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런너:파이널컷 짤막 감상.

!@#… ‘블레이드 런너: 파이널 컷’을 이 동네에도 일주일 한정 개봉.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블레이드런너. 고화질 고음질 복원. 감독판에서 옥의 티 수정. 그것도 스타워즈 복원 당시 마냥 지조때로 한 것이 아니라, 스턴트맨 문제라든지 특수효과 낚시줄 수정 같은 것 위주.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당장 달려가서 2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록 대사들을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여러번 본 영화지만, 한 번 더 추가할 필요가 있다니까. 게다가 이전에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 3D‘에서 보았듯, 디테일의 영화는 복원하고 극장에 걸면 전혀 다른 차원의 질감을 자랑하게 된다. 그리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망조가 들렸는지 스스로 인터뷰에서 “데커드는 리플리컨트 맞다”라고 이야기를 해버리는 통에 영화가 가지고 있던 진정한 미덕인 바로 그 모호한 불확실함이 타격을 받았으나, 정작 영화 자체는 그런 쪽으로 특별히 바꾸지는 않았다는 정보에 안도의 한숨 (스필버그나 루카스 같은 경우처럼, 가끔 명작들을 감독 자신들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아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감상. 사이버펑크고 암울한 미래상이고 정체성이고 자시고…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생에 대한 의지‘에 대한 이야기. 코어에 울림이 있기 때문에 디테일은 힘을 얻는다.



“난, 너희는 믿지도 못할 광경들을 봤어. 오리온좌의 어깨 너머에 불타는 공격함들.
난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에서 반짝이는 C-빔들을 봤지.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속에 사라질꺼야.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다.”

!@#… 가장 처절했던 순간 속에 잠깐 피어나던 의외의 아름다움, 그 모순된 경이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로이 배티의 삶에 대한 의지는, 데커드에게 이어진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몰라도, “but then again, who does?”

!@#… 덤으로 데이터 약간:
* 이번 파이널컷에서 바뀐 디테일에 대한 총정리 (링크)

* 90년대 Usenet 문화는 위대하도다. 90년대 초반 rec.art.movies 지식이 총동원(?)된 FAQ. (링크)

!@#… “페이퍼 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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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thoughts on “블레이드런너:파이널컷 짤막 감상.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민노씨.네

    저자, 텍스트, 독자 : 블레이드 런너, 리플리컨트 논란 단상…

    0. 이 글은 단상이다. 그저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다. 잠도 안오고, 우울하기도 하고… 암튼. 1. 내가 자주 찾는 capcold님의 블로그에서 블레이드런너:파이널컷 짤막 감상.라는 글을 읽었다. 이 …

Comments


  1. 그럴리가용. kabbala 님 , 유니콘의 꿈 관련으로 데커드 리플리컨트 설이 관객에 의해서 제기된게 80년대 후반인걸용..

  2. !@#… kabbala님, nomodem님/ 지인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고 다녔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로 공인한 것은 2007년이 처음입니다. 유니콘 몽상이 추가된 1992년 디렉터스컷(한국에는 93년 개봉)의 등장 이전의 버전에는 리플리컨트가 아니라는 근거가 너무 많았고 말이죠. 이번 파이널컷의 경우 향상된 질감이 새로운 감상을 가능하게 해준 사례 가운데 하나가, 데커드 집에서 레이첼과 함께 있을 때 단 한순간 데커드의 눈이 리플리컨트스럽게 반짝이는 것이 단순한 조명’실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랄까요.

  3. !@#… Dreamlord님/ 아하, 저는 이 기사(Wired 기사 링크)를 읽고 중간에 “It was never on paper”라는 질문이라든지 “그래도 해리슨 포드는 아니라고 했잖아? / 아 그 친구도 이젠 포기했어” 같은 대화 때문에 이번이 첫 공식화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링크해주신 기사의 BBC 인터뷰는 새로운 판본 개봉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아서 화제성에서 묻혀버렸던가 보군요… OTL (물론 올해든 수년 전이든 감독의 망조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지만… 올드보이 결말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자세를 좀 본받아야 한다니까요)

  4. 아마 마스모토 레이지를 따라하는건지도 모름.

    ‘사실은 그게 이런거였어.’ 로 연일 끼워맞춰주는.

  5. 사실 2000년에 그 뉴스를 읽었을때에도 제 반응은 “1996년에 출판된 Paul M. Sammon의 책 Future Noir: The Making Of Blade Runner에 실린 Ridley Scott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Deckard는 replicant라고 확실히 밝혔는데 왜 이게 지금 뉴스거리가 되는걸까” 였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00년의 인터뷰와 링크해주신 Wired의 기사 둘다 어쩌면 안이한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즘의 현실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군요. Ridley Scott과 Blade Runner에 대한 뭔가 새로운 관점이나 질문을 생각해내지는 않고, 이전에 확실히 밝혔든 말든 수많은 인터뷰어들이 물어본 “Deckard가 replicant인지 여부”를 또다시 들춰낸다는 점이 그렇죠. 그런 면에서 보면 Ridley Scott의 태도도 이해가 갑니다. 마치 수십년동안 계속 “그러니까 죽기전에 한 말이 결국은 썰매 이름이었다는게 공식적으로 확인된건가요?”라는 질문을 받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수도 있으니까요.

    Future Noir 중 Deckard가 replicant인지 여부에 대한 chapter는 상당히 흥미있죠. 대본작가 Hampton Fancher의 초기대본에는 Deckard의 손이 Batty의 손처럼 마비되는 것으로 영화를 끝맺으면서 Deckard가 replicant인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는것에 그치는 것으로 되어있다는군요. 그런데 David Webb Peoples가 대본작업을 떠맡으면서 새로 쓴 대본에는 Deckard의 손이 마비되는 장면이 없는 대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Deckard의 voiceover 독백중에 “나는 누가 설계한 것이고, 내 기억중 어느것이 진짜일까” 라면서 인간과 replicant의 처지를 비유하는 부분이 있었다는군요. 그런데 Ridley Scott이 그 대본을 읽고나선 Peoples에게 “아하! Deckard는 replicant였구나! 정말 끝내주는 아이디어야!”라면서 칭찬하는 바람에,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Peoples가 오히려 어안이 벙벙해졌다는군요. 그래서 영화제작 내내 Ridley Scott은 Deckard가 확실히 replicant라는 설정하에 작업을 했고, Deckard의 눈이 빛나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었죠.

    아이러니한것은, 정작 Hampton Fancher는 Deckard가 확실히 replicant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다만 암시만 줘서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려는게 자신의 대본에서 의도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Blade Runner가 처음 개봉했을때 Fancher는 Deckard가 확실히 replicant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Deckard의 눈이 빛나는 장면을 보고선 “이런 제기랄”이라고 내뱉었다고 하는군요.

    사실 Director’s Cut이 나오기 전에도 Deckard의 눈이 빛나는 장면이나 탈출한 replicant들의 숫자에 관한 대사들 중에서 한명의 replicant가 차이가 나는 등의 요소들때문에 Deckard가 replicant일지도 모른다는 설이 나돌았었죠. (물론 replicant 숫자가 차이가 나는 것은, 당초 대본상으로는 Mary라는 이름의 여자 replicant가 하나 더 나올 예정이었지만 예산과 촬영일정 초과때문에 제작도중에 그 캐릭터를 삭제해버려서 그런 실수가 생긴것이었지만, 사정을 알수없었던 관객들은 “잃어버린 한명의 replicant가 곧 Deckard”라는 설을 내놓은 것이었죠.) Director’s Cut이 나왔을때에 영국 영화잡지 Sight & Sound에서 읽었던 한 기사에서는, replicant의 숫자가 차이가 나는것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게 아닌가 하는 설이 있었죠. 즉 관객들에게 “아까는 6명의 replicant가 탈출했다고 했었는데, 지금 나오는 대사에 따르면 아까보다 한명이 줄어들었네? 내가 아까 제대로 들은것 맞아?”라고 생각하게 해서 관객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었죠. Final Cut에서는 대사를 다시 녹음해서 이 부분을 수정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한가지의 모호함의 미덕이 사라진거겠죠.

  6. 안이한 저널리즘이 맞는것 같아요.

    마치 3년에 한번씩 ‘개그맨 서모씨 알고보니 서울대출신’ 이런기사가
    나오는것처럼

  7. !@#… Dreamlord님/ 이 추세라면, 아마 훗날 스콧 감독이 세상을 뜰 때 마지막 한 마디가 “…그러니까 데커드는 리플리컨트라니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핫핫;;; 제 경우, 리플리컨트 숫자 수정은 잘 했다고 봅니다 (아무리 데커드가 바보라도, 자기가 우주선에서 탈출한 한 패였다는 기억을 잃고 전직 블레이드런너로서 길거리에서 국수 사먹고 있기는 쉽지 않으니). 그보다 여전히 신경쓰이는 것은, 분명히 중간에 데커드가 브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서 탈주한 레이첼이 분명히 새로운 skin job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로이가 죽은 후 개프가 다가와서 “이제 끝났나보지?” 라고 했을 때 “finished”라고 대답한다는 겁니다. “Too bad she won’t live” 대사가 나온 후에야 레이첼의 안위를 불안해하고… 그 전에 “내가 레이첼을 처리했소”라고 허위보고라도 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겠건만.

    nomodem님/ 하지만 제가 Geek 계통 저널리즘의 최상급 레퍼런스로 꼽는 와이어드가 이런 배신을 때릴 줄이야… ㅠㅠ

  8. 대학교 때 철학과 수업에서 정체성 관련으로 봤는데 왠지 로이 배티가 죽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바벨2세에 이어서 [누가 주인공인지 악당인지 알 수 없는 시츄에이션]이 몇번이나(…) 의도한 것이겠지만요. (해리슨 포드가 좋아하는 배우인데도 넘 비겁해!–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9. 그럴수도 있죠.위로 위로. 전 캡 모님이 오타가 나왔을때 어찌나 놀랐던지.(거짓말)

  10. !@#… 시바우치님/ 하기야 데커드는 여자만 죽였죠.
    nomodem님/ 오타는 그 자체로 생명체입니다. 자가번식해요.

  11. !@#… 민노씨/ 좋은 트랙백 감사. 저는 물론, 텍스트가 20년이나 관심 속에서 무럭무럭 컸다면 작품을 만든 감독 따위 뭐라고 하든 스스로 움직이는 개체가 되고도 남는다고 봅니다. 마치 제작자의 의도와는 달리 감정과 인격을 만들어내버려서 실존적 고민을 하게 되는 리플리컨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