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뽀삐: 성장의 버팀목 그리고 오랜 동반자 [고대신문 / 161002]

!@#… 게재본은 여기로.

[19년 뽀삐], 그리고 성장의 버팀목

김낙호(만화연구가)

서태지의 다분히 동화적인 노래 ‘소격동’의 뮤직비디오에는, 백골단이 집에 쳐들어와 시민을 잡아가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 불온함에 일각에서는 감동을 그리고 다른 일각은 경계를 보냈으나, 창작자 본인의 입장은 그저 명쾌했다. 바로 당시의 기억을 돌아보면서 그 안에 있었던 명백한 폭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듯 어떤 성장을 테마로 하는 창작물을 그저 편안한 추억팔이 너머 복합적인 매력을 갖춘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순간과 좌절의 사건들이 늘 교차하고 동시에 일어나는 현실성이다. 집에서 반려견 키우며 성장하는 당연히 달달하게 전개될 법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가 커가는 곳인 우리 사회의 가차 없는 구질구질함과 겹쳐질 때 더욱 빛나는 것이다.

[19년 뽀삐] (마영신 / 미디어다음 연재 / 씨네21 북스 발행)는 제목 그대로, 뽀삐라는 개와 함께 성장한 19년의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귀가 없어서 단발머리로 가리고 다니던 소년 병걸은 어린 시절 서울 동네에서 지내고, 시골로 이사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취직하고, 연애하며 성장한다. 청소년들의 사회는 장애인에게 평등한 존중을 보내지 않으며, 시골은 낭만화된 아름다운 전원이 아니고, 우정이란 것은 사소한 이해관계 속에서 원망과 폭력적 따돌림으로 변할 수 있다. 노동조건은 일상의 편의를 봐주지 않고, 애정은 어떻게 될지 내다볼 수 없다. 적당히 가볍게 절제한 그림체와 함축적인 연출방식 덕분에, 세상사의 풍파를 신파조가 아니라 담담하게 묘사해내면서도 동시에 극적 긴장도 놓치지 않는 균형을 찾아간다.

그런 모든 과정에서 그의 곁에는, 병걸을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반려견 뽀삐가 있다. 형에게 변함 없는 애정을 쏟아내는 뽀삐는 좋을 때 놀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위기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 어느 순간에도 이 세상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동반자다. 뽀삐는 주인을 닮아서 한쪽 귀가 접혀있는데, 그렇기에 마치 점점 사회의 사실적 험난함을 마주해야만 하는 병걸의 좀 더 동화적인 거울상과도 같다. 비슷한 매일의 반복이 이어져도, 또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병걸의 신상에 부침이 생겨도, 새 친구를 사귀고 모험을 하고 좋아하는 형과 껴안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바로 그런 소년적 낙천성을 응축한 듯한 모습이야말로 병걸이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버팀목이다.

그렇기에 19년의 흐름 속에서 뽀삐가 수명을 다해가는 것은, 오랜 가족과의 작별이되 동시에 숫제 하나의 세계관이 끝나는 느낌에 가깝다. 병걸의 앞에는 앞으로도 적잖은 쓰디 쓴 사회 현실이 펼쳐지겠지만, 뽀삐를 쓰다듬으며 접촉할 수 있었던 추억과는 다른 것에 의지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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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문 문화비평 코너 타이거살롱 연재. 만화비평과 사회적 지향점을 슬쩍 엮어놓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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