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연설, 창조적 자본주의를 듣고 엘리트주의를 생각하다

!@#…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버즈워드가 뜨고 있다. 출처는 바로 올해의 빌 게이츠의 하버드 졸업 축하연설 (이자 자신의 30년만의 졸업 소감). 국내 언론에서 최근 무지하게 소개되었는데, 그다지 별 재미 없어 보여서 무시하고 있다가 여차저차 연설 원문을 접하게 되었다. 아니, 이거… 상당한 이야기인걸!

연설문 전문 (클릭. 장문의 영어의 압박)
연설문 동영상 (클릭. 게이츠 재단 제공. 당연히 무자막)

!@#… 한국의 여러 신문들의(특히, 다분히 “닥치고 돈”을 외쳐온 경제전문 또는 ㅈ일보들) 해석과는 달리, 빌게이츠가 주장한 ‘창조적 자본주의’의 본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따위의 애매한 도덕률이 아니다. 그 개념의 핵심은 바로 시장의 도달 범위와 작동방식을 확대하고 개조해서, 불평등으로 인하여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던 영역의 사람들까지도 먹고 살만한 구석이 생기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그에게 있어서 가난한 자들이 그런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은 바로 “because their mothers and their fathers had no power in the market and no voice in the system”, 즉 선대에서부터 시장에서 힘이 없고 시스템에서 발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핵심 문장은 바로 “If we can find approaches that meet the needs of the poor in ways that generate profits for business and votes for politicians, we will have found a sustainable way to reduce inequity in the world.” 이걸 몇몇 신문에서는 (예를 들어 여기) 이윤/표를 추구할 때 처럼 열심히 불평등 해소 방안을 강구해보자는 도덕론으로 해석했는데, 평소에 입바른 소리만 하다보니 눈에 보이는 것도 그것밖에 없는 것. 연설의 진짜 의미는, 이윤이나 표를 얻어내는 합리적인 방식 – 즉 시장경제/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못가진 자들의 (경제/정치적인) 수요까지도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개선하고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즉 기업에게는 이윤을, 정치가에게는 표를, 빈자들에게는 수요 충족을 동시에. 이 사람, 부자들이 나서서 도덕성으로 열심히 돈 퍼주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하버드 졸업생들이라는 사회의 룰을 만드는 자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것이다.

!@#… 무슨 말인고 하니, 빌게이츠가 이야기한 것은 미국식 시장 만능주의로 인류평등 세계평화를 이룩하고 싶어하는 희망. 충격적으로 극심한 빈부격차의 원인은 바로 (자본주의)시장과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시스템으로부터의 소외다. 그렇기에, 그들마저 시장에 완전히 흡수하는 더 창조적이고 큰 시스템으로 확장하자, 라는 말. 그리고 하버드 졸업생들에게 그런 더욱 큰 시스템을 만들 역할에 매진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문자 그대로 거병 선언이자 순도 100%의 엘리트주의! 고작 한명의 엘리트가 만명을 먹여살린다느니 하는 소심한 말장난이 아니다. 과연 빌게이츠. 불굴의 개척자로서의 개발자 정신을 이야기한 스티브 잡스와는 다른 맛의, 거대기업 경영자적 발상.

!@#… capcold의 경우… 시장의 힘에 대한 과신은 생리적으로 거부하지만(뭐랄까, 상당히 ‘창조적’으로 변용시켜가며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적용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혜택받은 자’들은 시스템을 만들어냄으로써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발상은 100% 동의. 찌질하게 기득권 질서에 편입해서 자기 이익 챙길 생각이나 하는 소인배질을 하는 것들이 무슨 놈의 엘리트인가. 그냥 돈 좀 잘 버는 전문직일 뿐. 큰 틀의 평등,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상할 줄 아는 대인배여야 비로소 진짜 엘리트다(플라톤의 철인정치?). 역할 분담의 힘이다. 하지만 그들이 뻘짓하지 않도록 통제하며, 그런 엘리트적 소양의 소유자들이 자연스럽게 육성되고 성장할 수 있는 바탕으로서 필요한 것은 두말 할 나위 없이 바로 엄격하고 합리적인 민주주의. 일견 반댓말처럼 보여도, 잘 보면 서로 잘만 이어져 있다. 민주주의라고 해서, 다들 하향평준화된 멍청함의 구렁텅이에서 숙명적으로 허우적대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 여튼 오늘의 두서없는 결론: 빌 아저씨 말처럼, 대인배가 됩시다. 하지만 마소는 제품이 구려서 여전히 싫어.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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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빌게이츠 연설, 창조적 자본주의를 듣고 엘리트주의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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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Jieu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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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마소가 하드웨어는 얼마나 잘만드는데요~

    그래서 이름을 마크로 하드웨어로 개명해야.(참 엑스박스에 대한 평가는 논외입니다.)

  2. 우와. 인터넷에 있는 한글도 제대로 못 읽는데 영어로 된 장문을 인터넷으로 보니 머리가 핑핑

    캡콜드님, 혹시 이 연설 동영상은 없겠지요?

  3. ….생각의 스케일이 다르달까, 확실히 대인배스런 이야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