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쟁, 개념인에게 필요한 것은 복근이다

!@#… 그냥 자주 즐겨 찾는 상당히 전문적 내용들을 자주 다루는 이웃 블로그들에서 이리저리 좀 시끄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인터넷 논쟁에 대한 단상.

!@#… 많은 이들이 쉽게 착각하곤 하는 지점이, 인터넷 상의 논쟁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지닌 어떤 상대와 승부를 가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커녕, 실제 세상에서도 프리스타일 힙합 랩 배틀 콘서트장이 아니라면 그런 경우 따위는 거의 없다! 우선 도대체 어떻게 승부를 가린단 말인가. 상대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면 승부가 갈린 것일까? 그럴 리가. 논리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감정적으로 반격하면 되고(부부 싸움을 생각해보시길), 말꼬리는 어디에선가는 분명히 잡을 수 있다(특히 논쟁이 오래 지속되었을 경우). 게다가 약간만 논쟁이 격해진 상황이라면, 아무리 뻔한 내용이라도 아하 내가 틀렸소 하고 깨끗하게 인정하고 물러날 위인은 지극히 적다. 그런 경우 결국 승부에서 이겼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은 상대가 지겨워서 입을 닫은 후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여하튼 마지막 줄을 써놓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각자 자기 개인 공간 – 블로그라든지 – 에 투덜대다가 서로 이긴 것 같다는 애매한 감상을 남기고 끝.

!@#… 사실, 인터넷 상은 물론 대부분의 논쟁은, 제3자들을 위한 것이다. 본인들이 자각하고 있든 말든, 구경꾼들을 위한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내 주장에 감화시켜서 지금 당장 싸우고 있는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정치커뮤니케이션학이나 사회심리학 연구의 꽤 보편적인 결론이다… 특정 조건 하에서의 예외는 있겠지만). 진짜 효과는 그 과정을 바라보는 제3자들에게 나타난다. 논쟁의 과정에서는 각자가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 상대의 논점에 대처하는 방식, 뚜렷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샅샅이 드러난다. 좀 더 격한 논쟁의 경우 아예 기본적인 인격, 평소의 편견들까지도 고스란히 표면화되곤 한다. 그런데 상대를 거꾸러트리는 것에 올인해버린 논객은,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추해지곤 한다.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는데 품격은 챙겨서 뭐하겠나. 게다가 자신의 왜곡은 전체적 옳음 속에서 미미하고 상대의 왜곡은 엄청난 것으로 간주해야만 적개심이 유지된다. 그나마 자신이 추해짐을 스스로 인식하고 고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무리 많은 이들이 그 점을 지적하더라도 두어 명의 확고한 지지자만 있으면 무지한 것들에게 박해받는 영웅적 자아이미지는 완성된다. 보통 그런 식의 자기 이미지에 빠지기 시작하면 나름 똑똑했던 사람 하나 자폐성 찌질이 되는 것 순식간이다.

그런 쌩쑈를 바라보는 제3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만약 양쪽이 비등한 추함으로 진흙탕질을 하고 있다면 소위 ‘병신올림픽’으로 간주할 것이다. 하지만 한 쪽이라도 좀 더 차분하게 대응을 해서, 하나씩 ‘반격’하기보다 전체 논쟁의 과정을 정리 축적하고, 논점들을 뚜렷하게 제시하며, 팩트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자신의 입장과 상황 해석에 대한 가능성들을 쉽고 정연하게 펼친다면 어떨까. 특히 팩트의 부분은, 항상 오류가 드러날 경우 군말 없이 수정할 여지를 마련하고 말이다. 특히 논쟁 내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논쟁 상대에 대한 평가는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다. 그 때 비로소 구경꾼들 제3자들은 ‘승부’를 가려줄 것이다. 누가 이겼다고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지 몰라도, 어떤 입장 어떤 근거들을 더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일지, 즉 설득 당할지가 걸린 것이다.

!@#… 여튼 요는, 인터넷 논쟁은 결국 정리와 축적이 중요하다는 것. 열심히 싸운답시고 싸웠다가 두고두고 바보되지 말고, 자신이 가진 모든 머리를 동원해서 차분하게 팩트들을 정리하고 여러 가능성들을 조율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다. 눈앞의 저 싫은 놈을 닥치게 만드는 승리가 아니라, 담론의 큰 판에서 승리하는 길 말이다. 물론 눈앞의 저놈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당장의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겠지. 게다가 내가 차분히 정리하고 있는데 저놈이 승리를 선언하고 자빠져 있으면 더욱 열받기 쉽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대인배 됨의 레벨은 찌질한 쨉을 대범하게 견뎌내는 맷집이다. 스스로격한감정을자신에게드러낸플™ 정도는 웃으며 한 줄 이하로 대처하고. 만약 정말로 자신의 주장, 자신의 논리를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하고 싶다면 그 맷집이 필요하다. 맷집 충만한 탄탄한 복근이야말로 상식 가득한 명랑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개념인들의 필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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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thoughts on “인터넷 논쟁, 개념인에게 필요한 것은 복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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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논쟁은 결국 정리와 축적이 중요하다는 것. 물론 눈앞의 저놈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당장의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겠지만 대인배 됨의 레벨은 찌질한 쨉을 대범하게 견뎌내는 맷집 http://t.co/NYoFMcO via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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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irpak 상대가 그 사안의 의결권자라서 맞짱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식의 상대에게 애초에 '이길' 필요가 없다는게 뽀인트죠. http://t.co/LxcR8k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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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irpak 상대가 그 사안의 의결권자라서 맞짱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식의 상대에게 애초에 '이길' 필요가 없다는게 뽀인트죠. http://t.co/LxcR8k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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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vs 나꼼수빠 트윗설전경기(!)가 붙었다는데, 트윗속성상 너무 파편이 튀어 뭐 파악이 난망. 인터넷논쟁의 공간이 게시판에서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넘어온들, 여전히 http://t.co/LxcR8kPZ 인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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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Pingback by 임현수, Matthew Lim

    굳이 온라인 뿐 아니라 모든 논쟁 -소모적인 것으로 귀결되는- 에 적용되는/되어야 하는 캡콜님(@capcold)의 글.. http://t.co/ly3icIQb 때문은 아니지만 올해는 식스팩을 좀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19. Pingback by 이주형

    진중권 vs 나꼼수빠 트윗설전경기(!)가 붙었다는데, 트윗속성상 너무 파편이 튀어 뭐 파악이 난망. 인터넷논쟁의 공간이 게시판에서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넘어온들, 여전히 http://t.co/LxcR8kPZ 인건데 말이다.

Comments


  1. 하여간 매번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만드시는데 도가 트신 것 같습니다. 어제 오늘 저의 행태에 대해 반성….OTL

  2. 저도 kbjmkr(누굴까요? 이글루스 분이신데) 님과 논쟁을 겪은 후에, 진X행 분이나, 티X무 님 같은 분들이 논쟁에서 지든 이기든 이상한 근거를 걸고 넘어지든 간에 그냥 ‘싸우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3.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유익한 시사점을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논쟁의 경우 저 자신도 배우는 것이 많은 지라 가능하면 계속 해 볼까 합니다. 저 역시 Capcold님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논리적인 개연성에 대한 지적에서 토론이 끝났겠지요.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쯤 그분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보낼 생각인데 어차피 그래봐야 별 성과는 없을 듯 싶습니다. 제3자분들이 판단해 주시겠지요.

    좋은 충고 해 주신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4. ‘지고 있는가, 이기고 있는가, 어떻게 이기고 있는가’

    ->’내가 알고 있던건 무엇이고, 상대방이 말하는것은 무엇인가, 나와 상대는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로 언제쯤 갈까요.

    요새 한국의 문제는 ‘총체적 판단결여의 문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평생교육에서부터 TV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정답이냐’를 알려주려고 하지
    ‘생각하는 힘과 판단의 잣대’를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오늘도 위정자들을 향해 ‘바보냐 아니냐’를 들이대지 않고
    ‘저 사람은 착한 놈이래 나쁜놈이래 우리편이래 남의편이래’를 따지고

    드라마는 누가 악역이고 누가 선역인지
    교양프로그램은 ‘빨리 빨리 무엇이 정답인지’

    서적은 ‘완전무결한 진리와, 어떤 사회문제에서건 정답이 되는 적중률’을 따지며

    만화는 ‘잘생겼거나 잘그린듯한 인물이 그려져야’ ‘잘그린 만화’
    ‘웃기려고 한 시도가 횟수상 많았으면’ ‘웃긴 만화’

    영화는 배우의 미형지수와 감독의 인지도

    지역인프라는 아파트의 가격과 해당 아파트가 어느 구 어느동에 속해있는지의 행정구역상 구분선이 중요
    만을 따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민주주의투표로 뽑고나서 다음선거를 안바라보고 촛불들고 거리에 나선뒤에
    자신에게 영장이 떨어지면 ‘독재국가 탄압음모론’ 자연스럽게 제시.

    그런 리소스가 모여진 인터넷 리플논쟁은.

    ‘상대방이 언제까지 반박하느냐’ 와 ‘자신과 상대방 리플중 누가 더 많이 찬성 반대를 던지느냐’로
    숫자놀이를 시도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마저 증명하려 함

    이 인터넷 우수국가(?)에서 날로 늘어가는것은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넓혀져가는 민감유행지수와
    공유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집단범죄 일뿐.

    결국 총체적인 판단능력을 길러줄수 있는 미디어와 교육기관은
    자신들도 같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서 오늘도

    ‘자 누가 나쁜놈이고 착한놈인지 물어보세요. 아침드라마처럼 확연히 알려드릴께’ 이모양.

    그냥 푸념이네요.히히

  5. 지엽적인 내용에 대해 리플을 달자면,
    “스스로격한감정을자신에게드러낸플™” 이 아주 훌륭하군뇨.
    ㅎㅎ

    @요즘 찌라시들의 보도 행태는 정말 너무하지 않습니까?
    2007년에 이런 일들이 벌어졌었더라면…

  6. !@#… 건이아빠님/ 뭐 논쟁에도 각각 수위가 있기 마련이고, 논쟁 자체는 무척 바람직하죠. 제정신만 유지한다면.

    !@#… Crete님/ 이 기회에 캡콜닷넷은 반성전문블로그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 (그럴리가)

    !@#…Skyjet님/ 그 분들은 싸우는 것을 즐긴다기보다, 이미 본문에 언급한 자아이미지로 직행한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 길 잃은 어린양님/ 아니 애써 모호하게 처리했건만 그렇게 깨끗하게 커밍아웃을 해버리시면… (핫핫) 여튼, 충고라뇨 – 이미 대체로 훌륭하게 대처하고 계신데. 다만, 아마도 한동안 더욱 지저분한 어택 정도는 이어질거라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 nomodem님/ 일개 리플로 썩기에는 지나치게 아까운 ‘푸념’입니다 :-) 여튼 ‘상황에 가장 적합한 다양한 판단 기준’의 문제는 저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화두죠.

    !@#… chrisx님/ 온 몸던져서 훌륭한 개그거리를 던져준 현 문광부 공보실에 감사를. 다른 문화영역은 몰라도, 최소한 개그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7. ‘보통 그런 식의 자기 이미지에 빠지기 시작하면 나름 똑똑했던 사람 하나 자폐성 찌질이 되는 것 순식간이다.’ 정말 이러기가 너무 쉬운 것 같군요. 저도 저러고 살지 않는지 가끔씩 생각합니다만.. 그나저나 이글루스에서 논쟁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꽤 크게 되었나보군요.

  8. !@#… 지나가는이님/ 꽤 크게 되었다기보다, 좀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이슈에서 어느 한 쪽이 나름 뭔가 있어보였던 평소의 명성을 너무 빨리 자폭시키고 밑천을 드러내서 씁쓸해져버린 경우죠 (논객의 자폭 패턴에 대해서는 언젠가 별도로 따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9. 그러게요. 얼굴마주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단 둘이 하는 논쟁이라면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그렇게 격해지지도, 말꼬리를 잡지도, 분해하지도 않겠죠. 누군가 바라보고 있고, 지켜봐주고 있고, 옆에서 둘을 교차로 보면서 판단을 하려는 사람들 즉 적극적인 의미의 ‘구경꾼’이 없다면 그렇게 열을 내지 않을것 같네요. 설득의 대상이 그런 구경꾼들이라는 걸 싸우면서 기억한다면 좋은 논쟁, 생산적인 담론의 장이 될 수 있을텐데요.

  10. !@#… 시린콧날님/ 이야기하셨듯, 구경꾼이 있기에 열을 올리지만 구경꾼을 의식하지 않고 맞짱에 몰두하게 되는 양가성이 생기죠. 여러모로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뤄봐야 할 소재.

  11. 멋들어진 말이네요. 어차피 온라인상에서의 논쟁이라는 것이 길어지면 누가 더 찌질한가 다투는 느낌이 들어서…^^

    언제나 capcold님의 독특한 시각에서 우러나오는 사골국물같은 글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12. !@#… j준님/ 만약 기회만 닿는다면, 인터넷 논쟁 복근 기르기 온라인 특별 강좌라도 만들 준비가 되어있습니… (왠지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 같은 느낌?)

  13. 우연히 검색엔진을 통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찔리는 구석이 많군요. 마치 저 보라고 써 놓으신 글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에서 논쟁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시비를 걸어 와도 무시하거나 삭제 권한이 있다면 삭제해 버리고 잊어버리죠.

    특히 논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와 욱 하는 감정이 싫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것을 마음에 두고두고 담아두는 성격이라서요.

    예전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어 트랙백 보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14. !@#… 휴리스틱님/ “나도 똑같이 열내서 저 쉐키를 우선 조져놓고 볼까?”라는 충동을 느끼시는 모든 분들께 바치는 글이죠(핫핫). 토론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 하지만 토론을 벗어난 개싸움에 말려드는 순간 병림픽.

  15. !@#… login님/ 혹은, 쨉맞으면서 온화한 미소 한번 지어주는 정도로도 이미 카운터가 되어있는 상황도 오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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