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을 준수합시다

!@#… 재밌는 서명운동을 소개받았다. 벌써 서명인이 11000명을 넘었는데, 정작 무엇에 대한 서명인지는 알 수 없는 재미있는 물건.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3668

!@#…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된 이 청원에, 오늘도 열심히 서명이 달리고 있다. 물론 위대한 구글신은 누가 착한 아이고 나쁜 아이인지 알아서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주신덴다. 구글신의 캐시 신공 클릭.

!@#… 그리고 이 게시물을 둘러싼 이야기는, 굳이 따로 설명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시대착오적 선거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는 선관위에 대한 성토. 기준이 자의적이며, 이명박 비판만 하면 다 잡아간다느니 하는 정의의 음모론. 하지만 사실, 약간만 냉정하게 생각해도 굳이 그런 식은 아니다. 구글 캐시에 남은 내용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한 눈에 봐도 이명박 낙선운동으로 보이니까. 예를 들자면, “서민대통령입네 경제 대통령입네 하면서 이렇게 뒤에서 국민을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 같은 문구가 딱 걸릴만한 내용이에요. 낙선운동을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선거법 개선안의 지향점과, 현행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것의 기준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니까. 물론 악법은 열심히 어겨서 바꾸자고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일리는 있지만, 여튼 얼마나 세련되게 어기느냐에 따라서 계속 열심히 어길 수 있느냐, 아니면 오히려 화만 입고 금방 끝나느냐가 갈리니까.

즉, 원래 청원 서명의 내용만 하더라도 얍삽하게 능글맞게 빠져나가려면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검찰과 국세청은 대통령후보들에 대해서 제기되는 탈세 또는 친인척 위장 취업 비리 등의 반사회적 부도덕 범죄 의혹을 샅샅이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차없이 고발해서 후보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뭐 이런 식으로. 누구나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한 명을 찍어서 까는 경솔함은 살짝 피하는 식으로 말이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분노는 물론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하염없이 계속 이죽거리는 것이 필요하다니까.

!@#… 그런 의미에서, 이슈 청원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입니다”에 서명하는 것은 참 훌륭한 전략이다. 물론, 청원 이슈라는 것 자체는 솔직히 성지 순례 정도다. 여기에 100만명이 서명을 한들, 검찰이고 국세청이고 뭐고 그냥 쌩까면 땡이다. 한국에는 아직 선거 이외에는 ‘민의’로 뭘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답니다. 하지만, 최소한 100만명이 서명을 하면 그 100만명은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 하고 최소한 어렴풋이나마 생각이라도 해 볼 기회가 있으니까 이런 서명운동이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런데, 이 서명운동이 가지는 결정적인 장점은 바로… 이미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삭제되었으니 더 이상 선거법 위반을 걸 수도 없으니 참 속편하다. 이것이야 말로 선거법을 어기지 않고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기회다. 굳이 새로운 설문을 만들지 말고, 오히려 딱 이 상태에서 소문을 내고 배너를 만들어 달자. 선거법 위반으로 삭제된 게시물에 리플답시다, 라고.

!@#… 이런 류의 선거법 준수하면서 할 말은 하는 얍삽함의 미덕이 절실한 때다. 여튼 아직 선거법을 개정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말이다:

– ‘선거법을 어기고 조세정의 이룩하세’ 같은 나름대로 합법적(…)인 표어 보급. 온라인에서만 찌질하게 뿌리지 말고, 티셔츠나 뱃지 같은 거라도 좀 만들면 좋고.

– 선거법에 걸리기 딱 좋은 막말 모음집이나 패러디를 만들고 싶을 때는, 매릴린 맨슨 사진을 쓰자. 맨슨이 삽들고 운하를 판다든지. (행여나 매릴린한테 초상권 침해로 고소당하면 어쩔 수 없지만)

– ‘일본을 공격한다’ 같이,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온라인 대세를 하나를 만든다. ‘운하를 판다’나 ‘주가를 조작한다’ 또는 ‘위장취업을 시킨다’ 같은.

!@#… 물론 capcold는 낙선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그 맥락에서 동원되곤 하는 ‘비판적 지지’ 논리를 싫어한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자신의 표를 던지고,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계속 자신의 선택의 의미를 알고 관심을 유지하며 담론으로나 무엇으로나 참여를 하는 것 자체니까. 대통령 선출 하나로 세상 돌아가는 판이 갈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주인들이 대통령 선출할 때 빼고는 별반 개입하지 않고 투덜대기만 하는 심각한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의 반증일 따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위해서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량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심지어 탈세가 드러나도 지지율이 꺾이지 않는 비논리적 사태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일수록, 거칠게 몰아붙이기보다 은근하게 후벼팔 필요가 있다니까. 그것이 네거티브를 하는 이들의 성공 조건이다.

요는 이거다. 너도나도 선거법을 준수하자. 한순간의 일갈에 목숨걸지 말고, 오래오래 이죽거려야 효과가 있다. 한쪽에서는 물론 위헌 소송도 내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모든 수를 써야하지만 말이다. 여튼 경찰서 불려가면 귀찮으니까. 대신에, 준수하면서 가지고 놀자. 털이 노출되는 사진집이 법으로 금지당하자 털을 밀고 사진집을 낸 어떤 징한 넘들의 정신을 본받자(무슨 소리야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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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thoughts on “선거법을 준수합시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trivial matters

    즐겁게 탈세 반대 운동 합시다…

    선거법을 준수합시다 capcold님 말 그대로, 한 순간 활활 타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안일수록 오래 이죽거려야 합니다. 그럴려면 재미가 필수죠. ;-) 마릴린 맨슨을 등장시키자는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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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Pingback by 민노씨.네

    선관위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부제 : 선거법과 블로거, 그리고 블로그 민주주의 0. 선거권(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알 권리은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국민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거라는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4. Pingback by Nakho Kim

    정치표현자유를 위한 선거법 개정 캠페인 유권자자유네트워크 http://youja.net 출범 축하. 지난 대선 무렵에 남겼던 선거법 글들 http://qr.net/cayy http://qr.net/cayz 후속편을 써둬야할 타이밍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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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Pingback by geekto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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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글 읽다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
    옳으신 말씀인것 같습니다. 저도 열받아서 방방걸릴때 옆에 계신분이 말리며 하시는 말씀도 이 말씀이더군요… ^^ 잘 보고 갑니다.~~

  2. 저의 지향점도 오스틴 파워의 성기 “비”노출씬입니다. -,.-

  3. !@#… ARMA님/ 하지만 역시 경찰서를 귀찮아하지 않으시는 ARMA님 같은 분들 덕에 세상은 좀 더 상식을 향해 가는 것이죠.

    intherye님/ “비” 성기노출씬이라고 하신 줄 알고 화들짝…;;;

    공자님/ 스팸도 좀 더 성의있게 하셔야지, 이래서야 알바비 나오겠습니까.

  4. 요즈음 대선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공익플래카드를 보면, 위에는 “made 人 Korea” “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고 해놓고, 밑에 작은 글씨로 ‘정책을 보고 고르자’는 맥락의 글귀가 있었던 기억인데요. 이거 웃기라고 써놓은 건지 진지하게 써놓은 건지 살짝 고민했어요. 전자라면 선관위 살짝 좋아해 줄 수도 있는데.

  5. 오래되었으니 이제 스팸 방어막 아저씨가 저를 잊었을까 싶어 시도해봅니다.
    상대는 비논리의 결합체이고 그걸 상대하는 측에선 논리에 위트까지, 그리고 인내까지 겸해야 하니 이런 불리한 싸움이 어디 있나 싶네요. 뭐,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일 수도.

  6. !@#… 진석/ 정책을 보고 고르자는 것이 선관위의 진심이기는 하지. 정책’만’보고 고르면 잡음도 없고 위신도 사니까. 다만 자고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면, 정책’에 대한 평가’도 좀 봐야 하고, 그 평가들이 상충하는 지점에서 불꽃 튀게 자기 이익을 놓고 조율을 하는 모습도 좀 봐야 할 따름.

    노바님/ Akismet아저씨가 진화했나봐요. // 논리, 위트, 인내 3종 세트가 그래도 정석이죠. 괜히 ‘닥치고 감동’ 이라는 비급에 잘못 손 댔다가 주화입마에 빠지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