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을 하면 불이익 좀 주자 [매체는 대체 / 한국일보 150803]

!@#… 게재본은 여기로.

 

어뷰징을 하면 불이익 좀 주자

김낙호(미디어연구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우화는 평소에 잘못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한다. 탁상공론의 허망함을 꼬집는 이야기로 쓰이곤 하는데, 사실 소리로 고양이에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이뤄내는 것은 그 자체로는 대단히 좋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달 것인지 지원자를 구할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생각해낸 이를 면박주고 대충 접을 것이 아니라, 방울로 얻고자 했던 효과를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볼 수 있는지 그 지점부터 더 세밀하게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꼬리에 부착한다든지, 여럿이 힘을 합쳐서 양동작전을 펼친다든지, 아니면 기술의 발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적외선 센서를 하나 들여놓는다든지 말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언론사를 빙자한 스팸콘텐츠 무단투척 회사들에 대한 심사를 언론사들이 주도하는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물론 심기를 건드리면 온갖 악성 폭로 기사를 남발하며 진상을 부리는 어떤 언론사들을 그간 상대하느라 힘들기는 했겠지만, 대충 담합해서 서로를 도울 위험이 다분한 당사자들 단체에 책임소재만 떠넘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고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일부 언론사들의 어뷰징 행태가 나아지지 않는 것에는 굉장히 명쾌한 이유가 있다. “어뷰징을 하면 불이익을 준다”라는 지극히 간명한 공식이, 도저히 성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뷰징을 하는데, 커다란 조중동 계열이면 징계가 유보된다. 어뷰징을 해서 징계를 주려는데, 당사자가 열렬하게 비난기사를 양산해내면 징계를 대충 접는다. 이런 전례들이 쌓여있는 한, 어뷰징을 줄이기보다는 새로운 어뷰징 방법을 고안해서 상업적 이득을 챙기는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구글은 배너광고 사업에 있어서는 너무 한다 싶을 정도로, 어뷰징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매체 관리자의 계정에 대해서는 칼 같이 몰수 정책을 고수한다. 그것은 무슨 도덕주의자들이라서가 아니라, 어뷰징을 하면 댓가를 치루게 한다는 간명한 공식을 각인시켜야만 온갖 새로운 어뷰징 꼼수가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에서라도 신뢰도라는 것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고양이 방울로 가보자. 해야 할 목표가 명쾌하다고 해서 해법을 둘러싼 사정까지 쉬운 것은 아니라서, 정밀해지는 것이 필수다. 어뷰징에도 수위가 있고,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 또한 쉽게 자를 수는 없다. 기사 단위로 걸러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필터를 우회하는 기법이나 기술은 결국 나온다. 그렇다면 어뷰징 수위에 대한 공개적 평가척도와 평가정보 공개, 그에 대응되는 불이익의 기술을 더 개발하는 쪽으로 노력을 쏟는 것이 옳다. 본문 키워드 어뷰징 언론사라면, 향후 일주일간 기사 제목이 전부 “한편 네티즌들은”으로 시작하도록 바뀌어 표시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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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칼럼 [매체는 대체]. 매체를 매개로 펼치는 세상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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