 세계사람들이 사랑을 못나눠줘서 광분하는 꼴을 보면 아마 하늘에서 뒤집어지게 웃을 것이다.
기념일, 명절에 들뜨기 전에 우선 자신의 ‘평범한’ 나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 내가 과연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매 순간순간을 내가 정말로 선택한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는가. 내가 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나의 주인인가. 그렇게 함으로서 타인과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는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크리스마스에 카드라도 한 장 받으면 기쁜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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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 그건 평소에 카드를 못받아서 그런 거에요. 2004/12/26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