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소셜라이브의 실험, 구심점의 중요성 [IZE / 170108]

!@#… 게재본은 여기로. 요지는, 온갖 새로운 뉴스실험이란건 결국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기반으로 이어가면서 할 때 안 망한다는 것.

 

JTBC 소셜라이브의 실험, 구심점의 중요성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우리가 어떤 소식을 정말로 잘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얻는 것은 언제일까. 공식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정제된 언어로 접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친밀하게 어울리고 있다고 느끼는 소통 경로로, 방금 접한 그 공식적 정보 이면의 맥락을 채워줬다고 여기게 만드는 과정을 겪어야 비로소 포만감이 든다. 이것은 한쪽으로는 카톡방과 취미커뮤니티 게시판과 페이스북에서 온갖 음모론 “썰”들이 퍼져나가는 폐단의 근간이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진지한 언론 보도가 오늘날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강화해야할 지점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그 방향의 가장 흥미로운 시도가 바로 JTBC “소셜라이브”다.

정규 보도에 담아내지 못한 더 풍부한 맥락이나 논점을 일종의 뒷풀이 느낌으로 만들어 별도의 코너로 내놓는 방식은 지난 몇 년간 활발하게 실험되어, 한겨레의 팟캐스트 [디스팩트], 한국일보의 [복면기자단], SBS의 [취재파일] 등 여러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그런 전통 위에서 이번에는 아예 방송 뉴스가 본편 뉴스 프로그램과 곧바로 이어지는 온라인 뒷풀이 방송을 하는 한층 과감한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소셜라이브는 일주일에 두 번씩 JTBC 뉴스룸의 정규 방송이 끝난 후 바로 같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며, 페이스북의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전파된다.

소셜라이브가 빠르게 호응을 얻은 배경에는, JTBC 뉴스룸 자체가 초창기부터 온라인 시청량이 지상파 뉴스를 압도할 정도로 높았다는 점이 있다. 이미 온라인으로 보던 이에게는, 텔레비전을 끄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없고 그저 다른 창을 여는 것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이스북 라이브는 공식서비스로서의 이점을 최대화하여, 적어도 페이스북 상에서만큼은 매우 자연스럽게 작동된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는 덕분에, 시청하고, 반응하고, 주변인들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한 클릭이라도 수고를 아끼고 싶은 흔한 온라인 이용자들을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의 장점 이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내용 구성인데, 바로 본편에 대한 뒷풀이 현장감의 극대화다. 뉴스룸의 내용과 이어지되, 준엄한 본편과는 다른 훨씬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처음 몇 분의 역할이다. 방금까지 하던 뉴스가 끝난 바로 그 데스크를 편집 없이 계속 보여주는 와중에 손석희 앵커가 자리를 새로 정리하고 기자들이 들어와서 둘러앉는, 전면에서 이면으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를 노출하는 것이다. 생방송이라고는 해도 완벽하게 연출과 편집이 이뤄지는 정규 뉴스의 질감과는 달리, 마치 그들의 일상적 회의를 대충 방문하여 참관하는 느낌을 만드는 방식이다.

남들이 벌이는 회의가 재미있으려면, 이미 온갖 잡담형 예능 프로에서 증명이 되었듯 참석자들에게 관심이 가야한다. 나아가 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망 서비스들은 애초에 자신이 선호하는 어떤 사람들과의 연결을 제공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기에, 개인들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그만큼 더 호응을 얻기에 좋다. 그런 측면에서 JTBC 뉴스룸이 전문 코너 담당이나 심층 토픽을 통해서 기자 개개인을 각인시키는 것에 여타 방송 뉴스보다 더 적극적이었던 점이 장점이 된다. 소셜라이브에서 회의테이블에 앉게 되는 것은 방금 본방송에서 해당 사안을 취재하여 설명했던 그 친숙한 얼굴들이고, 그들이 정형화된 방송 멘트가 아니라 좀 더 맛깔나게 자연스러운 대화로 사안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행여나 그 정도로 부족할까, 언론인 스타성으로 부동의 일인자인 손석희 사장까지 앉아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은 뉴스룸 본편을 다 보고도 계속 앉아서 뒷풀이를 또 보고야마는 열광적 팬에게만 온전히 매력이 전달된다는 한계가 아쉽다. 하지만 언론사의 “디지털 시도”가 여러 파편적 실험에 머물기 쉬운 판국에, JTBC의 소셜라이브는 뉴스룸이라는 본체가 구축했던 장점들을 고스란히 구심점으로 삼는 좋은 선택을 했다. 덕분에 본편에서 내민 뉴스 사안을 계속 다루는 자연스러운 연장인데도, 친근함의 공간에서 친근한 방식으로 접하고 싶었던 자연스러운 뒷이야기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뉴스는, 새 환경에 한 걸음 더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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