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에러의 순간들 [IZE / 170115]

!@#…JTBC 뉴스룸 돌아보기 스페셜 가운데, 결점 부분 담당. 게재본은 여기로.

 

뉴스룸, 에러의 순간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JTBC 뉴스룸](구 뉴스9)이 출범 당시에 받았던 의혹, 즉 우익 정치세력의 편법으로 태어나고 재벌 자본에 종속된 종편에서 제 아무리 손석희를 사장으로 영입한다 한들 정상적인 언론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잠잠해진지 오래다. 하지만 권력 감시에 대한 확고한 의제 설정, 보도 내용 품격에 대한 강조와 심층 탐사의 이면에는, 선명한 과욕의 실수도 있었다. 나름의 반성이 뒤따르기도, 대충 눙치고 지나가기도 했던 몇 가지 순간을 복기해본다.

검증보다 막연한 정의감, 다이빙벨 집착

세월호 사건 당시 JTBC 뉴스가 보여준 강력한 현장 취재와 집요한 의제 지속은 권력의 압박 속에 쇠락했던 공영방송 언론의 초점 회피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구조의 난맥상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던 초기에, 사실은 굉장한 구조 방법이 있는데 무능한 당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틀거리에 빠지는 과오를 저질렀다. 문제의 “다이빙벨” 기법이 당시의 조건에서 기술적으로 적합하지 않고 다른 구조 활동과 충돌함을 전문가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었지만, 해당 기술을 실행하고자 하는 인물과 긴 인터뷰 및 이후 반복된 이슈화를 걸었다. 그 결과 기술 타진보다는 정의감으로 편을 가르는 무익한 사회적 논란의 연료가 되어, 결국 강행과 실패로 끝나고 훗날 사과방송으로 이어졌다. 이 사안에 정권 친화적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렸던 징계의 부적절 여부와 별개로, 실력 있는 언론이 선명한 정의감 앞에 냉정한 사실검증을 희생시킬 때 생기는 문제를 노출했던 사례다.

내 논지에 맞도록 바꾼 남의 이야기

생각하는 결론이 확고할 경우, 찾아낸 온갖 새 근거가 결론을 지지해주는 것으로 보이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시대착오적 우익 인사들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역사 국정교과서는 잘못된 것이라는 어렵지 않은 결론 앞에, [뉴스룸]은 미국 뉴욕타임즈도 이 문제를 사설로 비판했다는 보도를 냈다. 하지만 해당 사설은 그보다 1년 전에 나왔고, 당시 논란이었던 뉴라이트 검정교과서를 다룬 것이었다. 이런 식의 근거 착시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료 왜곡은, 싸드 미사일체계 배치 사안을 다루면서도 비슷하게 반복되었다. 미군 신문 [스타즈앤스트라입스]에서 싸드 운영 요원이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인터뷰를 근거로 가져왔는데, 해당 기사의 실제 내용은 그냥 사람 없는 외진 곳에 배치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관계로 명백히 오류가 발견된 문제이기에 결국 정정 보도를 냈는데, 사과 멘트를 하면서 오류를 반성하기보다는 정정하는 자신들의 방송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풀어냈다.

남의 내용을 가져와서 내 것처럼

단독, 특종 같은 것이 높은 가치로 취급되는 언론 관행이 극심한 경쟁심과 만날 때 생기는 전형적인 부작용은, 남이 해놓은 취재를 제대로 혹은 아예 출처를 밝히지 않고 내 보도에 가져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에서 JTBC뉴스9이 의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뉴스타파가 먼저 취재 보도했던 내용들을 며칠 뒤 자기 취재인 것처럼 낸 경우들이 발생했다. 비슷하게 시사저널이 오전에 발행한 정윤회 비리 기사를 저녁에 ‘단독’을 붙여 방송했고, TV조선의 윤상현 공천 개입 녹취 보도 역시 원출처 없이 기사화한 바 있다. 하지만 출처 지우기 이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경우도 있었는데, 경향신문이 녹취록 형태로만 단독보도하기로 유가족측과 협의되어 있던 성완종 인터뷰 음성파일을 분석기술자의 희박한 직업윤리에 힘입어 유출 받아 경향신문 발간보다 무조건 먼저 방송을 내보낸 것이었다. 보도 당사자 의사의 배려도 업계에 대한 공정 경쟁도 어겨가면서 이룬 것은 더 뛰어난 보도 품질도 더 깊은 공적 함의도 아니라, 그저 가로챈 “특종”이었을 뿐이었다.

특종 추구의 선정성

최근 JTBC 기자가 덴마크에서 국제수배자인 정유라의 소재를 찾아내 경찰에 신고하고 그 체포 과정을 보도했던 일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기자가 관찰자 역할이 아니라 사건에 직접 개입한 행위의 언론윤리 문제가 토론되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명백한 문제는 그렇게 민감한 영역을 건너면서까지 만들어낸 보도의 내용이었다. 체포되었다는 건조한 사실 너머로는 딱히 공공적 의미가 있는 새 정보를 얻어내는 것 없이, 그저 체포 순간을 그대로 지켜본다는 선정적 박진감만을 충족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종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아니 사실은 안 되지만), 특종의 선정성에 맛을 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적어도 국가적 부패 사건의 결정적 태블릿PC를 입수하고도 내용을 분석하고 사회적 함의를 타진하여 전략적으로 의제를 이끌어낸 유능한 언론팀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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