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원], 전쟁으로서의 스타워즈 [IZE / 170101]

!@#… 게재본은 여기로 클릭.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글 도입부의 그 대사는 예고편에만 있었고 본편에서 빠졌던 것. 뭐 괜찮겠…

 

[로그 원], 전쟁으로서의 스타워즈

김낙호 (스타워즈팬)

영화 [로그 원]의 주인공 팀에서 정직함을 담당하는 로봇 K2-SO는, 작전에 나서는 순간에 무심하게도 “실패할 확률은 97.6%입니다”라고 말한다. [스타워즈] 계열 작품이 포스의 숙명을 믿으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신나는 동화와 정반대의 길으면 이상해질 확률과도 비슷했다. 그런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스타워즈가 왜 그렇게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 어떤 이들은 역사 짧은 미국의 현대신화 운운하며 거창한 상상력을 가미하여 해설하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명료한 이유가 있다. 당대의 눈높이를 크게 뛰어넘는 서사 구성력과 기술적 완성도로, 당대의 온갖 신나는 장르요소를 2차대전 공중전물부터 기사모험담, 서부극에 사무라이 활극까지 모조리 섞어 넣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오랫동안 참여적 향유 속에서 개별 작품 너머 종합적 문화현상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른 매력 포인트에 집중하곤 했다. 그렇기에 그 세계의 창작자인 루카스는 신화적 숙명론 부분에 푹 빠져서 프리퀄 3부작이라는 재앙을 잉태했고, 아브람스는 혼성오락물이라는 특징 자체를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둔 후속편을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루크의 포스 각성보다는 엑스윙 전투편대의 장렬한 희생에, 다크 사이드의 위엄보다는 얼음행성 호스의 절망적 공방전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던 수많은 이들은 대체로 팬 창작의 자급자족에 만족해야 했다. [로그 원]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작품에 제기되었던 당초의 우려는 외전으로서의 요소만 충실하게 채우다가 자체적 작품으로서의 매력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첫 스타워즈 영화가 개봉된 이래로 수 십년동안 유머 소재로 쓰인 데스스타의 허탈한 약점이 사실은 기막힌 사연의 결과라는 설정 채우기가 한 쪽이라면, 군더더기 없이 시작하고 끝맺은 특공대 드라마라는 단호함이 다른 한 쪽이다. 물론 스타워즈 세계관에 친숙할수록 더 재미있는 온갖 연동 요소들이 차고 넘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품에서 소개된 주인공들이 싸우고 끝을 보는 완결된 이야기로 손색이 없다. 따로 놀지 않으면서도 따로 놀 수 있었던 핵심은 바로 소재는 승계하되 재미의 초점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간 방치되었던, 전쟁 부분 말이다.

사실 [로그 원]의 기본 소재들은 본래 스타워즈의 기본 공식과 닮은 구석이 훨씬 많다. 제국군 아버지를 둔 은둔 주인공, 우주를 구하라는 영상 메시지, 거친 심성의 경험 많은 동료, 귀여운 로봇, 기지 침투, 낭떠러지 공간의 공방, 불리한 총격전, 우주 공중전까지 말이다. 주인공은 대의를 위해 나서게 되며 성장하고, 동료들은 서로를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설정 위에서 ‘포스’와 숙명이라는 초월적 돌파구로 신화적 서사를 만든 본편 연작과 달리, 이 작품에는 어떤 제다이도 귀환하지 않는다. 그 대신 호쾌한 신화적 이야기가 남기고 넘어간 전쟁의 빈틈에 집중한다.

주인공들은 선악의 숙명을 짊어진 것이 아니라, 도덕적 회색지대 속에서 살아온 삶 위에 순간의 선택을 내린다. 진은 생계형 범죄자고, 제국의 독재도 반란군의 행보도 남 일 취급한다. 반란군의 첩보원 캐시언은 임무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 문제 있는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K2는 원래 제국군의 병기였으나, 프로그램 개조로 진영만 바꾼 존재다. 또한 이들은 주어진 전투력의 한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아무리 탁월한 격투실력이나 두꺼운 장갑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생사와 승패를 가르는 것은 조직적 물량이다.

전쟁이기에, 치밀한 작전 하에 정교하게 이뤄지는 공작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돌격하고는 순간순간 상황을 대처하는 혼란과 그에 따른 아까운 희생이 가득하다. 설상가상으로 적들은 마침내 그간 전쟁의 상식을 깨버리는 완전히 이질적인 무력까지 선보인다. 포스를 쓰며 돌파하는 제국군 다스베이더의 역습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현실적인 답은 명확하지만, 바로 그것을 감행하는 모습을 영화에 바로 담아낸 것이 [로그 원]의 접근법이다. 처절함을 통해서, 스타워즈의 오랜 설정을 모태로 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기회라는 것이 어떤 험난한 싸움과 비싼 대가를 치르며 겨우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보편적인 울림이다. 겨우 얻은 소중한 기회가 어떻게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이어달리기 시퀀스의 묵직한 감동은, 오리지널 3부작을 장면 단위로 외우고 있는 올드팬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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