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관 부당해직 및 법관 보복 사건, 그리고 ‘교수’라는 직종

!@#… 속칭 ‘석궁관 대학 사건’으로 불리우고 있는 성균관대학의 김명호 교수 부당해직 및 10년뒤 김교수의 법관 석궁 사격 보복 사건. 솔직히 10년도 넘게 진행된 사건을 나 자신이 별반 관심조차 없이 지나쳐왔다는 사실 자체에 새삼 놀랍고 창피한 마음이 먼저다. 하지만 이내, 왜 이번 건은 김민수 교수 부당해직 사건 당시만큼 주목을 못끌고, 법원 판결 역시 대학교측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카데미 사회의 룰이 어떻게 돌어가는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를 느꼈다.

!@#… 이번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이쪽 사이트를 가보면 세부 자료가 가장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http://geocities.com/henrythegreatgod/tocourt.htm

데일리서프의 기사로 미루어보자면 김명호 교수 본인이 만든 사이트인 듯 한데, 사이트상에는 따로 제작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다(1인 제작 사이트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데, 신분이 노출되면 불리해지는 사람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튼 어떤 식으로 주장을 하고 싶든 간에, 구체적 근거가 필요하다면 여기에서 대체로 찾을 수 있으니 관련 코멘트를 어디선가 하고 싶은 분들은 참조를.

!@#… 그런데 위 자료에서 제시되었듯 성대측이 승진 및 재임용 심사에서 열심히 김명호 교수의 연구실적을 깎아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최종 심사에서 연구실적 부문 자체는 탈락사유로 직접 작용시키지 않았다. 그것이 법원에서도 성대 손을 들어준 알리바이가 되었고. 대신, ‘인간성 항목'(굳이 이런저런 좋은 어감의 용어로 대체하지 않겠다)에서 완전 작살내서 탈락요건을 충족시켜버렸다. 그렇기에 기계적인 법적 잣대 자체만 가지고 본다면 법원 판결이 틀리지는 않은 셈. 연구실적 미비를 핑계로 탈락시켰던 김민수 교수 건보다 학교측이 훨씬 더 술수에 능란했던 것.

!@#… 이왕 김민수 교수건과 비교가 나와서 말인데, 김명호 교수의 경우는 학생들 측에서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학부 강의의 F폭격이라든지, 대학원생 지도 방치라든지 실제로 교육 측면의 불화가 상당했었던 듯. 그것 자체로는 명확한 징계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해도, 성대 학생회조차 적극적으로 복직운동에 나서주지 않았을 정도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런 약점이, 성대측에서 해직시키기로 결심한 순간 유용한 도구가 되어준 셈. 김민수 교수건이 계속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그냥 사연 자체의 힘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축이 된 비대위가 꾸려지고 이들이 성사시킨 수년에 걸친 무학점 강좌 강행이나 천막 농성 등의 이벤트 덕분이었다. 그에 비해서 이쪽은 같이할 조직이 없어서 1인시위를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성대에서 해고된 뒤 10여년동안 해외에서 방문교수와 포닥연구원로 지내면서 성대 해고사건 ‘때문에’ 불안정한 신분이 약점 잡혀서 이후의 학문적 업적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하는 주장 역시 100% 신뢰하기 어렵다. 아무리 불안정하다고 해도, 학위라는 자격증 마저 불안정한 박사과정생들에 어디 비할만 할까. 그리고 세계적 수학자들이 입시문제에 대한 김명호 교수의 입장을 지지해줬다면서. 즉 단순히 불안정한 신분보다는, 그쪽 학교 연구팀의 협업 구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불이익을 본 측면이 크다고 본다. 혹은 단순히 보스가 하필이면 나쁜 놈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또 그쪽 학교에 항의할 문제다.

!@#…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자기 연구에 대해서는 실력있지만, 지지받는 교육자로서, 학’계’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경우 교수를 할 수 있는가? 이 점이 상당히 미묘한 것이, 교수라는 것 자체가 사기업 연구원 마냥 월급 받고 여하튼 결과만 내주면 되거나, 아티스트 마냥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더라도 천재이기만 하면 용납되는 직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고교 교사가 자기 학생 서울대 보낸 숫자만으로 평가받으면 안되는 직종이듯이 말이다(아이러니컬하게도, 실제로는 그렇게 평가받고 있지만). 학문의 메커니즘에서 연구결과의 생산은 물론 연구 기반의 재생산까지, 그러니까 유능한 후임들의 훈련과 동료간 협동 인력망 구축을 임무로 부과받은 것이 바로 교수다. 즉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훈련과 인력망 구축에 있어서 지나치게 끈적하게 달라붙다 보면 –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 바보같은 수업을 하고 A폭격을 한다거나 기득권 학계에 아부하며 그들의 관습에 완전히 굴종한다든지 – 오히려 제대로 된 학문적 연구 기반을 부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 연구만 잘하면 독생적 외골수여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과 연구협업을 못하더라도 연구는 계속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교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즉 학문에 방해가 되는 비합리적인 어둠의 카르텔이 문제인 것이지, 밀접한 팀워크 자체는 학계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연구실적은 논문 출판 편수나 지면이니 인용회수니 하면서 비교적 일관된 양적 측정이 가능하도록 해놨지만 팀워크나 교육능력은 그런 척도가 대단히 미비해서 엿장수 맘대로 적용되는 폐단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교수’니까. 마치 올바른 이상만을 갖추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조율과 협동의 능력이 있어야 ‘정치인’를 제대로 할 수 있듯이.

!@#… 그래서 capcold의 경우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이 좀 복잡한데… 김명호 교수의 해고가 그릇된 입시문제 채점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인하여 촉발되었다는 측면에서, capcold는 분명히 이것은 부당해고라고 생각하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월급보전 및 피해보상금)과 명예회복(복직)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가 다시 ‘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심지어 성대 총장도 아니라 법관에 대한 석궁질을 정당화할 이유는 더욱 더 없으니 그것에 대한 책임은 아주 엄중하게 부과하고. 이 세가지는 각각 별개의 이야기다. 부당해고를 당했으니 훌륭한 교수고 석궁사건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거나, 해고는 해고니까 교수로서도 쓰레기고 석궁까지 쏘는 말종이라는 것이 아니다. 부당해고는 부당해고, 교수라는 직종에 크게 적합하지 않은 타입인 것은 드러난 바 대로, 그리고 석궁 사건은 그 자체로 개별의 범죄. 물론 각 요소들 사이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에 대해서 따로 합당한 대가를 고려해야한다는 점. 양비론이 아니라, 그 정도의 수준을 원칙으로 상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복직 후 퇴임? 명예교수로 돌리기? 그보다는 역시 합리적으로, 교육과 협업을 안해도 되는 전문 과학 연구원으로 배치하기? 하지만 석궁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받는 일신상의 불이익은 반드시 반영해야 하고. 뭐 결정은 성대측의 몫이니 패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문제를 야기시킨 성대 당국 및 당시 결정을 내린 교수들에게는 구체적인 문책이 있어야 하고. 그저, 매사를 대충 뭉뚱그려넣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각각의 부분에 대해서 저지른 만큼씩 책임져야 하고, 모든 직종에는 그 직종에 필요한 요건들이 따로 있다는 뻔한 원칙적인 균형의 이야기.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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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thoughts on “석궁관 부당해직 및 법관 보복 사건, 그리고 ‘교수’라는 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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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석궁관 사건, 합리적 타협의 기회를 놓친 비극

    […] !@#… 소위 ‘석궁관 사건’에 대해서 약간만 더(아무래도 교수라는 직종, 학계라는 것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다보니…). 이전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바는 이 사건은 교수라는 직종 자체가 애초부터 그냥 ‘학자’이기만 해서는 안되기에 벌어진 일이고, 부당해고와 교수라는 직종의 한계와 석궁테러는 각각 책임져야한다는 것. 그런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했어야 했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이 또 닥치면 학자가 양심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설마. 그래서 이왕 말나온 김에, 문제의 ‘첫 단추’를 한번 되짚어보며 어떤 ‘다른 방법’들이 있었을지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

  2. Pingback by Nakho Kim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김교수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는 듯 하여 07년 글을 다시 꺼내본다. 당시에도 역시 관심사는 석궁테러 말고 애초의 해고 문제. http://t.co/qoDxKuRo http://t.co/yYpAVXLY

  3. Pingback by great18blood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김교수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는 듯 하여 07년 글을 다시 꺼내본다. 당시에도 역시 관심사는 석궁테러 말고 애초의 해고 문제. http://t.co/qoDxKuRo http://t.co/yYpAVXLY

  4. Pingback by 에덴홀(EDENHALL)

    RT@capcold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김교수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는 듯 하여 07년 글을 다시 꺼내본다. 당시에도 역시 관심사는 석궁테러 말고 애초의 해고 문제. http://t.co/VSity12W http://t.co/mBaP6VjN

Comments


  1. !@#… 리디님/ 으아, 이게 왠 오탑니까. -_-;;; 수정 들어갑니다! 이제는 김민수 교수와 퓨전까지 시켜버리는군요, 제가.

  2. 링크 두개에서 충돌하고 있는 팩트. 그리고 유명판사..

    [링크]
    요약: 판결에는 문제가 없고 , 원고에게 문제가 있다.

    [링크]
    요약: 판결에 문제 많다.

  3. 이번 사태에 대한 사회적 해결 능력과 학문에 대한 사회적 협업 능력을 같은 기준에 놓고 보는 것이 법원의 관점. 그 교수의 학문적 협업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고 아마 그 학교의 상황을 보건데 검증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 같은데…

  4. Your comment is awaiting moderation 라고 나오는 저의 댓글은 뭐가 걸린걸까요.

  5. !@#… nomodem님/ 실수로 두 링크를 같은 주소로 넣어주셔서 그렇습니다. 우리 똑똑한 워프돌이가 우선 스팸 예비후보로 분류해주더군요… 제가 임의로 아마 주목하셨던 듯한 기사의 링크를 복원했는데, 혹시 다른 기사(예를 들어, 판사의 입장을 상세하게 밝힌 이 것)라면 이야기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