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연재의 노동권, 작은 제안 [유어마나 / 170525]

!@#… 상호파괴적이지 않은 갈등 조율에 의한 문제해결을 위한, 말 그대로 작은 제안. 길드 노조화, 창작노동의 계량, 창작과 제작의 협업적 관계 등 태고적부터 푸쉬해온 여러 지난 줄거리를 함께 참조하면 좀 더 수월하게 읽힐만한 이야기. 게재본은 여기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문에 언급한 “일종의 지옥 버전”은, 딱히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웹툰 연재의 노동권, 작은 제안

김낙호(만화연구가)

건강한 산업의 기본이란 합당한 댓가의 지급이고, 만화 산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업자는 창작자에게 창작물을 활용할 합당한 댓가를 지급하고, 창작자는 사업자에게 받는 보상에 합당한 창작물을 제공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독자는 창작물을 향유하며 합당한 비용을 지불한다. 물론 이런 순박한 이상향은 좀처럼 이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합당함’의 기준이 실제로는 매우 미묘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인데, 그중 으뜸으로 어려운 부분은 역시 창작자, 그 중에서도 웹툰 중심 만화 환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재 작가에 대한 처우다. 최저소득이든 적정소득이든 편집부의 지원범위든 크고 작은 갈등의 근원을 조율하려면, 연재 작가라는 특정한 노동환경을 찬찬히 되짚어 보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작가와 사업자의 관계가 그저 완성한 원고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라면 많은 생각이 필요 없다. 매절이나 라이센싱의 세계다. 혹은 사업자가 창작의 전권을 쥔 상태에서 작화 노동을 제공하는 관계라면 그것 또한 근무 시간이든 원고 매수든 작업량에 정비례해서 명료하게 책정할 수 있다. ‘공장제’ 만화 프로덕션의 직원이 좋은 예다.

하지만 연재를 기본으로 삼는 모델에서는, 연재 작가와 담당 편집부의 관계가 좀 더 긴밀하게 애매하다. 창작의 주도권은 작가에게 있지만, 편집부는 완결의 순간까지 그 창작을 진행시키는 제작자 역할을 하며, 중간 과정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수익을 낸다. 연재 기간동안 작가는 원고의 납품 주기와 수정사항 등에 응해야 하는 대상이자, 흔히 작업량의 압박 때문에 사실상 전업으로 묶이곤 한다. 그런데 직원이라는 조직의 명령 위계로서 컨트롤되어야 할 대상은 아니면서, 동시에 작품의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작가와 편집부가 함께 짊어지는 협력관계에 놓여있다. 간략하게 정돈하자면, 작가가 플랫폼에 기용되어 연재를 한다는 것이란 프리랜서로서 자기 창작을 제공하는 것인 동시에, 해당 기간 동안 관리 대상이 되어 정기적 노동을 제공하는 유사 임노동자라는 양가적 노동형태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재 작가의 노동과 그 처우를 어떻게 균형 맞출 것인가. 전업으로 일하며 관리 받는 일종의 유사 고용관계로 볼 때는, 정기적 수입의 안정성이 처우다. 전업으로 일을 해야 공급 가능한 연재량이면, 최소한 이 사회에서 전업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이상의 금전적 보상 및 기타 혜택을 책정하는 것이다. 한편 프리랜서의 부분은, 협력적 파트너십에 의거한 위험부담과 수익배분이 핵심이다. 해당 플랫폼 서비스에서 잘 팔리는 작품이 되도록 내용의 조율을 받아들이며 업데이트 시기를 엄수하고, 해당 플랫폼 서비스의 전체 사업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프로로서의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노동의 일부다. 그 대가로 유동적 수익이 발생하는 부분에서 파트너로서의 자기 몫을 얻어내야하고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 양가성이 추가되는데, 바로 이야기라는 창작과 작화라는 제작이라는 노동내역이다. 창작의 부분은 범위도 방식도 넓어서 양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우면서도, 자료 조사라든지 실제로 비용과 노력은 또 잘만 들어간다. 한편 작화의 부분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수작업 노동으로, 노동시간과 투입인력 등을 통해서 양적으로 측정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작화에는 그림체 구현 등에서 창작 요소가 얼마든지 넘친다. 그리고 연출 콘티처럼, 두 영역의 사이에 끼어있는 작업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 창작 부분의 처우는 자료 취재, 관련 교육, 구성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인건비 등 창작 절차에 대한 투자다. 그리고 작화 제작에 대해서는, 요구받는 생산량을 위해 소요되는 노동량의 조율이 핵심이다. 과도한 노동량일 경우에 생산량을 줄이거나, 인력을 더 투입하거나, 작화의 작업 난이도를 낮추거나, 혹은 작화의 일정 부분을 자동화 내지 외주로 돌리거나 말이다.

이렇듯 유사고용관계, 프리랜서, 창작 지원, 작화 노동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각각 시장의 현실과 노동의 존엄을 반영한 “합당함”의 수준을 산정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시급한 정책 연구 과제다. 천국 버전이라면, 연재중 기본생계비 이상과 건강복지 등이 지원되고, 지급된 제작비 이상의 다양한 수익을 아름답게 배분받고, 차기작 준비 과정에서 전면적 지원을 얻어내며, 효율적 인력 배분으로 법정 노동시간 범위 안에서 작화 제작이 완수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일종의 지옥 버전도 있다. 주간 연재라는 페이스 속에서 매주 한 토막씩 고갈된 아이디어를 되살리고, 70-100칸의 작화를 며칠 밤 쥐어짜며 건강을 해치고, 그럼에도 연재 끝나는 순간에 다가올 생활의 불안정성을 두려워하며, 직원처럼 관리되는 것에 대한 반발과 프리랜서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표류한다든지 말이다. 중간 어디쯤의 현실 사례로 레진코믹스가 현재 시행중인 미니멈개런티 제도는 어떨까. 기제는 일반 책 시장에서 초판 인세와 비슷해서, 작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창작자와 사업자가 나누는 방식이지만 일정액의 최저 수입은 선지급하는 것이다. 발상으로만 보면 유사고용관계 측면의 안정적 수입 보장, 프리랜서 측면의 수익배분 파트너십 두 가지를 잘 조율해낸 방식이다. 하지만 연재라는 지속적인 유사고용환경, 그리고 대형 성공작 대비 범작(미니멈개런티 선지급분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작품, 즉 책으로 치면 초판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창작 현실 속에서 적용되자, 적잖은 작가들에게 이 모델은 월급 200만원 받으며 작화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비틀어 인식되어버렸다.

완벽한 답은 아직 언감생심이지만, 4대요소 틀거리 안에서 몇가지 사고 실험을 해볼 수는 있다. 첫째, 유사고용관계라는 요소에서 합당한 처우 수준을 산정하는 개개인들의 흔한 민간요법은 바로 “회사 다니는 비슷한 연배 지인들 연봉”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 될 수 밖에 없고, 업체가 자체적으로 지정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서 후할 수도 박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엄밀한 산정 근거보다는 임의성에 기댄다. 여러 매체의 러브콜을 받으며 협상으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뚜렷한 히트작 작가로 등극하기 전인 경우라면, 민감한 문제다. 어시스턴트 인건비 등 원고 제작에 들어가는 실비를 빼고 창작자 개인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몫을 기준으로, 사회 전체의 생계비 논의를 반영한 권장 최저원고료 가이드라인을 만협 등의 창작자 권익단체에서 일정 주기로 발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제작 실비가 별도 정산되어야하기에, 그 부분이 업체와 따로 협상되어야 한다.

둘째, 프리랜서라는 요소의 경우, 수익배분에 대해서는 현재로도 만협의 표준계약서라든지 탄탄하게 정립된 관행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그것을 더욱 사업자와 발전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계약이라는 지향점 속에서 진화시키면 된다. 반면 프리랜서의 책임이라는 좀 더 민감한 부분 역시 발전시켜야 하는데, 마감 미준수나 방향성 조율 거부 같은 태업에 대한 적절한 불이익 관행을 세우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무슨 지각 벌금제가 아니라, 데이터 근거에 기반한 벌충이어야 한다. 마감 미준수로 업데이트가 반나절 늦어질 때 이 플랫폼은 통계적으로 얼만큼의 손실이 발생하는가, 그리고 담당자들의 야근은 얼마나 늘어나서 그로 인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는가, 그 중 얼만큼의 비율을 작가에게 책임지울 것인가. 양적인 근거만이 아니다. 방향성 조율 거부나 태업의 경우 얼만큼 누적될 때 연재 관계를 해제하는 것으로 기준을 세울 것인가. 당연히 업체 각자의 몫이지만, 연구를 통해 사례집과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있는 영역이다. 한편 사업자에게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무리인 세무 처리, 법무 교육 등을 프리랜서인 작가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돕는 것도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셋째, 프리프로덕션 지원이라는 측면은 기본적으로 개별 업체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것 또한 더 적극적인 지원이 일반적이 되도록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궁리해야할 부분이다. 연재에 들어가면 작화 노동하기에도 바쁜 발간 주기 안에서 창작의 완성도를 깊게 조율하기 어렵고, 그것이 유사패턴 동어반복, 무리한 이야기 전개, 설정 파괴 등으로 장기 연재작을 코어 팬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외면받게 만드는 핵심요소다. 일본 대형출판사들의 오랜 관행처럼 담당편집자가 프리프로덕션에 사실상 참여하는 창작보조 역할을 하는 것은 한국의 시장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세부 기획안에 대한 비용지급이라든지 우회적 형식으로 보상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화 노동의 경우는, 훨씬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모아낼 필요가 있다. 특정한 밀도의 작화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작업 방식에서 얼만큼 시간과 인력이 평균적으로 요구되는가. 그런 데이터가 바로 작화 작업에 투여한 노동의 댓가를 지급받는 이유고, 추가 제작비를 요청하는 필수 근거이며, 시장성 상황에 따라서 사업자와 작업 효율화를 협상해야할 바탕이다. 주요 장르별(이야기의 호흡, 발상의 난이도 등을 기준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그림체 밀도별(카툰화법에서 정밀화까지 10단계 정도로 나눈다든지 하는 시각이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재 주기별로 작가 샘플을 뽑아 심층 관찰조사로 세부 작업스케쥴을 조사하여, 최대한 기계적이고 양적으로 공정별 노동량 통계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해야 적정 노동시간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원고량을 생산하는 것이 ‘정상’인지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적 자존심으로 자신의 삶을 깎아넣어 더 엄청난 작화를 내놓는 열정을 발휘하는 이들을 말릴 이유는 없지만, 당연하다는 듯 요구받는 수준은 어디까지나 무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합리적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원기관에서 초기 기준 개발을 연구 프로젝트로 발주하고, 그 틀을 바탕으로 일정 연도를 주기로 조사자료를 갱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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