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배에서 끝까지 버텨서 얻어낸 승리란

!@#… “키배에서 승리하는 것은 끝까지 버티는 자다” 라는 나름 보편적으로 유통되는 듯한 격언에 대해서 몇 마디.

…그건 마치 90분동안 축구하면서 별의 별 반칙은 다 해놓고도 5:0으로 패배하고 상대팀도 집에 돌아간 후, 관객석에 앉은 한 줌의 자기 팀 훌리건들만이 보는 앞에서 텅빈 반대편 골에 6번 공을 넣고 “시바 역전승했다!”라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는 꼬라지.

!@#… 그라운드에서 그 쌩쑈를 벌이는 자도 병맛이고, 격려해주는 훌리건들도 병맛이고, 나아가 그 승부를 나중에 “아항 5:6 역전이어쿠나”라고 왜곡시켜 기억해주는 제삼자들도 병맛 쩐다. 병맛의 3위일체 속에, 비로소 진정한 망가짐은 완성되리니.

!@#… 키배에서 “언제 경기가 끝난 것인가”를 알아보는 것은 가끔 좀 애매하긴 하다. 논리와 근거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공전하는데, 내용보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 스위치되고 있으면 확실히 경기는 한참 전에 끝난걸로 간주하면 된다. 끝까지 버텨서 상대가 대꾸를 포기하는 경지를 얻어내는 ‘승리’보다, 토론의 과정에서 논리를 완성해서 얻어낸 쓸만한 결과물을 다시금 제대로 정리해서 세상에 선보이는 쪽을 ‘승리’ 비스무리한 것으로 간주하는 쪽을 추천한다.

!@#… 온라인 논쟁을 시작하고 불을 지피는 방법은 수십가지인데, 마무리 짓는 것에 대해서는 좀처럼 쓸만한 관행이 눈에 띄지 않는 현상을 보다가 잠시 끄적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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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oughts on “키배에서 끝까지 버텨서 얻어낸 승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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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하민혁

    그같은 ‘자위’가 없다면 키배 따위도 아예 없었겠지요 나름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RT @capcold: [캡콜닷넷 업뎃] "키배에서 끝까지 버텨서 얻어낸 승리란" http://bit.ly/1aBH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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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쟁이 지나간 자리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 프리퀄…

    최근 들어 SK커뮤니케이션의 설치형 블로그 ‘이글루스’ (http://www.egloos.com) 에서 키보드 배틀 – 온라인 상에서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고 벌어지는 논쟁 – 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쯤은 생각해야할 논쟁도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일부 논쟁들은 블로거들의 편견으로 생겨가니도 합니다. 심지어는 A에서 시작한 논쟁이 B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됩니다. 블로그 이전 초창기에 기획했던 ‘사회당 오덕위원회 : 이글루스에서 벌…

  4. Pingback by 세상을 보는 검은 눈, Skyjet

    잘못된 고리 끼우기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①…

    프리퀄 격으로 작성된 논쟁이 지나간 자리는 잘 보셨는지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글루스의 논쟁을 다루려고 합니다. Curtis 님과 아리아리랑 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키보드 배틀, 전 이 배틀을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뜬금없는 비난, 정당한 비판에 대한 재비난, 잘못된 근거로 만들어진 창을 자랑하는 대담함.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고 이 사건 뒤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

Comments


  1. 십분 공감합니다.
    시대가 지나가면 키배의 흐름이 좀 세련될거라 생각했는데, 양상은 크게 변하질 않네요.

  2. 키배 내지 토론의 ‘목적에 대한 착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언제나 승/패를 규정하고 ‘배틀’ 벌이듯 하는 문화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p.s 그..그런데, 또 수집오류가.;

  3. !@#… 미괭님/ 아무래도, 기억을 축적해서 업글하지 않는 한 기본 패턴의 반복 내지 퇴화죠;;;

    여울바람님/ 승패의 배틀로 모든 것에 서열을 먹여야 직성이 풀리는 건 주로 원숭이들, 초원의 맹수들 뭐 그런 이들인데 말이죠(핫핫). // 혹시 이젠 한RSS에게도 저주를 받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드는군요. ㅜㅜ

  4. 캡콜드님 일단 본포스팅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무례를 사과드리고,
    하지만 한편으로 미디어쪽에 훤하신 캡콜드님이 아니면 이런 질문을 할 만한 분도 별로 없고 해서..
    질문은 간단한 데 문제는 복잡한 듯 합니다.
    “AP, 아프간 파병군 치명상 사진 배포 논란”을 보며 느낀 문제인데,
    이 문제는 ap의 언론보도의 자유와 사자(결국 돌아가신 후에 보도했답니다)의 명예권(혹은, 그 가족이 사진공개에 대해서 반대하는 경우), 그리고 국방부의 엠바고제한까지
    삼중충돌의 문제인 듯 해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지 혹은, 어떻게 조화해서 해결해야하는 지.
    참 궁금하군요.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전쟁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서, 너희같이 개미병사들은 이기건 지건 저 꼴 나는 거야,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진들이 필요하지 않나..생각하는 데. 그래도 한편으로 죽은 자의 입장에서라면 내 죽음이 저런 식으로 언론의 목적에 이용되는 건 싫다라고 생각할수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간단히라도 답변주시면 킹왕짱감사.

  5. !@#… AP(…)논란님/ 확실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선 변인을 좀 줄여나가자면,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국방부 입장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국방부에 거슬렀다가 종군활동에 불이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보도가치를 최우선으로 둬야죠. 문제의 사진의 표현 수위 또한 보스턴글로브의 ‘big picture’에 게재되는 – 아마 개별 동의를 구하지 않은 – 다른 나라 비극 현장들의 핏빛 사진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사회적 의미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혹자들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 운운도 사실상 접어둘만 합니다. 이미 죽은 당사자의 의향은 현장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바탕으로 추론할 수 밖에 없는데, 동료 병사들은 종군기자와 사진을 같이 살펴볼때 분노하기보다 자신들의 현실로 인정하는 식이었다 하니 긍정도 금지도 했을 것이라 속단할 수 없습니다. // 결국 남은 주요 관건은 가족(아버지)이 사진 공개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그 반대를 거스르고 결국 공개를 한 점입니다. 원래 그 동네 종군취재 윤리규정에서도 부상자 보도에 대해서 “당사자의 복지, 프라이버시, 가족의 의향”을 최우선시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것을 어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거죠(역설적이게도, 만약 취재를 자세히 하지 않고 ‘익명의 병사’ 사진으로 공개했다면 문제없이 빠져나갔을 것). 이상적인 경우야 유족이 사진 공개의 사회적 함의에 동의해서 허락을 해주는 것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문제 사진의 공개를 뒤로 미루고 AP가 유족에게 거듭 삼고초려를 해서 허락을 받아냈어야 했다고 봅니다. 전쟁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바꿀만큼 결정적 국면의 충격적 사실을 담아낸 사진도 아닌데다가(80년 광주의 사진 레벨이라면 모를까) 기사와의 조합에 따라서는 건조한 사건보도가 아니라 그 부상당한 병사와 함께 아파하는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소견은 이번 사안에만 해당되고, 다른 사건이라면 다른 비율로 조건들을 조율했겠죠.

  6. 좀 만족스럽게 끝나는 키배를 보고 싶은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소원이란걸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7. !@#… 언럭키즈님/ 자신이 발려도 발린 줄 모르고 열심히 수조 속을 헤엄치는, 회 뜨고 난 후 광어들이 너무 많죠. 발린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없던 과거를 만들며 현실마저 (정신 속에서) 수정하는 거창한 중2병 부류들이랄까요. 결정적으로, 병맛과 생명력이 비례하기까지 OTL

  8. 역시 캡콜드님! 명쾌한 판단기준을 제시해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더 많은 세부적 문제의식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줘서 역시 감사. 나중에 캡콜드님 박사 따고 오시면 오히려 블로깅이 뜸해지실 것 같아 벌써부터 괜히 서운하다는..

  9. 감상을 늦게 올리네요…. 논쟁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 생각나게 해준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에는 보답을 해야겠죠. 캡콜드 님의 글을 토대로 최근 논쟁에 대한 글 두편을 올립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좋은 글이 되었으면 하네요 :)

  10. !@#… ap논란님/ 뭐 블로그를 자신의 연구에 기반한 사회참여와 대중소통의 매개로 쓰는 폴 크루그먼 같은 경우도 있으니까요. (마음은 이미 김칫국)

    Skyjet님/ 오오, 시리즈로 오래오래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