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리즘의 향후 사업성에 대한 몇 가지 노트. 듣고 겪고 생각해오던 요점 몇가지를 토막창고에 넣고는 조금씩 덧붙이다 보니 이 정도면 (이미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얼추 의미 정도는 통하겠거니 해서, 함께 생각을 나누자는 의미에서 공개로 돌린다.
!@#… 메모1. 변화의 기본 원칙에 관하여:
1-1. 변화는 분기점이 아닌 과정이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변화의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개별 변화의 단초들은 어느 구석에서 시작될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변화 이후에 새 판을 짜도록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그 과정에 바로 적응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진다.
1-2. 담론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뉴스 및 여타 사회적 담론유통의 양과 역할은 끝없이 팽창하는데, 전체에서 ‘저널리즘’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록 절대량은 늘어난다 할지라도) 줄어든다. 또한 그런 저널리즘 속에서 제도권 언론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줄어든다. 반면 심층저널리즘이나 독특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제도권 언론사는, 복합적 담론생태계 속이라 할지라도 주도적 행위자로서 행사하는 역할이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
1-3. 사업 요소들의 결합이 복잡화한다: 모든 콘텐츠 거래에서, ‘상품’과 ‘미끼’의 결합은 점점 더욱 다양하고 기발한 변주를 일으킨다. 하기야, 하루어치 뉴스를 미끼로 주목도라는 상품을 광고주에게 파는 패턴을 소비자에게 신문을 파는 패턴으로 위장하는 지난 백여년간의 언론사업 모델도 원래 꽤 기발한 것이었지만. 더욱 다양한 Freemium 패키지가 나오고 또한 다른 척도들을 돈으로 환산하는 방법이 고안될텐데, 그중 일부만이 성공을 거둘 것이다 – 일시적으로. 그 다음에도 변화는 또 계속되니까.
대충 단순화해서 요약하자면, “살아남으려면 항상 당장 적응해야 하며, 전체틀을 보며, 부분의 새로운 결합을 계속 탐구해야” 하는 셈이다.
!@#… 메모2. 사업성의 요소: 사업성을 검토 또는 설계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분야에 대한 전략으로 압축할 수 있다. 바로 1)고유 포지션, 2)수익, 3)비용이다.
1. 고유 포지션
1-1. 사람들의 어떤 필요성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고유한 독특함을 말한다. 이게 없으면 수익, 비용 계산 그런 것 다 소용 없다. 변화라는 것은 다른 영역에서 이루어진 혁신들이 내가 독점하고 있던 기능의 상당부분을 잠식하는 의미가 된다. 즉 다른 언로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존재의미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를 당장 확보해야 한다.
1-2. 한 때 중요한 고유영역이었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줄어든 것:
– 단순 속보: 뉴스통신사, 현장블로거, 트위터에 속도로도 양으로도 이길 도리가 없다.
– 특종: 기사 나가고 잠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오면 조선닷컴에서 “**신문에서 밝혔다”라고 한 마디만 추가해서 그대로 베껴간다. 누가 특종을 터트렸나 여부는 기자들끼리의 자존심에서는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독자들은 뉴스를 접할 수 있으면 별반 관심없다.
– 지사적 사설: 감정이 불타는 사설은 블로고스피어에 차고 넘친다. 쓰레기급부터 명문급까지 골고루.
1-3. 반면 프로 언론이기에 고유영역으로 가꿀 수 있는 부분은:
(이 글의 Q8과 연계)
– 양질의 깊이를 추구: 심층 저널리즘.
– 정보의 정리자: 허브 저널리즘.
– 생활공간과 담론 사이의 고도의 통합성 추구: 하이퍼로컬.
2. 수익성
2-1. 정해진 해답은 없지만, 이런 원칙들을 고려해봄직 하다:
– 하나의 주도적 수익모델보다, 여러 수익모델의 조합을 운용해야 한다.
– 그나마 각각의 부분수익모델의 수명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에 계속 새로운 모델을 토해내야 한다.
– 그것을 위해, 자기 언론매체의 특징에 입각해서 개별 수익원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간의 상관 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2-2. 자금원 분류:
대체로 자금원 종류에 따른 단점들의 공통 패턴은, “먹이를 주는 손은 물지 못한다”. 크게 시장 수익과 사회 수익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 기업자금: 개별 기업들의 광고요금. 지분투자 외
- -> 장점: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된다 판단하면 확실하게 돈을 질러준다
- -> 단점: 그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토해내지 못함 –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AS기사 양산.
– 소비자자금: 선불 혹은 후불제 콘텐츠 과금. 물건(예: 종이잡지, 신문) 구매 외
- -> 장점: 해당 사회의 언론 자유의 수준 이내에서 최대한 발언할 수 있다.
- -> 단점: 소비자가 막장 찌라시 기사를 잘 사주면, 막장 찌라시 기사 양산.
– 공공자금: 정부, 재단에 의한 공공 역할에 대한 보조금(직접지원, 광고구매 등). 신규 프로젝트 인큐베이팅. 공공 구독 외
- -> 장점: 특정 기간동안, 개별 기업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 수입 확보
- -> 단점: 자금을 주는 부처/정권의 이해에 휘둘릴 수 있음.
– 후원자금: 후원회원, 기부 외
- -> 장점: 원래 하던 것을 더욱 열심히 하면 된다.
- -> 단점: 기존 브랜드 지명도와 역할에 달려있고, 대체로 일회성이며, 자칫 위기에 처했다는 인상을 준다.
2-3. 각 요소들은 문화권/산업권 배경마다 다름. 미국의 경우 정부에 의한 공공지원자금을 도입해야할까말까로 꽤 많은 논의가 오가는 중인데, 그 배경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연방 개입 최소화와 지역 자치의 전통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비 신문발전기금을 ‘누구에게 주느냐'(정확히는 조중동을 빼냐마냐)로나 싸워왔을 따름이다.
2-4. 중요한 것은, 각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예를 들어 ‘시장수익’인 기업자금이나 소비자자금을 잘 받으면, ‘사회수익’인 공공자금과 후원자금을 얻어내기 힘들다. 후원자금에 의존할 때 생기는 망해가는 인상은 기업자금 유치에 쥐약이다. 기업자금의 반대급부로 광고로 도배하면 소비자들이 싫어한다… 기타등등. 물론 위의 큰 범주 아래에 있는 더 세분화된 개별 자금 확보 방법으로 가면 한층 더 복잡해지고. 반대로, 오늘날의 한국사회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비상식적인 관계까지 현실적으로는 고려할 수 밖에 없다 – 예를 들어 정권의 사랑을 받아 공공자금도 받고, 그 언론을 매개로 정권에 사랑받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자금도 받고, 잘나가는 언론이라는 이미지 덕에 소비자 자금까지 챙기는 기이한 싹쓸이가 발생할 가능성이라든지 말이다.
2-5. 그리고 당장의 순간에 가장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짜고, 매 변화의 순간에 적응하여 그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식의 접근이 요구된다. 기획실이 거의 무슨 창업투자사 같은 느낌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3. 비용
3-1. 첫번째 사고 지점: 과연 얼마나 필요한가?
–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 -> 기사 생산 : 기자 채용은 비싸고 좋은 취재는 돈이 든다.
- -> 매체 관리 : 편집자는 더욱 높은 숙련도와 월급이 필요하다
- -> 물리적 제작 : 종이매체는 비싸고 전파는 희소하고 인터넷도 웹개발자는 있어야한다.
- -> 유통과 영업 : 노출과 인지도 상승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 그런데 비용절감이란
- 결과물 자체의 절감 (예를 들어 지면 감축)
- 제작공정 효율화. (예: 구조정리)
보통은 흔하게 함께 결합해서 동원되곤 하는데, 예를 들어 기자 해직 같은 것. 그런데 작금의 변화에서는, 제작공정 효율화 영역의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진화를 품어내고 있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상업적 제작 요소 동원”.
– 비상업적 제작 요소 분류
- -> 기사 생산 : 시민저널리즘, 대학 관련학과 연계 등.
- -> 매체 관리 : 집합적 and/or 개인화 지면편집. 기계적 알고리즘의 최대 활용.
- -> 물리적 제작 : 오픈소스툴의 중용.
- -> 유통과 영업 : 자발 참여형 마케팅. 바이럴. 소셜 네트워크로 파고들어감.
… 이건 ‘공중의 대변인’ 노릇보다, 담론 생태계 속으로 더욱 유기적으로 파고들어가는 쪽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자, 결과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발상을 위한 디딤돌이다. 더욱 중요하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
!@#… 메모3. 그리고 시민저널리즘에 거는 기대:
3-1. 시민저널리즘이 수행해주는/줘야할 역할 3가지: 아교, 교량, 문지르기툴.
– 아교: 공간과 담론의 통합.
– 교량: 뉴스생산자와 향유자의 소통적 연계, 뉴스에 대한 금전 소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적 생활의 소비활동 속에 뉴스가 들어오는 식의 접근.
– 문지르기(smudge)툴: 풀타임과 파트타임과 취미, 전문적 심층성과 보편적 일반성 등 여러 위치 사이의 경계를 구획이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만드는 (좁히고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것. 즉 경계선을 문질러서 모호하게 만들어, 역학의 유동성을 유지해주는 것.
각각의 기능들이 통합될 수 있도록 붙여주고, 이어주고, 경계를 흐려주는 역할. 3가지 영역을 통해서 시민저널리즘은 여전히 큰 – 아니 점점 더 큰 –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 규범론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적 측면에서도 핵심 의의.
!@#… 뭐 이런 생각들이다. 물론 연 수입 수백억짜리 언론대기업들이야 부동산투자를 하든 건설업자들을 우려먹든 방송사업으로 조금이라도 더 덩치를 늘려놓든 알아서들 할테고, 이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밀 것이라곤 저널리즘 밖에 없는 매체(기업이든 1인이든)들과 함께 고민할 키워드들이며 접근방식의 사고체계다. 학술논문이든 강연이든 칼럼글이든 더욱 정식으로 발전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 가서 아마 한토막씩 잘라가면서 투비콘티뉴드.
PS. 슬라이드화시켜서 scribd 같은 곳에 남겨둘걸 그랬나보다. 항목들은 나름대로 일목요연한데 읽기는 오히려 혼란스럽다니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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