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대, 요지경 담론 풍경에 대한 생각 토막들

!@#…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고 뭔가 개판으로 돌아가는 어느 화창한 3월 중순,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담론과 소통에 관한 몇가지 생각의 토막들. 4개의 질문, capcold가 내리는 4개의 잠정적 대답(해답이라는 보장은 물론 없고). 분명히 아직 토막에 불과한데 쓸데없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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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논술 근성을 키우기 위해 기억할 것들 5가지.

!@#… 공교육 이야기를 하다가 여차저차 논술의 기초 테크닉(?)을 이야기하게 된 포스팅, 약간의 애프터서비스. 덧글에 기린아님이 달아주셨다시피, 그 어떤 테크닉도 기본적인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시험용 논술이든, 블로그의 자기주장 가득한 개인포스팅이든, 뉴스게시판의 개싸움이든, 혹은 진짜 프로로서의 설득적 글쓰기이든지간에 모두 마찬가지로 필요한 하나의 의지, 그것은 바로 내 주장을 납득시키고야 말겠다는 것. 즉, 아예 설득해서 감화시킬수도 있고, 혹은 완전한 입장변화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내 주장이 일리가 있으니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박아넣는 것이다. 그 뜨거운 의지가 없으면 단지 꾸역꾸역 원고 매수 채우는 것에 불과하고, 그 어떤 화려한 논법이라도 테크닉이 구심점을 잃고 은하계를 헤맨다. 그런데 그 의지 – 즉 어떻게든 납득을 시키겠다는 근성도 다른 모든 능력치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재능 + 수련의 결과다. 재능 부분은 뭐 어쩔 수 없고, 논술 근성을 쌓아올리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면… 뭐, 근성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하고 자신의 근성을 최대한 발휘해보는 방향으로 연습을 할 수 밖에. 하지만 구체적인 트레이닝 스케쥴 같은 것은 온라인 학원이라도 차리기 전까지는 생각없고, 여기서는 그냥 논술 근성을 키우기 위해 기억할 것들 5가지“.

1. 근성은 읽는 이의 눈에는 잘만 보인다. 근성은 마음 속에 있고, 보이는 것은 테크닉이나 글이라는 식의 생각은 금물이다. 의지는 눈에 보인다. 여느 고등학교 수업을 떠올려보라. 누구나 선생이 별로 교재에서 많이 벗어나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수업내용이 머리에 안들어오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저 자식, 가르칠 마음이 없구나”라고 본능적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당신이 근성이 부족한 논설문을 쓰면, 글을 읽는 사람 역시 당신의 글을 보며 “이 자식, 나를 납득시킬 마음이 없구나”라고 판단내린다. 그게 딱 어떤 부분이다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의지’는 모든 문장, 모든 단어, 모든 논법, 모든 사고방식 속에 복합적으로 미묘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의 눈에는 그게 잘 안보인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글과 의지를 함께 읽어낸다. 그래서 근성을 배양하기 위한 첫번째 요소는 바로 근성은 눈에 보인다는 깨달음 그 자체다. 기의 존재를 믿지 않고 내공수련을 할 수 없듯이 말이다.

2. 무리한 도전은 기본이다. 비단 논술 근성 뿐만 아니라 모든 열혈의 핵심은 무리한 도전의 반복을 통한 지옥훈련이다. 논술 근성 수련을 위한 무리한 도전에 해당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별로 생각해본적 없는 복잡한 세상사의 이슈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갖추어 보기. 정보를 모으고 끝이 아니라, 의견을 모아보고 끝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입장을 가져보는 것이다. 내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 너무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져서 별 입장이고 자시고 없을 것 같은 것,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아무도 어차피 해답이 없을 듯 한 것 등 어디로보나 “나에게는 무리”인 듯한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만들어보라. 양비론 양시론 그런 것 말고, “바로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진짜 입장. 그 과정에서 당연히 무수히 스스로 질문을 할 것이다. “왜?”.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대답하라. 스스로 납득한 바, 그것이 바로 ‘입장’이다. 그런 무리한 수련을 계속 하다보면, 어떤 이슈든지 간에 매사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의 일관된 틀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잘먹고 잘사는 게 장땡이다”라든지, “세계평화가 최우선이다”라든지 뭐든지 말이다. 자기 입장이 있어야, 그리고 그것이 확고할 수록 입장을 지키고자, 타인에게 납득시키고자 노력하게 된다.

3. 설득은 항상 실전이다. 이것은 연습 설득이고, 다른 기회에 제대로 된 설득을 해볼꺼야, 라고 건방떨지 말자. 머리 속에만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설득에 연습 따위는 없다. 그냥 덜 정제된 설득과, 세련된 설득이 있을 뿐이다. 블로그에 끄적거린 것이나 논술시험 답안으로 쓴 것이나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나, 모두 독자와의 승부다. 매 순간 각각의 지면, 각각의 독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논술 근성을 수련하고 싶다면, 자신의 모든 설득적 글쓰기 행위 – 그것이 신화와 동방신기 간의 선호에 대한 잡문이라 할지라도 – 를 실전으로 받아들여라.

4.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아라. 입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자료라도 동원하라. 무조건 많이 동원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런 걸 누가 읽겠나), 도구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내 입장의 전파에 도움이 되는 구석이다면 나와 정반대 입장에 있는 자들의 논리든, 동네 유치원생의 순박한 주장이든 얼마든지 끌어들여라.

5. 합리적 근거에 따라 의견을 수정하는 것이 대인이다. 확고한 입장이라고 해서, 바꾸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입장과 다른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나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수용하라. 그리고 그렇게 수정된 내용으로 또다시 확고한 입장을 다져라. ‘확고한 입장’이라는 것은 매사에 뚜렷한 판단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에나 중요한 것이다. 근거가 뻔히 나와있는데도 똥고집을 부린다면 그것은 새로운 맥락에 따른 판단을 거부하고 가만히 앉아있겠다는 바보짓일 뿐이다. 생각하기를 두려워하는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다. 자신의 과거 입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면 나는 끝장이라는 식의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집의 방벽을 쌓아올리는 송사리들은 그 어느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한다 (잡배들끼리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자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수정하는 것이 줏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정 못하는 것이 쫌스러운 것이다. 얼마든지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수정할 수 있는 강철같은 열린 사고를 연마하라.

!@#… 이런 식으로 해서 누구든 성공사례가 나오면 필히 알려주시길. 뭐, 이것도 나름대로 야매처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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