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파악하는 것에 관하여

!@#… 우리는 인간들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하여, 늘 무언가를 파악하고 싶어한다. 호기심 때문이든, 그게 내 전문적 업이기 때문이든, 어떤 다른 이해관계 때문이든, 내가 받은 감정적 자극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말이다. 조금이라도 더 ‘잘’ 파악하고 싶은 생각은 나 또한 당연히 예외가 아니기에, 그럴 때마다 지극히 간단한 몇가지 원칙을 상기하게 된다.

A. 기록이 곧 사실관계인 것이 아니다.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는 누군가의 진술일 뿐이기에, 각자의 이해관계와 인식한계에 따라서 의도적 변형, 기억 왜곡, 취사선택 등을 거친 내용이다. 다각검증을 통해서 공통되는 내용을 걸러낼 때 비로소 사실관계가 드러난다.

B. 사실관계가 곧 상황인 것이 아니다.
사실관계는 그 자체만으로는 파편적 정보일 뿐이라서 일어난 일 가운데 일부만 보여주는데, 아뿔싸 사람의 머리란 나머지 부분을 대충 자기에게 익숙하고 매끈한 방향으로 대충 끼워맞추고야 만다. ‘통찰’이랍시고 던져지는 많은 것이 빠지는 함정이다. 여러 사실관계를 모아 신중하게 경중을 겨루어 풍부한 맥락을 갖춰야 상황이 그려진다.

C. 상황이 곧 진실인 것이 아니다.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는 벌어진 일, 어떤 형식으로든 보이는 부분에 한정된다. 진실은 여러 상황들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우연적 요소마저도 포괄하는 체계적 메커니즘에 관한 것이다(그렇기에, 진실을 커다란 추상적 개념어 따위로 대충 때우려고 하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D. 진실이 곧 지향점인 것이 아니다.
진실(의 하나의 버젼)을 드러냈다고 해도, 그것이 곧 인간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의 끝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이라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가 규범을 놓고, 찾아낸 진실과 비교해보고, 그 격차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문제해결의 단서를 구체적으로 다시 발굴하러 나서는 것이 바로 지향점이다.

!@#… 언론으로 치자면, 단신보도는 A까지 챙기고, 심층보도는 B까지 챙기고, 장기 특별취재는 C를 슬쩍 건드리려고 하고, C까지의 준비를 충분히 못 갖춘 상태에서 괜히 D를 건드리다가 반문명적인 엉터리 내용들조차 못 걸러내고.

물론 그만큼도 걸러지지 않는 여느 공간에서는, 문제해결적 논의고 자시고 더 간단하게 소통의 판이 망하곤 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조지는 누군가의 진술을 찾았다! 우리끼리 대충 돌리다보니 사실은 그게 여러 개인 것 같다! 받아라 팩트 폭격! 대충 이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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