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꽤 지났음에도, 된장녀 어쩌고가 아직도 한참 위세를 떨치는 듯. 여성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딱 이거다 싶은 키워드가 하나 등장하고 나니, 마초병 말기 환자들과 이제 막 발병하고 있는 중생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저능함의 경연을 벌이는 중. 뭐 capcold는 개인적으로 “양성은 평등하게 멍청하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는지라 된장녀니 고추장남이니 하는 쌩쑈가 참 재미있을 따름이지만. 그런데 개념없이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들의 이중적 의존성에 대한 비난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는 취향에 대한 비난이 왜 그렇게 위화감없이 섞여들어가 있는지, 그것만큼은 정말 새로운 경지의 멍청함이라서 잠시 감탄했다. (1) 의존성의 문제라면 바로 당신이 안 사주면 땡이고, (2) 취향은 애초에 당신이 뭐라 할 바가 아니잖아. 스타벅스가 허영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제쳐놓자. 스타벅스에 그냥 비싼 커피 마시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여하튼 허영스러운 분위기가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애초에 허영 따위를 동경하는 바보같은 삶의 자세를 버리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슨 구치 지우개 십만원짜리를 누가 들고다닌다고 해서, 아무 구체적인 필요성도 없이 “나도나도 저런 지우개로 연필을 지우고 싶어”하고 매달리는게 애초부터 멍청한 짓 아닌가. 왜, 국가 경제에 해악이 되기 때문에 애국 시민으로서 그런 낭비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변이라도 할 차례인가?
!@#… 결국 a) 취향은 허영투성이고 b) 그 허영을 위해서 남자들의 돈을 뜯어낸다, c) 그 허영끼에 기반해서 남자를 업신여긴다, d) 그러면서도 잘난척은 다 한다 뭐 그런 식의 스테레오타입으로 귀결되기는 하는데… 뭐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공감을 자아내지. 하지만 a) 허세 투성이의 소비생활을 하며 b) 그 허세를 위해서 남들의(부모의, 카드회사의, 사회의) 돈을 뜯든 빌리든 하고, c) 그 것에 기반하여 다른 모든 이들을 업신여기며 d) 우월감을 느끼고 잘난척을 하는 패턴은 전혀 신선한 것도 새로운 것도 혹은 여성 전용인 것도 아니다. 소비 자본주의, 특히 천민 자본주의 사회라는게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한국 현대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그 루트 위에서 전력질주하고 있다는 것 정도야 상식 중에 상식이고. 성별도 세대별도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이미 빠져있거나 언제 빠져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대한 구덩이다. 사회 일반의 거대한 문제를, 젊은 여성이라는 특정 계층의 특징으로 축소시켜서 적용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쪼잔한 일이다. 혹은 단순히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의 절망적 수준으로 멍청하거나.
!@#… 하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된장녀 컨셉에 감동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수많은 바보들이 갑자기 설득당하거나 성찰을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무리다. 그냥, capcold 같은 인간들은 멍청한 소리가 왜 멍청한 소리인지 ‘근거’를 남겨주는 쪽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왜냐하면 세상은 합리적 논리에 의한 ‘옳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동조에 의한 ‘공감’으로 움직이니까. 그런 정체성 가운데 민족이나 국민 빼고 최고봉이라면 바로 ‘남자’ 아니겠는가. 게다가 자신의 실수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을 사회적 자살행위 취급하는 분위기 때문에 스스로 담론적 배수의 진을 치기 십상인 한국 사회의 특성상, 역시 된장녀 운운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란 멀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뭐 그때까지는 가끔 이렇게 비웃어주는 수 밖에.
— Copl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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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황) 학회 + 피서(?)로 샌프란시스코 갔다가 돌아오고, 이것저것 약간 뒤정리했습니다. 이제 블로그 재개. 뭐 결국 아무도 크게 관심은 없을만한 개인 사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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