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사회운동에 과연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미디어는 지금 / 한국일보 150217]

!@#… 게재본은 여기로: SNS 급성장에도… 디지털 사회운동 성공률은 제자리걸음 (달아주신 제목은, 음;;)

 

디지털은 사회운동에 과연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 디지털 사회운동 연구 프로젝트

김낙호(미디어연구가)

디지털 미디어가 사회운동을 촉진한다는 발견은, 지난 십수년간 고유명사만 바꿔가면서 수도 없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미군탱크에 사망한 여중생 추모와 한미군사협정 개선운동에 불을 붙인 초기 구심점이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였음이 화제가 된 것도 벌써 2002년의 일이다. 케냐에서 시민들이 보내는 제보를 실시간 지도로 만들어 폭력 감시 운동을 벌인 우샤히디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은 것이 2007년이었다.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중동지역의 연쇄적 민주화 운동을 호사가들이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일컫은 것도 이미 2011년이다.

아쉽게도,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했다는 현상을 발견하는 것과 디지털 미디어가 운동의 성공에 정말로 결정적 힘을 발휘했는지 효과를 분석해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성공의 지속성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운동의 성공이란 해당 사회의 여러 정치 경제 문화적 맥락들이 복잡하게 엮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세계적으로 상당한 분량의 디지털 사회운동 사례가 쌓인 것이 사실인만큼, 각종 사회적 맥락들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실증 연구에 도전할만하다. 디지털 사회운동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목표로 어떤 식의 도구들을 쓸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

미국 워싱턴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필립 하워드 교수가 주축이 되어 2012년부터 진행한 디지털 사회운동 연구 프로젝트는(http://digital-activism.org) 지난 20여년간 세계 각지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조직적 사회운동을 벌인 2000여건을 수집하고, 최종적으로 100여개국의 426개 사례를 골라내서 각종 개별 속성들을 데이터화한 본격적인 대규모 연구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참조모델이 되어주었던 ‘아랍의 봄’ 이후 기간에 더욱 집중했고, 질적비교분석 기법을 활용한 1차 결과를 2013년 11월에 발표했다.

분석으로 드러난 첫 번째 특징은, 그간 이뤄져온 디지털 사회운동은 대체로 비폭력적이라는 점이다. 해커들이 어딘가에 침투하여 사이트를 마비시키거나 변용하거나 비밀 정보를 털어내서 뿌린다든지 하는 파괴적 활동은, 전체 사례의 2% 남짓에 불과했다. 디지털에서 계획을 수립하여 물리적 폭력행위에 나선 경우 또한 드물어서, 3%에 그쳤다. 그보다 대부분은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 일정한 정책적 목표를 주창하며 다른 평범한 시민들의 힘을 모아내고자 한, 캠페인으로서의 운동이었다. 즉 비폭력 사회운동의 전통 위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종종 강조하여 보여주는 해커들의 습격이나 온라인에서 반달리즘을 모의하는 모습들은, 실제보다 매우 과장되어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만능 도구의 부재다.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동의 핵심 공간으로 삼는 비중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이것은 이 서비스들이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많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만큼 개별 이해세력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 보인다는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브랜드 신뢰가 뒷받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특정 지역에서만 더 애용되는 디지털 미디어 도구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어 북미 지역과 북유럽 같은 강력한 민주제 참여 전통이 있는 곳에서는 서명 모집 사이트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반면 러시아와 동유럽 등에서는 동영상 서비스가 강력하고, 남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문자메시지가 널리 애용되었다.

반면에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어떠한 특정 도구도 운동의 성공과 연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대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함께 운용할 때 중요한 효과가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만능 도구란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다양한 수단들을 상황 맥락에 맞게 현명하게 배합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배합의 대상에는 실제 집회도 포함되는데, 전체 분석 사례 가운데 절반이 디지털 운동과 물리적 시위를 함께 운용했다.

세 번째 특징은, 디지털 운동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운동 대상은 정부라는 점이다. 운동이 취할 수 있는 여러 대상 가운데, 정부 또는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일 때 효과가 좋았다. 특히 정부의 속성이 권위주의적일 때 더 뚜렷했다. 반면 민간단체나 기업,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의 성공여부는 해당 사회의 민주제 수준에 따라서 좌우되었다. 즉 민주제가 덜 정착되었을 경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수년간 디지털 사회운동의 발생빈도는 높아졌지만 성공률은 정작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도구가 성능이 향상되고 운동가들의 활용 숙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운동의 성공률도 높아져야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반면에, 그렇다고 해서 정부나 기타 억압하려는 쪽의 미디어 도구 통제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성공률이 낮아진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은 디지털 미디어 도구가 운동의 성공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것보다는, 운동을 벌이는 측의 미디어 도구 발전과 반대측의 억제력 향상 사이에서 일정한 물고 물리는 긴장과 균형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운동측이 계속 새로운 미디어 도구를 도입하고 시민들과 함께 즐기며 소통하며 발전해 나아가지 않으면 성공률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억제측은 항상 기를 쓰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들에 대해서, 현장 활동가들이나 기타 지난 수 년여간의 모습을 관심 깊게 지켜본 이들은 이미 어렴풋이 공감하고 있던 당연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디지털 사회운동은 폭력시위가 아니라 시민의 의지를 모으는 것이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어도 한 가지 툴이 계속 완벽하게 먹혀들어가기에는 대중의 미디어 활용 유행이 너무 빠르게 바뀐다. 운동 대상이 정부일 때 그나마 사람들을 결집할 수 있지, 개별 기업을 상대로는 합법적 수준에서 보이콧 캠페인 하나 성공시키는 것조차 어렵다. 반대할 상대가 구체적이지 않은 어떤 문화나 세계적 트렌드를 대상으로 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또한 어떤 디지털 미디어 에서 공론장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희망에 부풀고 나면 얼마 후 그곳에 온갖 통제와 남용의 시도가 들어오는 모습은 특히 ‘국정원 트위터 여론조작’의 우리 사회에서 더욱 뼈아프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서 개별적 통찰이 아니라 체계적 자료 분석으로 뚜렷한 패턴을 특정화했다는 것의 중요성은 크다. 디지털 사회운동 연구 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미디어학계가 사회적으로 기여해야할 부분과 연구를 전개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귀감을 던져주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의 공식 사이트를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곧바로 중요한 시사점들을 엿볼 수 있다. 자료실에 보고서만 올려놓은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수집한 원본 데이터를 전부 공개하고 자료 작성 방식을 매뉴얼화해 놓은 것은 기본이다. 누구든 이 자료를 가지고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고, 자료 자체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개방한 셈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아직 대답해내지 못한 여러 질문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특정한 미디어 도구가 더 애용될 수 밖에 없었던 한층 세부적인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들을 여기에 덧붙여서 추후 연구를 하는 것이 용이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지점은, 초창기부터 사이트에서 연구 진행 과정, 관련 보도, 중간에 얻어낸 발견들, 디지털 사회운동과 관련된 주요 사례 소개 등을 블로그 형식으로 공개적으로 발행하며 차곡차곡 쌓아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블로그 포스팅 형식 물론이고, 팟캐스트 인터뷰부터 압축적인 인포그래픽까지 다양하게 동원되고 있다. 전용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구 내용을 다루어준 언론 보도 링크 모음도 있다. 소수의 학계 전문가들만 읽는 학술논문 발표로 지식노동자의 역할을 다했다고 손을 터는 방식이 아니라, 이 연구의 내용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사람들, 즉 디지털 사회운동이 참여 대상으로 삼는 모든 시민들과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흔한 연구 과제가 아니라, 한창 진행 중인 사회운동 프로젝트의 모습에 가깝다. 미디어 도구를 통한 사회운동을 연구하는 것이자, 미디어를 활용하여 연구를 사회운동의 도구로 직접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무척 요긴한 화두인 ‘학문의 현실참여’는, 이렇게 멋지게 소화해내는 것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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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제섹션 [미디어는 지금].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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