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 화제는 빠르게 바뀌지만, 실제 사건들은 그렇게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끔은 줄줄이 사탕 현상도 있는지라, 지난 호에 썼던 학력사기 이야기가 다시 오만 사람들의 고백 행진으로 뻗어나가질 않나… 거의 3주 전에 탈고하고 이번 호에 들어갔던 인질극 이야기 역시, 이제 두명 석방된 채 결렬이니 뭐니 이야기하면서 무한 대척 상태. 그 동안 욕할만큼 하고 스트레스 풀고 후련들 해졌는지, 놀랄만큼 잠잠해진 온라인 담론 공간. 하지만 실제 사건은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참, 본문에 언급한 협상정책 운운은 전에 여기에서 이야기한 것.
인질극, 협상은 있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아프간 인질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일 듯 안 보일듯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우며 아직도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더 큰 소란은 정작 이들이 억류된 그곳이 아니라, 억류된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의 블로고스피어에서 이루어진 듯하다. 뭐 경솔하게 그들을 보낸 책임자들을 비판하는 것도 좋고 그것을 계기로 해서 한국 기독교의 여러 축적된 모순들에 불만을 터트리는 것도 좋지만, 어떤 경우에도 최소한 인질들을 국내로 무사하게 데리고와야 한다는 전제는 당연하다.
아니 당연하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예 ‘협상을 하지 말라’는 식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미국이나 선진국들은 절대 협상을 하지 않는다느니, 협상을 하면 그 결과 오히려 더 많은 인질납치를 불러일으킨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여름날 방치해둔 우유한컵 속 곰팡이 마냥 빠르게 번져나가곤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째서 나는 ‘협상을 했기 때문에’ 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테러가 더 늘어났다는 어떤 사회과학적 통계도 접해본 적이 없을까. 게다가 서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도 테러단체에 잡힌 인질을 비공식적 몸값을 주고 구출했다는 꽤 잘 갖추어진 보고서들은 잘만 보이는 걸까. 게다가 미국의 2002년 독트린 역시 테러범들의 요구에 정부가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는 오히려 충분히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되어있고, 나아가 현지 정부나 민간 기업은 얼마든지 협상을 하라고 공식적으로 용인까지 해주고 있다. 즉 이들은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서의 대외적 위신을 세우는 것일 뿐이다. 여튼 실제 정책과 사건이라는 근거들은 오히려 선진국들도 열심히 협상을 한다는 쪽이다.
인질상황을 진지하게 다룬 – 즉, 슈퍼히어로급 군사작전으로 적들을 쓸어버리고 인질을 품에 안고 헬기로 올라타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 만화들 몇 편이 그런 상황을 꽤 잘 전달해준다. ‘마스터 키튼’ 이든 ‘용오’든,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려고 진짜로 ‘백방으로’ 노력하는 작품들 말이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것. 수많은 정치적 목표, 종교적, 윤리적, 역사적 실타래를 푸는 것은 납치사건 하나로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서로의 요구사항들이 완전히 합의되는 경우도 좀처럼 없다. 차라리 돈은 적당히 서로 액수에 합의하는 선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기 때문에 낫다. 키튼처럼 냉철하게 상황을 조율하든, 용오처럼 몸으로 때우며 테러범들에게 인정받아 거래조건을 만들어내든 말이다. 뭐 사실 이것도 나름대로 초인적인 능력이지만, 최소한 충돌보다 협상으로 접근해서 부대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면에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식의 절대정의, 그 강경함은 매력적이다. 많은 이들이 혹할 만도 하다. 그 논리의 극단에는 위험지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위해서 23명 인질들의 목숨쯤은 그냥 버리는 게 낫고, 어떤 한국 주류 기독교 교단의 부패 및 민폐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 국가는 그들을 버려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그런 교훈이나 비판은 결국 국가가 국민의 목숨을 보전해주는 것과 상관없다. 교훈은 교훈으로 주장하고, 비판은 비판으로 계속하면 된다. 하지만 국가라는 사회체제가 국민이라는 성원을 구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역할 수행을 부정하고 다닐 정도로 과잉반응을 하면 곤란하다. 매우.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불허/영리불허 —
동감..데스!!
!@#… 당그니님/ 하지만 벌써, 아무도 굳이 리플을 안다는 토픽이 되어버렸습니다… 묻혔어요 묻혔어. -_-;
이번엔 우토로마을도 한번 써 주시죠…..ㅠ.ㅠ
물론 사람들이 댓글을 우루루 달아줄거라고 장담은 못 드리지만…..^^;;;
8월말이 협상(?) 시안이랍니다…….
시안이 아니고 시한…..이거 댓글 수정 안되나요….??? 애궁…..
!@#… 심샛별님/ 우토로, 아주 시의적절한 제안입니다. ‘국민의 범위란 어디까지인가’ 쪽으로 접근해서 이번호 원고로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